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담낭암은 비교적 드문 암으로 국내의 경우 10만 명당 6.1명에서 발생하나 담도계에 발생하는 암종 중에서는 80-90%의 높은 빈도를 보인다[1,2].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적 절제가 필요하나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10%에 불과하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예후가 매우 불량하여 5년 생존율이 5% 미만이다[2,3]. 이러한 진행성 담낭암 환자에서 고식적 병합항암요법은 보존적 치료만 받는 경우에 비해 유의한 생존 기간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은 수 개월에 불과하다[4].
황달은 담관 폐쇄가 동반되었음을 의미하며, 담관 폐쇄가 동반된 담낭암 환자에서는 담낭 및 담도염의 치료 및 예방과 황달의 호전을 위해 담관배액술이 필요하다[5]. 한편, 간문부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양측 간엽에 적절한 배액술이 이루어질 경우, 생존 기간이 증가함을 보고한 바 있다[6].
본 저자들은 황달을 동반하고 복막 및 림프절 전이가 확인된 진행성 담낭암 환자에서 Y-형 자가확장 금속 스텐트를 이용한 양측성 담관배액술, 수 차례에 걸친 고식적 목적의 항암 치료 및 플라스틱 스텐트를 이용한 담관배액술 후 병변의 크기가 현저히 감소하여 근치적 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던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9세 남자가 내원 5일 전부터 발생한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내원 2-3일 전부터 대변색이 하얗게 변하였고, 1일 전부터는 전신의 가려움증이 있었다. 그 외 발열, 오한, 체중감소, 전신 쇠약감, 야간 발한 등 호소하는 증상은 없었다. 과거력 및 가족력에서 특이 병력은 없었으며, 10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내원 당시 활력 징후는 혈압 124/91 mmHg, 맥박수 88회/분, 호흡수 16회/분, 체온 36.7℃였다. 이학적 검진에서 공막과 전신의 황달 소견이 있었고, 복부 진찰에서 복부팽만, 반발통, 압통, 간비종대는 없었다. 만져지는 림프절 종대는 없었다.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8,670/mm3, 혈색소 14.4 g/dL, 혈소판은 260,000/mm3였고, 일반 화학 검사에서 간 기능 검사는 아스파라긴산 아미노전달효소 157 IU/L, 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 405 IU/L,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745 IU/L,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1,163 IU/L, 총빌리루빈 24.5 mg/dL였다. 혈액응고 검사는 프로트롬빈시간 0.95 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32.2 sec, 피브리노겐 674 mg/dL였다. 아밀라아제 48 U/L, 리파아제 57 U/L였고, 종양표지자 검사는 CA 19-9 520 U/mL, carcinoembryonic antigen (CEA) 29.6 ng/mL로 증가 되어 있었다. C-반응성단백은 0.80 mg/dL였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담낭벽의 음영이 증강되었으며, 불규칙하게 두꺼워져 있어 담낭암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담낭의 종양은 간문부 주변의 연조직까지 침범하여 Bismuth 3A형의 담도 폐쇄를 동반하고 있었으며, 우간동맥을 감싸는 소견과 함께 총간동맥 주변의 림프절 전이 및 복막의 전이가 확인되었다(Fig. 1). 자기공명췌담관조영술에서 담도 폐쇄 소견이 확인되었으며(Fig. 2),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 결과에서도 림프절과 복막으로 전이된 담낭암이 확인되어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하였다(Fig. 3). 담도 폐쇄 소견에 대해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을 통해 7 Fr×10 cm 이중 플라스틱 스텐트를 삽입하여 담도 감압하였고, 1주일 후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 재시행하여 양측성 Y-형 금속 스텐트(우측 담도: 10 mm×8 cm 태웅 비피막형 자가확장금속스텐트, 좌측 담도: 10 mm×10 cm 하나로 비피막형 자가확장금속스텐트)를 삽입하였다(Fig. 4).
스텐트 삽입 후 고식적 목적으로 젬시타빈(1,200 mg/m2)과 시스플라틴(60 mg/m2)의 병합 투약을 시작하였고, 13차례에 걸쳐 투약하던 중 항암제에 대한 반응 자체는 안정 병변으로 평가되었으나 중등도의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여 5-플루오로우라실(800 mg/m2), 독소루비신(30mg/m2), 마이토마이신 C (8 mg/m2) 병합요법으로 약제를 변경하여 한 차례 투약하였다. 이후 반복적으로 담관염 및 균혈증이 발생하여 3개월간 입원 치료하였고 항암 치료는 다소 지연되었다. 담관염 회복 후 추적 영상 검사에서 병변 악화 소견이 보여 류코보린(20 mg/m2)과 5-플루오로우라실(425 mg/m2)의 병합요법으로 변경하여 3 차례 시행하였다. 항암 투약 중 추적 영상 소견은 안정 병변으로 평가되었으나, 약제에 의한 가려움증 및 피부 발진이 발생하여 경구 테가푸르/우라실(300 mg/day, 672 mg/day) 요법으로 변경하여 6차례에 걸쳐 투약하였다. 여러 차례 약제를 바꿔가며 4차 병합요법까지 항암 치료를 유지하는 가운데 반복적으로 담관염 및 균혈증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을 통한 플라스틱 스텐트 삽입술 및 경피적 담즙 배액술을 수 차례에 걸쳐 시행하였으며, 항생제 투약 및 입원 치료 후 담관염은 조절되었다.
2년 3개월여간 치료한 후 외래에서 시행한 전산화단층촬영 결과 우간동맥 주위 침범 부위, 대동맥 주변의 림프절 전이 및 복막의 전이 부위의 호전이 확인되었고, 종양표지자 검사에서도 CA 19-9 19.2 U/mL, CEA <0.5 ng/mL로 감소 소견이 확인되었다. 이에 수술 가능성에 대해 재평가하였고, 영상 및 임상 소견들을 종합할 때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판단하였다. 간용적 증가를 위해 우측 문맥 색전술을 시행하였고, 44일 후 담낭절제술, 광범위 우측간엽절제술 및 루엔와이간관공장문합술이 시행하였다. 수술시 담낭, 총담관 및 양측 간내 담관의 벽이 전반적으로 두꺼워져 있는 소견 외에 명확한 고형 종양은 보이지 않았고, 복막 부위에도 결절 등의 병변은 없었다. 이전에 삽입하였던 양측성 Y-형 금속 스텐트가 확인되어 총담관 제거시 함께 제거하였고, 이로 인한 주변 조직의 손상은 없었다. 수술 중 림프절 동결절편 검사에서 종양 소견은 보이지 않다. 최종 병리 검사 결과 0.8×0.4×0.2 cm의 분화도가 좋은 선암이 담낭 주변 근육 결합조직층까지 침범한 소견이었고, 4개의 림프절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Fig. 5).
환자는 첫 진단 후 수술까지 31개월여간 수 차례의 항암 치료 및 담도계 감압술을 시행받았으며, 최종적으로 성공적인 근치적 수술을 시행받았다. 긴 치료 기간 동안의 항암제 투약, 시술 및 수술에 관한 내용을 도해화하여 정리하였다(Fig. 6). 수술 후 수술 부위 체액 저류가 발생하여 경피적 카테터 배액술 시행 및 항생제 투약 후 호전되어 퇴원하였고, 현재 수술 후 3년 경과한 상태로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담낭암은 1777년 Stoll에 의해 처음 서술되었으며, 담도계 암종 중에서는 가장 빈도가 높고,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2,7]. 수술적 절제로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T1b, T2 병기에서 수술을 시행한 경우 5년 생존율은 55-90%가량이며, 장막층을 넘어서까지 침범한 T3, T4에서는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 및 사망 발생률이 높아 수술적 접근이 일반적으로 추천되지 않으며, 5년 생존율은 10% 미만이다[8].
담낭암 환자는 모호한 복통,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 대체로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여 진단이 늦게 되는 경우가 많고, 30% 가량에서는 황달이 발생하며 이는 간문부를 비롯한 담도계로의 침범을 의미한다[1,5]. 황달이 동반된 경우 수술이 불가하거나, 수술을 해도 재발할 확률이 매우 높다[5,9]. 간문부 폐쇄가 동반된 진행성 담낭암에서는 동반된 황달, 담도염의 조절 등 급성기 치료를 위해 우선 적절한 담도배액술이 필요하고, 특히 적절한 양측 배액술이 이루어지면 생존 기간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6,7,10]. 악성 간문부 폐쇄 환자에서 접근법, 재질, 배액 부위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지만,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갖추어진 센터에서는 내시경을 통한 Y-형 금속 스텐트 삽입의 성공률이 높고 신체친화적이며 안전한 시술임이 보고된 바 있다[11]. 본 환자에서는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 유도하 Y-형 금속 스텐트 삽입 이후 담관염 및 황달이 재발한 각 경우마다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 유도하 플라스틱 스텐트 삽입술 또는 경피적담관배액술을 시행하였다.
담낭암의 진단 및 병기 설정을 위해서는 전산화단층촬영, 자기공명 췌담관 조영술,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등을 이용할 수 있다[12]. 본 환자에서는 진단 당시 시행한 전산화단층촬영, 자기공명췌담관조영술, 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상에서 간문부의 침범이 확인되었고, 우간동맥 주변의 침윤 소견과 함께 문맥대정맥 부위 림프절과 복막의 전이가 확인되어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초치료로 담도계 감압 및 고식적 목적의 항암 치료를 계획하였다.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담낭암에서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의 병합요법 또는 젬시타빈과 옥살리플라틴의 병합요법시 생존 기간 향상이 보고되었고 [4,10], 단일 및 경구 5-플루오로우라실제제 등 다양한 종류의 약물들이 2차 치료로 시도되고 있으며, 세툭시맙, 이마티닙, 수니티닙 등의 표적치료제가 사용되기도 한다[10]. 본 환자에서는 초치료제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합요법을 사용하였으며 표준요법과는 다른 젬시타빈(1,200 mg/m2)과 시스플라틴(60 mg/m2)을 투약하였다. 일반적으로 진행성 담낭암에서의 항암병합요법 표준요법은 2010년 이루어진 임상연구에 기반하지만, 본 증례의 경우 국내 환자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최근 진행성 담낭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2상 임상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플라틴을 각 주기의 1일째에 한 번 60 mg/m2을 투약하였다[13]. 한편, 젬시타빈은 혈액학적 부작용, 신독성 등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고, 환자의 ECOG performance status가 양호하였기 때문에 최대한의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1,200 mg/m2을 투약하였다.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투약 후 5-플루오로우라실/독소루비신/마이토마이신C 병합요법, 류코보린/5-플루오로우라실 병합요법, 경구 테가푸르/우라실 요법을 순차적으로 시행하였고, 이후 평가한 전산화단층촬영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검사에서 이전에 보이던 우간동맥혈관 주변의 침윤 및 문맥대정맥 부위 림프절과 복막의 전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수술적 치료 가능성에 대해 재평가하였으며, 우측 문맥 색전술 후 성공적으로 근치적 목적의 광범위 우측 간절제술 및 루앙와이 간공장문합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병기의 담낭암 환자군에서 선행화학요법 후 근치적 수술을 시행한 연구가 보고된 바 있으며, 담낭에 인접한 장기인 간으로 전이가 동반된 환자에서 선행화학요법 후 근치적 절제를 시행한 증례 보고가 있으나[14,15], 복막 전이가 있는 담낭암 환자에서 4차 항암 치료까지 시행한 후 근치적 수술에 성공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
본 사례는 Y-형 금속 스텐트를 삽입한 진행성 병기의 담낭암 환자에서 고식적 목적의 항암요법와 함께 담도배액술을 수차례 시행한 후 근치적 수술에 성공한 사례로, 처음 진단시 진행성 담낭암으로 진단되어 수술이 어렵다 하더라도 적절한 담도배액술 및 병합화학요법 등 담낭암에 대한 꾸준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근치적 수술까지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판단되어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