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과 관련된 심각한 심폐합병증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1]. 그런데 실제 심폐합병증은 소화기 내시경 시술 관련한 심각한 손상이나 사망 사고의 약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 고령 환자나 심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시술과 관련한 심폐합병증이 잘 발생하는데 ERCP는 다른 소화기 내시경 검사나 시술보다도 심폐합병증 발생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 환자들을 시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RCP 연관 심폐합병증으로는 심근 경색, 부정맥, 호흡부전(respiratory failure), 저산소증(hypoxemia), 흡인, 혈전 색전증 등이 있으며 진정 또는 마취와 관련하여 발생한다[2]. 이 논고에서는 ERCP와 관련된 심폐합병증의 빈도, 종류 및 위험인자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1. ERCP 연관 심폐합병증의 빈도와 사망률
지금까지 보고된 여러 전향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ERCP 연관 심폐합병증에 대한 빈도와 사망률은 각각 0.2-2.3%, 0.03-0.17%로 낮은 편이다(Table 1). Masci 등[3]이 2년에 걸쳐 9개 병원에서 시행한 다기관 전향적 연구에서 2,444예의 ERCP 시술 중 심폐합병증은 5예로 0.2%였다. Vandervoort 등[4]의 단일 기관 전향적 연구에서도 ERCP 시술 중 심폐합병증은 0.8% (10예/1,223예)로 낮았다. Christensen 등[5]의 단일 기관 전향적 연구에서는 1,177예의 ERCP 시술 중 심폐합병증은 2.3%, 심폐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0.17%로 다른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심폐합병증은 주로 부정맥, 지속되는 흉통, 심근경색, 폐렴 및 호흡부전이었고 2명의 사망 환자는 심근경색과 호흡부전 환자에서 발생하였다. Kapral 등[6]의 다기관 전향적 연구에서 ERCP 시술 중 심폐합병증은 0.9% (28명/3,078예),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0.03%로 가장 낮았다. 최근 ERCP 시술 후 합병증과 관련하여 16,85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1개의 전향적 연구를 포함한 메타분석 결과 12,973명의 환자를 포함한 14개의 연구에서 심폐합병증을 보고하였고, 심폐합병증은 1.33% (173예/12,973명), 사망률은 0.07% (9예/12,973명)였다[7].
2. 심폐합병증의 위험인자
Christensen 등[5]의 연구에서 심폐합병증으로 2명이 사망하였는데, 한 명은 담도염 치료를 위한 담관담석제거는 성공적이었으나 혈액에서 Escherichia coli, Klebsiella species가 자라는 패혈증이 동반된 환자로 시술 당일 심근 경색으로 사망하였고, 다른 한 명은 만성 폐질환과 폐색전증의 병력이 있던 환자에서 시술과 관련된 진정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시술 당일 사망하였다. Kapral 등[6]의 연구에서는 기저 질환으로 관상동맥질환과 심부전이 있던 환자에서 담도염 치료를 위한 ERCP 시행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사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심폐합병증을 5분 이상 확장기 혈압 90 mmHg 미만의 저혈압, 5분 이상 산소포화도 90% 미만, 서맥/심정지 그리고 소생술 시행으로 분류하였고, 중증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가 동반 질환이 없는 환자에 비해 심폐합병증이 유의하게 더 많이 발생하였다(1.7% vs. 0.5%, p=0.004).
ERCP 연관 심폐합병증의 빈도를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와 65세 미만의 환자를 비교한 연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표준 심장 위험요인, 혈역학적 그리고 심전도의 변화가 더 흔하게 발생하였다[8]. 심장 허혈 또는 부정맥 같은 새로운 심전도 변화는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24%, 65세 미만 환자에서 9.3% 발생하였고(p=0.168), 간헐적인 저산소혈증(arterial hypoxemia, SpO2 <90%)은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16.2%, 65세 미만 환자에서는 21.4%에서 발생하였다(p=0.596). 심장 트로포닌 I가 상승하는 지속적인 심근 손상이 65세 미만 환자에서는 0% (56명 중 0명)인데 반해,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는 8% (74명 중 6명)에서 발생하였다(p=0.078). 이 중에서 두 명이 사망하였는데, 한 명은 심근경색, 다른 한 명은 상행 대동맥류(ascending aortic aneurysm)로 인해 사망하였다. 또한 이런 심근 손상이 발생한 환자 6명의 시술 시간은 59.5분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의 26.4분보다 유의하게 길었고(p=0.026), 6명 중 5명이 30분 이상이었다. ERCP 시술 후 췌장염은 저산소증(상대 위험도[relative risk]=5.9;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1.2, 32.0; p=0.027)과 심근 허혈/손상(상대 위험도=4.4; 95% 신뢰구간 1.4, 7.8; p=0.009)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관련이 있었다[8].
이상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패혈증, 만성 폐질환과 폐색전증의 병력, 중증의 동반 심폐질환이 있는 경우, 고령 환자(65세 이상), 시술 시간이 긴 경우(30분 이상), 시술 후 췌장염 등이 ERCP 연관 심폐합병증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데 향후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위험요인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심혈관계 관련 합병증 (cardiovascular-related complications)
ERCP 연관 심혈관계 합병증에는 저혈압, 부정맥, 심근 허혈 또는 심근경색 등이 있다. 자율신경계는 안정된 혈류역학과 관상동맥 혈류량을 적절히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ERCP 시술에 따른 신체적 스트레스와 과량의 진정제 투여에 의해 교감, 부교감 신경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심혈관계 합병증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시술 중 미주신경긴장도(vagal tone)가 감소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심장 부정맥 빈도가 증가하고 심근 허혈과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9-12].
저혈압은 미주신경긴장도 감소와 가장 흔히 연관된 합병증으로 시술 중 일시적으로 발생하였다가 회복되기도 하지만 진정제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 억제 약물이 투여될 경우 지속될 수 있고 이런 결과 심근을 포함하여 주요 장기에 허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ERCP 시술 중 정기적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
부정맥 등 심박동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시술 시작 전부터 회복하기까지 심전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동성 서맥은 베타차단제와 같은 약물을 투약받았던 환자들에게 가장 흔히 발견되는데 내시경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미주신경 자극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심폐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의 경우 분당 50회 미만으로 심박동이 감소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동성 빈맥은 시술에 대한 걱정, 통증, 탈수나 혈액 손실에 따른 저혈압 상태를 보상하기 위한 기전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역시 고위험군 환자에서 시술 중 분당 120회 이상의 심박동이 지속될 경우 심실로 혈액 충만이 불충분하여 심근 등 주요 장기에 허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심근 허혈이나 심근 경색이 생기는 중요한 두 요인은 심근의 산소 요구량의 증가와 심근 혈류량의 감소 때문이다. 현저히 높은 고혈압과 빈맥은 심근의 산소 소비를 증가시키고, 저혈압과 서맥은 심근 혈류량을 감소시켜 심근 허혈이나 경색을 유발한다. 이런 합병증은 시술 중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시술 후 수일 경과한 뒤에도 발생할 수 있다. ERCP 시술을 받는 고령의 심폐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특히 고위험 환자에 해당하므로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 안정화, 시술 중 산소 투여, 빈맥 및 서맥을 포함한 부정맥 조절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4. 호흡 관련 합병증(respiratory-related complications)
저산소증은 가장 흔한 호흡관련 합병증으로 1.5-70%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13]. 주로 진정제 투약에 의한 호흡 저하(respiratory depression)에 의해 발생하는데 고혈압, 심질환 환자, 당뇨병 환자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호흡 저하에 따른 저산소증을 감시하기 위해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er)가 유용하다.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숨을 깊게 쉬도록 환자를 자극하거나 코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데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진정 약물에 대한 길항제를 투여하거나 시술을 중단하고 기도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흡인은 어떤 형태의 진정 요법을 받는 환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합병증이지만, ERCP를 받는 환자에서는 특히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십이지장경(duodenoscope)의 직경이 일반 위내시경보다 훨씬 굵어 구강인두 및 하인두(oropharynx and hypopharynx)의 불편감이 크고, 시술 시간도 길기 때문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받는 환자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깊은 진정이 요구되며, 둘째, 일반적으로 ERCP를 받는 환자군의 전신 상태가 흡인이 더 잘 유발될 수 있는 요인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악성 담도 폐쇄 환자의 경우 위배출구 폐쇄 또는 위 내용물 저류의 위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흡인의 위험이 훨씬 높다. 따라서, 이런 환자군에서는 적절한 위험요인 평가와 함께 시술 전 기관 삽관과 전신 마취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2].
5. 심폐합병증과 진정 또는 마취와의 연관성
심폐합병증은 진정과 진통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제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ERCP 진정목적으로 프로포폴(propofol)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고,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저산소증 같은 문제들이 거의 없으면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중등도 진정 약물들과 동일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14-17]. 또한, 최근 코크란 체계적 리뷰에 의하면 미다졸람과 메페리딘을 사용한 의식하 진정 요법을 받은 환자군과 프로포폴을 이용한 깊은 진정 요법을 받은 환자군에서 심폐합병증 발생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프로포폴을 투여한 환자군에서 ERCP 성공률이 높고, 진정에서 더 빨리 회복하는 경향을 보여, 프로포폴이 일반적으로 더 추천되는 진정 요법이라 하였다[18]. 프로포폴을 이용한 전신마취를 한 환자에서도 일률적인 기도 삽관 없이 ERCP가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다[19]. 고위험군 또는 진정이 어려운 환자들에서는 시술 전 신중한 평가와 마취의와의 협진을 통해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20].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급여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아직 ERCP를 비롯한 치료내시경 시술시 마취의 협진 또는 마취의에 의한 기도삽관 후 ERCP를 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며, 미다졸람과 달리 프로포폴의 경우 길항제가 없기 때문에 고령 및 폐질환 등이 있는 심폐합병증 고위험 환자의 경우 사용시 주의가 필요하다.
6. ERCP 연관 심폐합병증 예방을 위한 노력
ERCP 시술 중 심폐합병증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진정 중 환자 감시에 관한 연구로, ERCP 시술 중 호기말 이산화탄소분압측정 감시(capnography monitoring)가 표준 감시에 비해 저산소증(hypoxemia), 심각한 저산소증(severe hypoxemia) 그리고 무호흡(apnea)을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더 잘 발견할 수 있어 심각한 심폐합병증으로의 진행을 막아 환자의 안전을 향상시킨다는 보고가 있다[21]. 또한, 최근 유럽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발표한 내시경 시술 중 비마취의에 의한 프로포폴 진정에 관한 임상권고안에서는 고위험군 환자, 깊은 진정이 요구되는 시술 그리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시술에서는 호기말 이산화탄소분압측정 감시를 고려할 것을 추천하고 있고[22], ERCP 시술 시의 진정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의료 여건을 감안하면 고가의 비용 등으로 실제 임상적 적용이 쉽지 않으며, 아직 호기말 이산화탄소분압측정 감시가 임상적으로 ERCP 시술 관련 심폐합병증의 예방 및 감소에 얼마나 유용한지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ERCP 시술시 호기말 이산화탄소분압측정 감시를 권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시술 관련 ERCP 시술 관련 심폐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술 전 위험인자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대비가 중요하며 시술 중, 시술 후 심폐활력 징후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에 맞게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결 론
ERCP 시술 관련 심폐합병증은 다른 합병증에 비해 드물게 발생하지만 심각한 장애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중대한 합병증이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에 심폐 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나 시술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심폐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시술 전 위험인자에 대한 평가는 물론 시술 중, 시술 후 철저한 심폐 활력징후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부주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폐합병증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 또는 마취와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물 선택 및 투여 용량에 대해서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