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은 각종 췌담관질환에서 치료목적으로 흔히 시행되는 시술이나,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에 있어 필수적인 선택적 삽관술의 성공률은 85-9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1]. 담관의 선택적 삽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침형 절개도를 이용한 조임근절개술(sphincterotomy), 이중 유도 철사 기술(double guide wire technique), 경췌중격절개술(transpancreatic septotomy), 점막내 절개 기술(intramucosal incision technique) 등 다양한 삽관 방법이 보고되었다[2]. 이중 경췌중격절개술은 반복적으로 주췌관으로 삽관될 때, 유도선을 주췌관에 거치 후에 조임근 절개기(sphincterotome)를 이용하여 총담관 방향으로 절개를 함으로써 췌관과 담관 사이의 중격을 제거하여 담관을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최근 연구에서 경췌중격절개술은 침형절개도를 이용한 조임근절개술과 비교하여 비슷한 성공률을 보이면서 합병증은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3]. 현재까지 국내외 보고에서 경췌중격절개술과 관련되어 심각한 합병증은 보고된 바가 없는 바, 본 증례에서는 담석췌장염 환자에서 경췌중격절개술 후 발생한 벽내 십이지장 혈종(intramural duodenal hematoma)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84세 남자가 내원 1일 전부터 발생한 급성 복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담낭담석, 고혈압 외 특이병력은 없었고 과거 만성 음주 병력이 있었으나 최근 4-5년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내원 당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혈압은 148/73 mmHg, 체온 36.0°C, 맥박 109회/분, 호흡수 18회/분이었다. 장음 정상에 상복부 압통이 있었고 머피 징후와 반발 압통은 없었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수 11,370/mm3, 혈색소 15.4 g/dL, 혈소판 155,000/mm3였다. 일반 화학검사에서 아밀라아제 151 U/L, 리파아제 930 U/L, 총 빌리루빈 2.2 mg/dL, 직접 빌리루빈 1.6 mg/dL,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 92 IU/L,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 58 IU/L, 알칼리성인산염분해효소 100 IU/L였다. 복부 단순촬영 검사에서는 마비성 장폐색을 시사하는 소견이 있었다. 조영증강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췌장 두부 주변 염증 및 침윤 소견, 총담관이 12 mm까지 확장되어 있었고 췌장 몸통 부위 주췌관이 3.4 mm만큼 확장된 소견, 6.2 mm의 방사선 불투과성 담낭담석이 관찰되었다(Fig. 1). 전산화 단층촬영 중증 지표 C, BISAP score 2의 담석에 의한 급성 췌장염으로 판단 하에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을 실시하였다.
총담관의 십이지장내 부위가 길어 담관의 선택삽입이 어려웠고, 반복적으로 주췌관으로 삽관되어 경췌중격절개술 시행하여 담관 입구를 노출시킨 뒤 담관으로 유도선을 삽입하였다. 답관 입구에서 추가로 내시경조임근절개술을 시행하였고, 주췌관에 플라스틱스텐트(single pigtail plastic stent, 직경 5 F, 길이 5 cm, Cook Medical, Winston-Salem, NC, USA)를 삽입하였다(Fig. 2). 풍선 카테터를 이용하여 총담관 내 담즙찌꺼기를 제거하였으며, 내시경 조임근절개 부위에서 소량의 출혈이 있어 에피네프린 도포 후 지혈을 확인하였다. 시술 후 복통이 호전되고 혈청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화되어 식사를 진행하였으나 시술 후 6일째 구토가 한차례 발생하였다. 당시 신체검진에서 특이소견은 없고, 복부 단순촬영에서는 경미한 마비성 장폐쇄 소견이 관찰되었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수 6,380/mm3, 혈색소 13.2 g/dL, 혈소판 211,000/mm3였다. 일반 화학검사에서 아밀라아제 58 U/L, 혈청 리파아제 63 U/L, 총 빌리루빈 2.1 mg/dL,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 26 IU/L,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 27 IU/L, 알칼리성인산염분해효소 83 IU/L였다. 구토 원인은 마비성 장폐쇄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였고, 시술 후 7일째 복부 X선 검사에서 장내 가스 음영은 호전되어 다시 식이 진행하면서 특이 증상의 호소가 없어 시술 후 8일째 퇴원하였다.
환자는 퇴원 후 3일째, 구토, 상복부 동통을 주소로 다시 응급실 내원하였고, 의식 저하와 함께 혈압 80/46 mmHg, 체온 35.0°C, 맥박 114회/분, 호흡수 16회/분이었다. 환자는 심한 구토로 매우 탈수된 소견을 보였으며, 상복부의 압통이 관찰되었고,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수 20,840/mm3, 혈색소 18.3 g/dL, 적혈구용적률 52.6%, 혈소판 391,000/mm3였다. 일반 화학검사에서 아밀라아제 152 IU/mL, 혈청 리파아제 151 IU/mL, 총 빌리루빈 1.9 mg/dL, 직접 빌리루빈 0.1 mg/dL,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 31 IU/L,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 30 IU/L, 알칼리성인산염분해효소 87 IU/L였다. 조영증강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불규칙한 경계의 조영증강되지 않는 병변이 52 × 32 mm의 크기로 췌장 두부 주변에서 관찰되었고, 십이지장 세 번째 부위를 압박하여 내강이 좁아져 있었다(Fig. 3A).
비위관 삽관 후 배액, 금식 및 총정맥 영양을 유지하면서 치료하였고, 이후 의식 호전되고 환자 상태가 안정화되어 상부 위장관 내시경 및 초음파 내시경을 시행하였다. 상부 위장관 내시경에서 점막의 발적을 동반한 십이지장 내강을 막는 벽내 십이지장 종괴가 관찰되었고(Fig. 3B), 초음파 내시경에서 십이지장 벽으로 약 29 mm의 이질성의 에코를 보이는 종괴 양상의 병변이 관찰되어, 벽내 십이지장 혈종으로 진단하였다(Fig. 3C). 이후 금식을 유지하면서 조영증강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재입원 후 13, 29일째에 촬영했고 혈종으로 의심되는 병변의 크기는 점점 감소하였다(Fig. 4). 재입원 20일째 검사한 가스트로그라핀(gastrografin)을 이용한 상부 위장관 조영술에서 십이지장에 폐쇄 부위는 호전되어 조영제의 통과가 관찰되었다. 이후 환자는 식이 진행하면서 전신상태 호전되어 재입원 56일 후 퇴원하였다.
고 찰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에서 선택적 담관 삽입이 어려운 경우, 다양한 삽관법이 시도될 수 있다. 이중 경췌중격절개술은 쉬우면서 안전하고 높은 삽관 성공률을 보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Catalano 등[4]은 선택적 담관 삽입에 있어 경췌중격절개술이 침형절개도를 이용한 조임근절개술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100% vs. 77%, p = 0.01). 이 연구에서 합병증은 경췌중격절개술의 경우 3.5%로 낮았고 대부분이 경미한 췌장염이었으나, 침형절개도를 이용한 조임근절개술의 경우 17.7%의 상대적으로 높은 합병증 비율을 보였다(p = 0.12). Miao 등[3]은 경췌중격절개술과 침형절개도를 이용한 조임근절개술 간에 성공률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으나, 합병증은 경췌중격절개술이 8.3%로 침형절개도 조임근절개술의 24.2%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하였다(p < 0.05). 이 보고에서 경췌중격절개술 후에는 경증의 췌장염과 담관염만이 보고되었다. 그러나 본 증례에서는 담석췌장염 환자에서 경췌중격절개술 후에 발생한 벽내 십이지장 혈종으로 인하여 장폐색 및 저혈량쇼크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였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벽내 십이지장 혈종은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 후 발생하는 매우 드문 합병증으로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 후 뿐만 아니라 외상, 상부 위장관 내시경 조직검사, 항응고제 치료의 경우에서도 보고된 바가 있다[5-9]. 벽내 십이지장 혈종은 출혈뿐만 아니라 장폐색, 췌장염, 장천공, 담도 폐색 또한 동반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6,10]. 그러나 그 빈도가 드물어 접할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 본 증례에서 환자는 내시경 시술 후 6일째부터 구토 등의 장폐색 증상이 있었으나 초기에 벽내 십이지장 혈종 등의 합병증을 의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진 경향이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 당시 혈소판 감소증, 응고 장애, 항혈전제 투약력 등 출혈을 일으킬 특별한 위험인자가 없었다. 본 환자에서 기존에 안전하다고 알려진 경췌중격절개술 후에 심각한 출혈 합병증이 생긴 것은 시술 당시 있었던 급성 췌장염도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였을 때 방출되는 췌장염 효소가 괴사성 동맥염을 일으키고 혈관의 탄성 조직을 분해하고 혈관 벽의 구조를 왜곡시킴으로써, 동맥류, 가성동맥류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11]. 뿐만 아니라 가성동맥류의 동반 여부와 관계 없이 심각한 염증과 국소 괴사 등은 주 혈관(major vessel)의 미란(erosion)을 야기하여 위장관, 후복막강, 복강 내로 심각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12]. 기존의 국내 보고에서 벽내 십이지장 혈종은 췌장주변 액체고임(peripancreatic fluid collection),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중증 급성 췌장염 환자에서 발생하였다[13,14]. 그러나 본 증례에서는 장기부전 및 국소 합병증이 없는 경증의 급성 담석 췌장염 환자에서 벽내 십이지장 혈종이 발생하였으며, 또한 췌장염이 호전되는 추세에서 벽내 십이지장 혈종이 발생한 점으로 볼 때, 췌장염이 벽내 십이지장 혈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본 증례를 통해 급성 췌장염이 있는 환자에서 경췌중격절개술 시행시 합병증 발생에 대해 주의를 요하겠다. 향후 췌장염이 있는 환자에서 경췌중격절개술의 출혈 위험성 및 합병증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벽내 십이지장 혈종은 십이지장 폐색 뿐만 아니라 담관 및 주췌관의 폐쇄를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하여 담관염 및 췌장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5]. 본 증례에서는 이미 담석성 급성 췌장염이 동반되어 있어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로 인한 췌장염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하여 주췌관내 플라스틱 배액관을 삽입하였다. 그 이후 췌장염의 악화는 없었지만 벽내 십이지장 혈종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 후 췌장염의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군 및 이미 췌장염이 있는 환자에서 경췌중격절개술을 시행할 경우에는 예방적 주췌관 스텐트 삽입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벽내 십이지장 혈종의 치료로 대증적 치료, 내시경적 치료, 수술적 치료가 다양하게 보고되었다[6-9,15]. 본 증례에서는 벽내 십이지장 혈종으로 인한 십이지장 폐쇄로 구역 및 구토 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불안한 생명징후를 보였고, 초음파 내시경에서 혈종 배액의 중요한 지표로 판단되는 액화가 충분히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침습적 시술보다는 비위관 삽관 후 배액, 금식 및 총정맥 영양공급 등의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였다[7]. 그러나 결국 환자는 시술 후 발생한 합병증에 의하여 2개월의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환자에서 조기에 혈종 배액 등의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였다면 임상 경과가 단축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향후 벽내 십이지장 혈종과 같은 드물고 치명적인 합병증에 대한 최적의 치료방법에 대하여 다기관 연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