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담관은 간에서 대사된 물질과 간으로부터 분비되는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흘려보내는 연결 통로로서 정상적인 담관 내압은 10-15 cmH2O 정도이다[1]. 담관 확장은 담즙이 흐르는 통로에 발생한 문제에 의하여 정상보다 늘어난 상태를 말하는데 이 경우 담관 내압은 30 cmH2O까지 상승하게 되고 담즙의 분비가 멈추게 되어 담관 확장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영상학적 진단장비의 발달과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무증상이고 생화학적 검사에서 정상인 담관 확장을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정상 해부학적 변화로부터 질환이 동반된 경우까지 다양한데, 병적인 담관 확장은 담관 담석이나 원위부 협착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되며, 협착의 원인으로 양성부터 악성 질환까지 다양하다. 본 내용에서는 우연히 발견된 무증상 담관 확장에 대한 임상적 접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담관 확장을 평가하는 데 있어 고려되어야 할 사항
정상 담도계 해부학적 구조는 문맥을 따라서 간내 담관이 나란히 주행하고, 좌우 간내 담관이 간문부에서 합류하여 총간관(common hepatic duct)을 형성하는데, 합류부는 대개 간내에서 이뤄지나 일부에서는 간 밖에서 합류되기도 한다. 총간관은 간문부에서 담낭관이 합류하는 지점까지를 지칭하며, 이 후 부위는 총담관으로 췌장 두부 내를 지나 십이지장 유두부로 개구한다. 담관의 직경은 검사방법과 측정 부위에 따라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복부 초음파를 이용한 연구에서 정상 담관의 직경은 간내 담관 2-3차 분지는 1 mm, 간문부 주위 간내 담관은 2 mm, 간외 담관은 4 mm 내외로 알려져 있다[2].
담관 확장을 진단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는 담관 직경을 측정하는 검사방법과 환자 상태 등이 있다. 담관 직경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검사방법으로는 복부 초음파(ultrasonography),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 초음파내시경(endoscopic ultrasonography), 내시경역행성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등이 있으며, 각 검사방법에 따라 담관 직경 측정치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복부 초음파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 담관 확장을 확인하는데 기본 검사라고 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를 이용한 정상 담관 직경 측정과 관련한 전향적인 연구에서 정상 총담관의 평균 직경은 4.1 mm였고, 정상 대조군의 4%에서만 7 mm 이상의 직경이 관찰되어, 총담관의 직경이 7 mm 이상일 때 확장된 것으로 정의하였고[3], 국내 연구에서도 건강 대조군 230명을 대상으로 근위부 총담관을 측정한 평균 담관 직경은 4.5 ± 1.8 mm였고, 정상인의 95%가 직경이 7.3 mm 미만이어서 총담관의 직경이 7 mm를 초과하였을 경우 확장된 것으로 정의하였다[4].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담관 직경 측정시 복부초음파로 측정한 경우보다 1-2 mm 정도 확대될 수 있는데, 이는 담관 내강(lumen)과 담관벽이 함께 측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산화단층촬영영상에서 담관 직경 측정시 이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 내시경역행성담췌관조영술의 경우 담관 내로 조영제를 주입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담관내 압력 증가와 조영제가 담즙 분비를 일부 촉진하는 작용으로 총담관 직경은 복부 초음파나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에서 보다 더 확대되어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복부 초음파보다 2 mm 정도 크게 측정된다[5,6].
측정 대상자의 영향인자로서 나이가 증가할수록 담관 조직의 탄력성과 수축력의 감소로 인해 확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령의 경우 8-10 mm까지 정상 범위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담낭절제술의 병력이 있는 경우 수술 전과 비교해서 담관이 확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낭절제술 전 후에 있어 담관 직경을 측정한 후향적 연구에서 담낭절제 전 담관의 평균 직경은 4.1 mm였고, 수술 후 6개월 및 12개월에 측정한 평균 담관 직경은 각각 5.1 mm와 6.1 mm로 수술 후 담관 확장이 진행되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7 mm 이상 담관이 확장된 경우도 각각 24.4%와 29%로 보고하였다[7]. 이는 담낭이 맡았던 담즙의 보관 기능을 담관이 부분적으로 담당하기에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아무런 원인 없이 10 mm까지 담관이 확장될 수 있다[8].
이상을 요약해 보면, 담관 직경 측정시 사용하는 검사방법, 나이, 담도계 수술 병력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복부 초음파나 자기공명담췌관조영 검사를 통하여 측정된 직경을 기준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며, 총담관 직경이 7 mm 이상인 경우, 그리고, 고령이나 담낭절제술을 시행받은 경우에는 10 mm 이상인 경우를 확장된 것으로 보편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담관 확장의 원인
담관 확장 정도는 폐쇄 기간이나 원인에 따라 다르고, 담관 자체와 주위 간실질의 상태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며 병변의 위치에 따라 담관 확장의 부위도 다르게 나타난다. 담관 확장을 유발하는 원인들로는 고령이나 담도계 수술과 관련한 생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병적인 원인으로는 폐쇄성과 비폐쇄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Table 1). 폐쇄성 담관 확장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양성 및 악성 질환들이 있는데, 양성 질환으로는 담관 담석, 담도계 기생충 감염, 오디괄약근 기능 이상, Mirizzi 증후군, 팽대부 협착 등이 원인이다. 또한, 췌장염에 의하여 췌장 두부가 부어서 담관을 압박하는 경우나 원위부 담관의 양성 협착 등에 의해서도 담관 전체의 확장이 발생할 수 있다. 담관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경우가 임상에서 가장 흔한데, 이 경우에는 원위부 담관에 병변이 있을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대표적인 원인은 결석이다. 악성 질환으로는 담관의 폐쇄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서 담관 확장이 관찰되는 양상과 그 원인에 차이가 있는데, 전반적인 간내 및 간외 담관이 확장된 경우에는 췌장두부암, 원위부 담관암, 십이지장 유두부암과 같은 팽대부 주위 종양과 타 장기 암의 림프절 전이에 의해 담관 폐쇄가 일어나는 경우이다. 원위부 담관의 직경은 정상이고 췌장으로 내려오기 직전의 중부 담관부터 확장이 된 경우에는 원발성 담관암, 담낭암의 담관 침범, 타 장기 암의 림프절 전이 등에 의한 담관 확장이 대부분이며, 간문부 주위와 그 상부의 담관이 확장되는 경우에는 간문부 담관암(Klatskin’s tumor), 타 장기 암의 림프절 전이, 간내 종양이 이에 해당한다[9]. 종양에 의한 담관 폐쇄는 담석에 비하여 담관 확장이 더 심하게 관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담관 결석이나 양성 협착에 의한 경우는 폐쇄가 불완전하고 담관 벽에 만성 염증성 변화가 있어서 탄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악성 폐쇄 원인들에 비해 담관 확장 정도가 심하지 않다.
비폐쇄성 담관 확장의 원인으로는 담관 낭종과 팽대부 게실이 있다. 담관 낭종의 발생 기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췌담관합류 이상으로 인하여 췌장액이 담관으로 역류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팽대부 주위 게실과 담관 확장과의 인과 관계는 논란이 있으며, 팽대부 주위 게실을 가진 150명에 대한 후향적 비교 분석 연구에서 팽대부 게실 유무에 따른 담관 직경에는 차이가 없었으며, 담낭절제술의 병력이 있는 경우 담관 직경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11]. 이 연구에서 팽대부 주위 게실이 있는 경우와 정상 대조군에서 담관의 직경은 각 각 6.9 mm와 6.8 mm로 통계학적인 차이가 없고(P = 0.7), 게실의 크기도 담관 직경 사이에 관련이 없었다. 또한, 담낭절제술 및 담석이 팽대부 게실 유무와 관계없이 담관 확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팽대부 게실이 담관 확장을 일으키는 기전으로는 게실 자체가 담관을 압박하여 기계적 폐쇄와 관련된 것과 게실내 세균 증식으로 인한 담도계 감염을 제시하고 있는 두 기전 모두 담석 발생과 관련이 있어, 담석으로 인한 담관 확장이 더 근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12].
담관 확장의 진단적 접근 방법
복부 초음파 검사는 증상의 유무에 관계없이 담관 확장을 진단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검사로서 개원가에서도 보편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담관 확장의 범위 및 동반되는 담관질환을 확인할 수 있으나, 시술자의 숙련도, 인접 장 내의 가스 유무, 환자의 비만 여부에 따라 검사에 차이를 보이며, 해부학적으로 췌장 두부에 위치한 원위부 담관을 관찰하는데 한계가 있다. 비록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담관 확장을 확인하였더라도, 추가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무증상의 담관 확장이 확인된 검진 대상자를 대상으로 담관 확장 원인을 찾기 위해 내시경역행성담췌관조영술과 추적관찰 영상 검사를 시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9]. 이 연구에서 무증상 담관 확장을 보인 77명 중 내시경역행성담췌관조영술을 시행받은 49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20명(40.8%)이었고, 8명(16.3%)에서 담관 종양, 담관 낭종, 췌담관 합류 이상과 같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과거 내시경역행성담췌관조영술은 췌담도질환을 진단하는데 있어 유용한 검사였으나, 최근 영상 기기의 발달과 초음파 내시경의 보급으로 진단목적의 내시경역행성췌담도 조영 검사는 권고되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영상 검사에 앞서 환자의 증상 유무나 혈액 검사에서 간기능 검사의 이상 동반 여부 따라 임상적 접근을 달리하여야 할 것이다. 무증상의 담관 확장이 있으면서 복부 초음파나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 47명을 대상으로 간기능 이상 유무에 따라서 초음파 내시경으로 담관 확장의 원인을 알아본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정상적인 간기능 수치를 보인 32명의 환자 중 2명(6%)에서만 원인질환이 발견되었는데, 팽대부 주위 게실과 담관 담석이 각 1예씩이었다. 이에 반하여 간기능 수치의 이상을 동반한 환자 15명 중에서는 8명(53%)의 환자에서 원인질환이 발견되었는데, 담관 담석, 팽대부 주위 게실, 팽대부 종양이었다[13]. 이를 통해 간기능 수치의 이상을 동반한 담관 확장 환자에게서 추가 검사를 실시하여 원인을 밝힐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담관 확장이 있는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동반된 증상 유무나 간기능 검사 수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여, 추가적인 영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원인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복부 초음파에서 확인된 담관 확장에 대한 추가적인 영상검사로는 전산화단층촬영과 자기공명담췌관조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전산화단층촬영은 복부 초음파 다음으로 흔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로써, 담관의 해부학적 구조뿐만 아니라, 인접 장기의 침범 여부와 병변의 위치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조영제를 사용해야 담관과 인접 장기와의 감별이 가능하여, 신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시행하기 어려우며, 방사선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14]. 자기공명담췌관조영 검사는 다른 검사방법에 비해 비침습적으로 담췌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목적의 내시경역행성췌담관조영 검사를 대체하고 있다[15]. 이는 조영제 사용이 필요하지 않으나,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초음파 내시경은 내시경 선단에 초음파 탐촉자를 장착하여 십이지장 구부에서 인접한 담관을 관찰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와 비교해서 침습적이기는 하지만 근접한 위치에서 담관을 검사할 수 있어, 담관의 직경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자기공명담췌관조영 검사와 마찬가지로 담관 전체를 관찰할 수 있어 담관 내의 병변을 찾아내는데 아주 유용한 검사방법으로 최근에 각광받고 있으며, 진단의 정확성에 있어서는 자기공명담췌관조영 검사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담관 담석과 담관 협착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초음파 내시경은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에 의해서 행해져야 하기에 개원가에서는 초음파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기관에 환자를 의뢰하여야 하고, 또한 이 역시 진단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에 담관 담석 등이 발견되어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는 다시 내시경역행성 담췌관조영 검사를 해야만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