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은 주로 십이지장 유두부에서 나타나는 양성종양으로 알려져 있으며, 발생빈도가 낮고 아직 명확한 기원이 밝혀진 것은 없다. 독특한 조직학적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상피모양세포, 신경절세포, 방추형세포 등이 섞인 특징적인 소견을 나타낸다.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점막 궤양으로 인한 출혈이나 크기가 큰 경우에는 드물게 장폐색이나 담도 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 양성종양이지만 림프절 침범이나 원격전이가 발생된 예도 보고되어 있다[1].
저자들은 내시경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조직검사상 신경내 분비종으로 진단된 십이지장 주유두부의 점막하 종양에 대해서 내시경적 유두부 절제술로 완전 절제를 시행하였고, 병리 소견상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이 진단된 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41세 남자가 건강검진에서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상 주유두부 종괴 소견이 관찰되어 내원하였다. 환자는 20갑년의 흡연력과 주 1회 소주 반병의 음주력 있었으며 다른 과거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환자는 위장관계 증상은 없었다. 활력 징후는 혈압 129/76 mmHg, 맥박수 55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6.3°C였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병색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체 검진에서 결막 창백이나 공막의 황달 소견은 없었고 경부에 만져지는 종괴나 림프절은 없었다. 호흡음, 심음은 정상이었으며 복부압통, 반발통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촉진되는 종괴도 없었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5,400/mL, 혈색소 13.8 g/dL, 혈소판 227,000/mL였고, 아스파라진산 아미노전이효소 18 IU/L,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14 IU/L, 총 빌리루빈 0.4 mg/dL,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70 IU/L, 감마 글루타밀전이효소 14 IU/L, CA 19-9 7 U/mL였다. 십이지장경 검사에서 바터 팽대부에 정상 점막을 가진 융기된 점막하 종양이 관찰되었고 측면에 홍반성 미란이 있었다(Fig. 1).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십이지장 유두부의 2.3 cm 크기의 둥근 모양의 종양이 관찰되었고 주변 혈관으로의 침범 소견이나 담도, 췌관의 확장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복부 임파선이나 기타 장기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Fig. 2).
내시경 초음파검사에서는 2.4 × 1.4 cm 크기의 경계가 잘 지어지는 저에코의 종양이 바터 팽대부의 점막하 층에 국한되어 관찰되었으며 담도와 췌관의 확장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3). 조직학적 확진을 위해 십이지장경에서 보이는 종양에서 조직생검을 시행하였고 신경내분비종 소견이 관찰되었다. 유사분열수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세포증식 인자인 Ki-67이 2%로 Grade 1에 해당하여 분화도가 좋은 신경내분비종으로 생각되었다. 종괴가 바터팽대부에 국한되어 있고 종괴가 2.4 cm 정도로 내시경적 절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어 내시경적 유두부절제술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십이지장경 소견에서 종양의 측면에서 관찰된 발적된 미란 부위를 통하여 시술전에 hand-made insulated PTFE (polytetrafluoroethylene) stent [2]를 삽입하였고 이후 올가미로 종양을 잡은 후 전기 소작술을 시행하였다. 소작술 시행후 올가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hand-made insulated PTFE stent가 빠졌고 췌장염 예방을 위해 다시 췌관에 5 Fr 플라스틱 스텐트를 삽입 후 시술을 종료하였다(Fig. 4). 시술 후 급성 출혈이나 췌장염 등의 합병증은 없었고 시술 3일째 다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시술 부위의 출혈이 없음을 확인하고 퇴원하였다.
절제된 병변은 육안상으로 점막하에 국한된 경계가 매우 잘 지어지며 분엽화된 종양이었고 미백색의 색을 띄었으며 3.5 × 2.3 × 1.7 cm 크기였다. 조직학적으로 점막하 층의 경계가 잘 지어지는 종양이 관찰되었고 종양의 대부분에서 상피모양세포가 관찰되었으나 종양 깊은 곳에 큰 핵과 경계가 뚜렷한 핵소체, 풍부한 세포질을 가지는 신경절 세포와 돌기형 세포질을 가지는 방추세포가 함께 관찰되었다(Fig. 5). 면역조직화학적 검사상 CD56, synaptophysin, chromogranin A, S100 protein에 양성을 보여 상피양 내분비세포, 신경절세포, 방추세포 세 가지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종양으로 볼 수 있었고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을 진단하였다. 또한 절제 부위 경계부에서는 종양세포가 관찰되지 않았고 혈관 침범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유사분열수 2-20/10HPF, Ki 67이 5-10%로 비교적 분화도가 좋은 양성종양으로 생각되었다.
특이 시술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으며, 시술 2주 후 췌관에 삽입한 스텐트를 제거하였다. 시술 6개월 후 추적관찰한 상부위장관 내시경상 종양의 재발소견은 없었고 절제부위 생검에서도 종양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 찰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은 Dahl 등[3]에 의해 1957년 십이지장의 신경절신경종(ganglioneuroma)으로 처음 보고되었다. 이후 1971년 Kepes 등[4]이 이 종양이 조직학적으로 신경절세포와 신경섬유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졌던 신경절신경종과 유하사지만 대부분 상피모양세포로 이루어진 부신경절종의 병리소견도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기존의 신경절신경종, 부신경절종과는 발생위치, 예후 등의 측면에서 달라 명명을 달리 하여 구분할 것을 제안하였다.
Okubo 등[5]에 의해 2011년 발표된 문헌에 보고된 192예의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에 대한 역학연구와 2015년 발표된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에 대한 일본의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이 종양은 15세에서 84세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평균 발생 연령은 50-60대이다. 90% 이상이 십이지장에서 발견되었고 위장관 계통에서는 공장(1.6%), 식도(1%) 등에서도 보고된 바가 있다. 위장관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이고 복통,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담도 폐색은 드물게 나타난다. 국내에는 담도 폐색을 일으켜 황달로 발현된 증례보고가 하나 있었다[6].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은 조직학적으로 상피모양세포, 신경절세포, 방추형세포의 세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직 그 조직학적 생성기원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Perrone 등[7]은 췌장의 배쪽 원기에서 유래한 과오종이라고 주장하였고, Reed 등[8]은 창자 샘의 기저부에 존재하는 다기능성 줄기세포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하였다. 배아복강 신경절에서 발생한다는 가설과 이소성 췌장에서 발생한 과오종이라는 가설도 있다. 광학현미경으로도 세가지 종류의 세포가 모두 발견되지만 면역조직화학적 검사를 통해서 각 세포의 성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보통 상피양 내분비세포는 somatostatin, CD 56, chromogranin 등에 양성을 보이고 신경절세포는 synaptophysin, somatostatin에 양성을 보이며 방추형세포는 S-100, neurofilament protein 등에 양성반응을 보인다[9]. 세 가지 세포의 구성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조직학적 특성으로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은 분화도가 좋은 신경내분비종(Grade 1)으로 오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유사 분열도와 세포증식 인자인 Ki-67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도 유사하다. 하지만, 5년 생존율이 80% 정도로 보고되고 있는 신경내분비종(Grade 1)에 비해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은 현재까지 단 한 예의 사망 환자만 보고되었다[1]. 예후의 차이 때문에 이 두 가지 종양을 감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의 상피모양세포에서는 췌장 폴리펩타이드가 발현되고 신경내분비종의 상피모양 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차이가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 혈청 췌장 폴리펩타이드 역시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 환자에서만 양성으로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어 추후 종양의 재발 등의 추적검사에 사용할 수 있는 표지자가 생길 것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10].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은 양성으로 나타나며 수술적 절제술, 내시경적 절제술 후 경과도 양호한 편이지만, 진단 당시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가 발견된 예가 보고되었고 치료 후 추적기간 동안 재발한 예도 보고된 바가 있다[11,12]. 따라서 발견시 주변 장기의 침범이나 림프절 전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산화 단층촬영, 내시경 초음파검사 등이 필요하다. 췌담도 내부로의 침범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에 대해서 근치적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 가능하나 이 종양이 대부분 양성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내시경적 절제술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만, 원격 전이의 예가 보고된 바가 있기 때문에 시술 전 정확한 병기 설정과 재발 의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발견하기 위한 추적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장기적인 예후에 관련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한 상황이다.
본 증례에서 저자들은 바터 팽대부의 우연히 발견된 점막하 종양에 대해 조직생검을 시행하였고 신경내분비종 진단 하에 내시경 초음파, 전산화단층촬영 등으로 주변장기, 림프절의 침범 등을 확인한 후에 내시경적 유두부절제술을 시행하였고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으로 확진하였다. 위장관에서 발견되는 점막하 종양의 경우 조직학적 진단이 불충분한 경우가 많고 또한 본 증례와 같은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의 경우 세 종류의 세포 중 일부만 조직검사에서 나타났을 때 오진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근치적 치료뿐 아니라 정확한 병리진단을 위해서도 내시경적 절제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양성종양의 근거가 뚜렷한 경우 신경절세포 부신경절종의 치료로 내시경적 유두부 절제술이 유용한 치료로 생각되며 앞으로 이제까지 보고된 증례들의 추척 관찰을 통한 재발의 확인 등에 대한 진료 지침이 생긴다면 근치적 치료 방법으로 내시경적 유두부 절제술이 정립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