서 론
급성 췌장염은 중증도가 높은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발생빈도는 적게는 14.7명/100,000명/년(네덜란드), 많게는 45명/100,000명/년(일본)으로 보고되고 있으나[1,2], 일반적으로 30명-45명/100,000명/년으로 알려져 있다[2-5]. 췌장염의 발생빈도는 최근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6], 인구의 고령화 및 비만인구의 증가에 따른 담도성 췌장염의 발생증가 때문인지, 영상의학적 진단기술의 발달로 인한 진단율의 향상에 따른 것인지는 논란이 있다. 췌장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며 대략 5% 정도로 보고되나, 조직괴사에 감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20-30% 정도로 매우 높게 보고되고 있다[7,8].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분류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제안되었지만, 평가 변수가 많고 복잡하여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최근에는 비교적 적은 수의 변수만을 이용하여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었고[9],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법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경증, 중등증, 중증 췌장염으로 구분되며, 중증도가 심할수록 예후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급성 췌장염의 치료는 금식을 포함하여 통증 치료, 감염예방, 국소 및 전신적 합병증 치료, 영양요법 및 단백분해저해제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치료는 적절한 수액공급과 금식이다[11]. 경증 췌장염의 경우 금식과 적절한 수액투여만으로도 회복될 수 있지만, 중등증이나 중증의 경우에는 초기 24시간내의 적극적인 수액요법과 중증 환자 치료법에 따른 합병증 관리가 사망률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12]. 급성 췌장염의 초기에 다량의 정맥내 수액투여는 모세혈관의 순환을 촉진시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13,14], 과량의 수액투여는 오히려 합병증을 증가시킨다는 상반된 결과도 있다. 따라서, 본 고찰에서는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 분류 및 수액 치료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살펴보면서 최근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변화된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급성 췌장염의 자연경과
급성 췌장염의 병태생리에 대해서 여러 가설이 제안되고 있으나, 정확한 발생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어 있지 않다. ‘자가소화(autodigestion)’라고 알려진 기전으로 조기활성화가 된 소화효소들이 췌장염을 야기하며, 조절되지 못한 염증반응고리의 활성화로 전신적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cytokines, chemokines가 췌장염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고, 이들 중 혈중 IL-6나 IL-6 의존성 급성기단백질(IL-6 dependent acute phase protein) 수치, C-reactive protein (CRP)이 췌장염의 중증도 예측에 있어서 좀 더 신뢰성 있다는 보고가 있다[15,16].
대부분의 급성 췌장염은 경증의 경과를 취하며 수일 이내에 저절로 회복이 된다. 그러나 15-20% 가량의 환자에서는 중증의 경과를 취하면서 치명적일 수 있는 국소 및 전신적 합병증이 발생된다.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전기(early phase)와 후기(late phase)의 임상 경과를 취하며 중증도는 질환의 경과 과정에서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0]. 전기는 7-10일 정도 지속되며 췌장염증으로 cytokines 고리가 활성화되어 전신적 염증반응현상(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이 발생하고, 모세혈관투과성 증가, 복강이나 흉곽내 체액저류, 신기능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SIRS가 지속되면 장기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전기에서 중증도의 구분은 장기부전의 존재 유무와 그것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는 지를 기준으로 한다. 일부에서는 적절한 치료로 48시간 이내에 장기부전이 회복되기도 한다. 이어서 전기와 후기의 경계라 할 수 있는, 전신염증반응과 보상작용이 혼합된 mixed antagonist response syndrome 시기를 거쳐 후기의 염증반응이 억제된 compensatory, anti-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CARS)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과정이 복잡하며 그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10]. CARS 동안에는 면역기능이 감소되어 있고 장관벽의 완전성이 깨어지면서 장관 밖으로 세균 이동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췌장 및 주변부의 괴사조직에서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국소 및 전신합병증이 지속되면 사망까지 발생할 수 있다[17,18].
진 단
일반적으로 급성 췌장염은 1) 췌장염의 특이적인 복통, 2) amylase/lipase가 정상치의 3배 이상 증가, 3) 췌장염에 합당한 영상의학적 검사결과, 이렇게 세 가지 기준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을 만족시킬 때 진단될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의 위치나 양상, 심한 정도, 담석 유무, 음주력, 약제 복용력 등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와 생화학적 혈액검사의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췌장염이 의심되지만 다른 질환과 감별이 필요할 때는 복부 computed tomography (CT)를 포함한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하여 확인하게 된다.
중증도 평가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 평가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국소적 또는 전신적 합병증 유무와 관련이 있다. 중증 급성 췌장염에서는 주로 호흡기나 신장의 기능부전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며, CT에서 췌장내 및 주변부 괴사조직이 관찰되는데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중증도 판단과 분류는 예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에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평가해야 한다. 초기에는 지속적인 SIRS가 있는지, 초기 장기부전이 있는지, 다양한 예측인자를 통하여 중환자실 치료나 다른 상급병원에 전원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입원 이후의 중증도 판단은 환자의 상태가 더욱 명확해진 상태이므로 중증도 정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을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1.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 분류
1992년도에 아틀란타 분류법이 개발되어서 여러 해 동안 사용되었지만 장기부전의 가변성을 반영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아틀란타 분류법이 새로 개정되었고, 중증도의 분류를 다음과 같이 3개로 나누었다. 1) 중증 급성 췌장염(severe acute pancreatitis): modified Marshall 분류법으로 2단계 이상의 중증도를 보이는 장기부전(단발성 또는 다발성)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2) 중등증 급성 췌장염(moderately-severe acute pancreatitis): 새롭게 추가된 부분으로서 입원기간이 길어지거나 중재시술이 필요한 국소합 병증 유무에 상관없이 일시적인(48시간을 지속하지 않는) 장기부전이나 기존의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 3) 경증 급성 췌장염(mild acute pancreatitis): 장기부전이 전혀 없으면서 국소적이나 전신적 합병증이 없는 경우로 구분된다(Table 1) [10].
256명을 대상으로 1992년 아틀란타 분류법,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법 그리고 determinant-based classification(DBC)을 전향적으로 비교연구한 결과를 보면 1992년 분류에 비하여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법이나 DBC가 사망률(area under the curve [AUC] 0.89 for both vs. 0.76, p<0.001),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 ICU) 입원 (AUC 0.91 for both vs. 0.80, p<0.001), ICU 치료기간 (Somer’s D 0.21 and 0.28 vs. 0.07, p<0.05) 등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다[19]. 또한 459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도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법을 적용하였을 때 경증, 중등증, 중증의 비율이 67%, 30%, 4%였으며, 이들간에 입원기간이나 ICU 치료 필요성, 중재적 시술, 사망률 등이 의미 있게 차이가 있었다[20].
그러나 553명을 대상으로 ICU 입원, 재원기간, 사망률 등을 보고한 국내의 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를 보면 장기부전 뿐만 아니라 감염성 괴사가 사망률을 올리는데 독립적으로 기여함을 보여주었다. 즉 장기부전은 없으나 감염성 괴사가 있는 경우와 장기부전은 있으나 감염성 괴사가 없는 경우의 환자의 사망률은 비슷하였다(7.1% vs. 8%). 또한 장기부전이 있으면서 감염성 괴사가 동반한 경우에는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였다(32.3% vs. 8%). 이는 감염성 괴사 자체가 췌장염의 중증도를 높인다고 볼 수 있겠으며,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법에도 제한점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향후 추가 개정의 여지를 보여 주었다[21].
2. 점수 체계
급성 췌장염의 경과는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은 대부분 입원 후 7-14일 이내에 SIRS가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장기부전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18]. 특히 입원시 높은 acute physiology and chronic health evaluation II (APACHE II) 점수를 가지는 중증 급성 췌장염 환자에서 초기에 48시간 이상 지속하는 장기부전을 보이는 경우에 특히 사망률이 더 높다[22]. 따라서 중증 췌장염으로 진행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치료에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점수 체계를 이용한 방법이 개발되었으나 장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외래에서 치료 가능한 경증의 환자를 가려내기 위한 것으로는 harmless acute pancreatitis score (HAPScore)가 개발되었고, 반발통이나 복부경직이 없으면서, 정상 hematocrit, 정상 혈청 creatitnine을 보이는 경우 양성 예측도가 98%라고 보고되었다[23].
1970년도에 개발된 Ranson’s critieria가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입원 시와 48시간 후의 인자들을 측정하여 중증도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3점 이상일 경우 중증 췌장염으로 진행에 대한 민감도와 특이도가 83.9%, 78%라 하였고 음성 예측도가 94.5%로 높았다. 그러나 측정 요인이 많고 입원 후 48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중증도를 판단할 수 없어 그 사용에 제한이 있다[24].
현재 사용되는 점수 체계로서 중증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민감도가 높은 것은 APACHE II 점수 측정법이다. 8점 이상일 때 민감도 65-83%, 특이도 77-91%, 양성 예측도 23-69%, 음성 예측도 86-99%로 알려져 있다[24,25]. 그러나 14개 항목 이상을 포함하고 있기에 복잡하고, 사용에 시간이 소요되어 제한이 있다.
최근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bedside index of severity in acute pancreatitis (BISAP) 점수 측정법이 개발되었다(Table 2) [9]. Blood urea nitrogen (BUN) (>25 mg/dL), impaired mental status (Glasgow coma scale<15), SIRS 유무, 나이(>60), 흉막 삼출액 유무에 따라서 각각 1점을 부여하였다. 3점 이상일 경우 민감도 83%, 양성 예측도 76.9%로서 사망률 5% 이상임을 시사하였다[9]. 단지 단점으로는 일시적 장기부전과 장기적 장기부전 환자를 구분하지 못하여 중증도를 과잉 예측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modified Marshall, multiple organ dysfunction score (MODS), modified MODS (Bernard score), 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등이 개발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결국 점수 체계를 이용한 중증도 예측은 음성 예측도는 높지만 양성 예측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이상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중요한 장점은 경증의 환자를 선별하여 남은 환자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3. Laboratory markers
CRP는 염증에 의하여 생성된 IL-1이나 IL-6이 간세포를 자극하여 합성하는 급성 반응단백질로서 질환이 발생한 지 72시간 내에 뒤늦게 생성된다. CRP 수치는 감염성 괴사가 있는 환자에서는 다발성 장기부전 여부나 무균성 괴사의 유무와 관련 없이 증가한다. 150 mg/L 이상일 때 민감도, 특이도, 양성 예측도, 음성 예측도는 각각 61%, 90%, 78%, 79%이었으며, 입원 당시 측정값보다 24-48시간이 지난 후 측정하는 것이 더욱 나았다. 그러나 CRP는 질병 특이적이지 않아서 모든 염증성 질환에서 증가할 수 있으며, 감염성 괴사나, 장기부전, 사망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증 급성 췌장염에서 소화효소가 풍부한 췌장 삼출액 및 염증성 매개체의 작용으로 인하여 국소적 염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결국 혈관내 체액이 제3의 공간으로 유출된다. 혈관내 체액 감소는 혈액농축과 혈청 hematocrit의 상승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하여 췌장내 미세순환의 장애로 췌장 괴사가 발생하게 된다[14]. 특히 hematocrit이 44% 이상일 때 양성 예측도는 낮으나(입원 당시 26%, 24시간 후 27%) 높은 음성 예측도(입원 당시 93%, 24시간 후 97%)를 보여 장기부전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하였다[14].
또한 BUN도 혈관내 체액량을 반영하면서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코호트 연구를 보면, 비생존자가 생존자에 비하여 지속적으로 48시간 BUN 수치가 높았으며(F-test, p = 0.0001), 첫 24시간 이내에 BUN 수치가 5 mg/dL씩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2.2배 증가하였다(odds ratio [OR] 2.2, 95% confidence interval [CI]: 1.8-2.7). 또한 입원시, 24시간 그리고 48시간 사망률을 예측하는 AUC는 각각 0.79, 0.89, 0.90으로 주기적 혈청 BUN 수치 측정은 신뢰성 있게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었다[26].
그 외에 pentaxin 3, procalcitonin, IL-6, IL-8, TNF-α, trypsinogen activation peptide 등이 실험실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나 상업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유용하지 못하였다[16].
4. 영상학적 검사
급성 췌장염의 많은 환자에서 입원 당시에는 CT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경미한 재발성 췌장염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병의 경과가 악화되는 추세라면 조영증강 CT 촬영을 시행하여 간질성 췌장염과 괴사성 췌장염을 감별할 수 있으며, 감염성 괴사나 가성동맥류와 같은 합병증을 발견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CT 소견을 이용하여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평가할 수 있고, Balthzar 등급 및 궤사 유무에 대한 점수를 종합하여 CT severity index를 구할 수 있다[27]. 일반적으로 가장 심한 급성 췌장염은 장기부전과 췌장괴사가 있는 경우로서 grade E 췌장염이다. Balthzar-Ranson 중증도 기준은 비조영증강 CT 등급과 조영증강 후 판단한 괴사의 정도(없음, 30% 미만, 30-50%, 50% 이상)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4점 이상일 때 음성 예측도는 94-97%이며, 양성 예측도는 53-69%로 높아서 영상을 이용한 점수 체계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수액 치료
대부분의 경증 급성 췌장염 환자들은 외래단위에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Ranson’ score>3, BISAP score>3, APACHE II score>8일 경우에는 중증도가 심하기에 집중 치료를 하여야 한다. 중증 췌장염 환자에서 사망은 주로 초기 7-14일 이내에 발생하므로 초기의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있어 왔으며, 원인 치료와 통증조절, 영양 치료, 수액 치료, 약물 치료 등이 있지만 수액요법 이상의 결과를 보고한 약제는 없는 실정이다.
1. 수액투여 용량 및 속도
중증 급성 췌장염 환자가 응급실을 통하여 내원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초기에 다량의 정맥내 수액공급을 하는 것이다. 혈액농축은 신관류를 감소시키고 췌장내 미세혈액순환의 장애를 일으켜 괴사성 췌장염과 장기부전을 야기하며, 더 나아가 사망률을 높이게 한다[14]. 따라서 hematocrit이나 BUN/Cr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다량의 수액을 조기에 투여하였을 때 미세혈액순환을 개선시키고 췌장괴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였다[26,28]. 그러나 다량의 수액이 투여되었을 때 폐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절한 양을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액투여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대체로 초기 24시간 이내에 평균 4.5 L (3.5-5.4 L) 정도의 용량을 투여한 적극적 투여군과, 3.5 L (1.7-4.0 L) 정도를 투여한 비적극적 투여군으로 나누어 비교를 하였다[11]. 적극적 투여군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 연구로서 Warndorf 등[29]의 연구를 들 수 있으며, 434명을 대상으로 72시간 동안 사용할 수액의 1/3 이상을 초기 24시간 이내에 투여한 군과 이후에 투여한 군을 후향적으로 비교하였다. 적극적 투여군에서 SIRS가 24시간째(15% vs. 32%, p = 0.001), 48시간째(14% vs. 33%, p = 0.001), 72시간째(10% vs. 23%, p = 0.001)에서 모두 의미 있게 감소하였고, 72시간째 장기부전도 의미 있게 감소되었다(5% vs. 10%, p<0.05). 또한 중환자실로의 입원율도 감소되었고(6% vs. 17%, p<0.001), 재원기간도 짧았다(8일 vs. 11일, p = 0.01). 이런 현상은 특히 입원시 간질성 췌장염이 있었던 군에서 더욱 저명하였다[29]. 또 다른 45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관찰연구에서도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액투여한 군이 사망률이 의미 있게 낮았다(0% vs. 18%, p<0.04) [30].
그러나 최근 발표된 전향적 연구에서는 초기의 과도한 수액투여가 폐부종, 복수 및 복강내압을 증가시키며, 과도한 혈액희석을 야기함으로써 예후가 나쁘고, 비적극적 수액투여군에서는 수액의 과량투여로 인한 합병증이 감소되기에 오히려 예후가 좋음을 보고하였다[31,32]. 247명을 대상으로 초기 24시간 이내에 투여된 수액량이 3.1 L 미만, 3.1-4.1 L, 4.1 L 이상인 3군으로 나누어 시행한 전향적 코호트연구를 보면, 초기 24시간 이내 4.1 L 이상 투여된 군에서 의미 있게 높은 지속적 장기부전과 체액저류, 호흡기부전, 신부전이 발생하였다. 반면에 3.1 L 미만 투여된 군에서는 장기부전이나 국소합병증, 사망률이 관찰되지 않았고, 초기 24시간 이내 3.1-4.1 L를 투여된 군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다[31]. 또 다른 115명을 대상으로 초기 48시간 이내 hematocrit을 빨리 교정한 군(<35%)과 천천히 교정한 군(>35%)을 비교한 전향적 연구를 보면, 빨리 교정한 군에서 총 투여된 수액량이 입원 시, 24시간, 48시간째 많았고, 두 군 사이에 초기 7일 동안 hematocrit, oxygenation index, pH, APACHE II scores, 장기부전이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빠른 교정군에서 패혈증 진행하는 기간이 더 빨랐고(7.4 ± 1.9 vs. 10.2 ± 2.3일), 28일째 패혈증의 빈도(78.6% vs. 57.6%)도 높았으며 생존율도 낮았다(66.1% vs. 84.7%, p<0.05) [32].
이 결과를 미루어 보면 수액공급은 빠를수록 좋겠으나, 초기에 너무 많은 양의 수액공급은 장기부전의 증가, 췌장주위 저류액의 증가, 신부전, 호흡기부전, 중환자실 입원율 증가, 사망률 증가, 복부 분획증후군, 패혈증 등을 조장할 수 있기에 지양하는 것이 좋겠으며, 3-4 L 정도를 초기 24시간 내에 환자 상태에 따라 투여하는 것이 좋겠다.
2. 수액의 종류
그러나 어떤 종류의 수액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논란이 있다. 40명을 대상으로 lactated Ringer’ solution과 생리식염수를 이용하여, 혈청 BUN치를 주기적으로 측정하여 투여량을 결정한 군(goal- directed)과 그렇지 않은 군(standard) 등 총 4군에게 수액투여를 시행한 전향적 연구를 보면, 총 투여된 수액양은 goal directed군이나 standard 투여군 사이에 차이(평균 4,300 vs. 4,600 mL, p = 0.87)가 없었고, SIRS의 빈도(11.8% vs. 13%, p = 0.85), 24시간 후 CRP 수치(87.1 vs. 69.2 mg/dL, p = 0.75)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lactated Ringer’ solution을 투여한 군에서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군에 비하여 24시간 후 SIRS 빈도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고(84% reduction vs. 0%, p = 0.035), CRP 수치도 감소시켰다(51.5 vs. 104 mg/dL) [33]. 또 다른 연구로서 41명을 대상으로 초기 8일 동안 lactated Ringer’ solution 단독으로 사용한 군과 hydroxyethyl starch를 같이 사용한 군을 비교하여 급성 췌장염의 초기에 hydroxyethyl starch가 복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hydroxyethyl starch를 투여하였을 때 2-7일 동안에 의미 있게 복압이 감소하였고, 인공호흡기를 적용한 환자비율도 적었다(15.0% vs 47.6%, p<0.05). 그리고 negative fluid balance도 더 빨리 이룰 수 있었다(2.5 ± 2.2 vs. 4.0 ± 2.5 days) [34].
3. 수액투여의 목표
급성 중증 췌장염에서 적절한 혈관내 체액량을 유지하기 위하여 BUN, central venous pressure (CVP), hematocrit, 심박수, 혈압, 소변량 등 여러 가지 지표가 이용된다. 혈청 BUN치를 주기적으로 측정하여 투여량을 결정한 군(goal-directed)과 그렇지 않은 군(standard)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goal-directed군에서도 CRP 호전이나 SIRS에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33]. CVP 또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나 정확한 수액투여량 결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하여 hematocrit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논란이 있다. 즉 입원시 hematocrit>44% 이상이었던 39명(28 necrotizing, 11 Interstitial)을 대상으로 입원시와 24시간에 hematocrit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24시간 이내에 hematocrit이 감소되지 않았던 군에서 의미 있게 괴사성 췌장염이 많이 발생하였다(12/28명 vs. 0/11, p = 0.009) [35]. 그러나 최근에 115명을 대상으로 초기 48시간 이내 hematocrit을 빨리 교정한 군(<35%)과 천천히 교정한 군(>35%)을 비교한 전향적 연구를 보면, 빨리 교정한 군에서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기간이 더 짧았고(7.4 ± 1.9 vs. 10.2 ± 2.3일), 28일째 패혈증의 빈도(78.6% vs. 57.6%)도 더 높았으며 생존율도 낮았다(66.1% vs. 84.7%, p<0.05) [32].
또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시행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protocol-based 수액투여(32명)군과 경험적 수액투여(13명)군을 비교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protocol-based 투여군이 경한 임상경과를 밟았고(OR = 11.2; 95% CI: 1.9-68.7, p = 0.002), 짧은 재원기간을 가졌으며(7 vs. 3일, p = 0.01), CT 촬영 비율이나(100% vs. 15.6%, p<0.001), 항생제 사용률이 낮았다(50% vs. 3.1%, p = 0.01).
일본의 급성 췌장염 권고안에서는 수액의 종류는 우선적으로 lactated Ringer’액을 추천하며, 탈수나 입원 초기에 shock에 빠진 경우에는 초기에 150-160 mL/h 속도로 주의 깊게 투여하며, 탈수가 없는 환자의 경우는 130-150 mL/h의 속도로 투여하기를 권고한다. 또한 수액요법 중에는 소변량은 최소 0.5 ml/kg/h 이상, 평균 동맥압은 65 mmHg 이상 되도록 유지 하여야 하는데, 이 조건을 만족하면 수액 투여속도를 낮추면서 순환혈액량을 재확인하여 투여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권고한다[36].
결 론
급성 췌장염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빠른 중증도 판단과 적절한 수액 치료는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여러 가지의 중증도 분류 기준이 있지만 장단점이 있어 사용하는 기관마다, 입원상황마다 필요성을 달리한다. 2012년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법이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겠으며,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BISAP 점수나, ICU에서의 APACHE II 점수 등도 사용할 수 있겠다.
적절한 수액 치료는 급성 췌장염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투여 용량 및 속도에 대해서는 상충되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므로 결국은 어떤 수액을 어떤 속도로, 어떻게 투여할 건지에 대한 더 나은 연구들을 기대하게 된다. 초기 24시간 이내에 3-4 L 가량의 lactated Ringer’액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여하는 것이 좋겠으나, 순환혈액량을 평가하면서 적절하게 조절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