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췌담관 합류 이상(anomalous union of pancreaticobiliary duct, AUPBD)은 매우 드문 선천성 기형으로 발생학적으로 췌관과 총수담관의 합류가 십이지장 벽 외부에서 이루어져 공통관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질환이다[1]. 이로 인해 담췌관이 오디 괄약근의 조절 영역에서 벗어나게 되어 췌액과 담즙의 상호 역류가 일어나고 이러한 췌액과 담즙의 역류로 인해 담관 낭종[2], 췌장염[3] 및 담관암, 담낭암과 같은 악성 종양[4] 또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분할췌는 췌장에서 발생하는 흔한 선천성 기형으로 태생 2개월째 복측 췌관과 배측 췌관의 융합 실패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췌액이 주유두와 부유두를 통해 각각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이때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췌액이 작은 직경을 가진 부유두 개구부를 통해 배출됨으로써 췌액의 저류가 발생하게 되어 반복적인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들은 우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한 35세 여자 환자에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을 통하여 담관 낭종이 없는 췌담관 합류 이상과 동반된 불완전 분할췌를 진단 하였으며 주유두 괄약근 절개술(major papilla sphincterotomy)로 증상이 호전되고 이후 재발하지 않은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5세 여자가 우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내원 1일 전부터 발생한 우상복부의 지속적인 통증으로 타 병원 방문 후 본원으로 전원되었으며 본원 방문 당시 통증의 정도는 경미하였고 소화불량이나 구토, 황달이 동반되어 있지는 않았다. 과거력 및 가족력에 특이사항은 없었다. 혈압은 110/70 mmHg, 맥박수는 65회/분, 호흡수 17회/분, 체온 36.6℃로 활력징후는 안정되어 있었다. 신체 검진상 공막 황달 소견은 없었고 복부 압통 및 반발 압통 또한 동반되지 않았다. 타 병원에서 내원 1일 전 시행한 말초혈액 검사에서 WBC 9,170/mm3 (4,400–11,000), AST 656 IU/L (19–48), ALT 303 IU/L (13–40), ALP 278 IU/L (40–130), total bilirubin 1.75 mg/dL (0.1–1.2)로 간기능 이상 소견을 보였고, amylase 134 IU/L (0–90), lipase 291 IU/L (13–60)로 증가되어 있었다. 본원 내원하여 시행한 말초혈액 검사 결과에서는 WBC 7,380/mm3, AST 302 IU/L, ALT 264 IU/L, ALP 90 IU/L, r-GTP 254 IU/L (4–63), total bilirubin 1.64 mg/dL, direct bilirubin 0.27 mg/dL (0–0.3)로 호전 소견을 보였다. 이외 amylase 96 IU/L, lipase 94 IU/L로 호전 소견이 함께 관찰되었다. 복통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시행하였으며 담관과 췌관의 비정상적인 확장이나 담관 결석은 관찰되지 않았고 담낭 내에서도 뚜렷한 담석이나 담낭벽의 비후는 보이지 않았다(Fig. 1). 제2병일에 시행한 말초혈액 검사상 AST 62 IU/L, ALT 141 IU/L, total bilirubin 1.27 mg/dL, amylase 49 IU/L, lipase 52 IU/L로 내원 시에 비하여 호전 추세에 있었으며 우상복부 통증 또한 더 이상 호소하지 않았다. 총담관결석에 의해 총담관폐쇄가 유발된 후 자연적으로 담관결석이 배출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시경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고, 검사 결과 총담관의 직경은 4.8 mm로 관찰되었으며 담관결석 및 담낭결석은 보이지 않았다. 바터 팽대부(ampulla of Vater) 또한 정상 소견을 보였다. 검사상 명확한 이상 소견이 없었고 환자 복통이 호전되어 식이를 시작하였으나 식이 후 오후 9시경 다시 복통이 발생하였고 말초혈액 검사 결과 AST 340 IU/L, ALT 234 IU/L, total bilirubin 1.75 mg/dL, amylase 361 IU/L, lipase 96 IU/L로 증가 소견을 보여 다시 금식을 시행하였다. 금식 후 다음 날 제3병일 아침 경 복통은 자연적으로 호전되었다. 본원에서 시행한 영상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식이 후 발생하는 특징적인 담도성 동통 및 그에 동반된 간기능 이상 소견으로 type 2의 오디괄약근 기능이상에 의한 통증 가능성 고려하여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및 내시경 주유두부 괄약근 절개술을 계획하였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시 주유두부를 통하여 조영제를 주입하였을 때 복측 췌관과 총담관이 동시에 조영되었고 총담관과 복측 췌관이 십이지장벽 바깥에서 합류하여 15 mm 이상의 긴 공통관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조영제를 계속 주입 시, 복측 췌관과 배측 췌관의 합류가 있는 불완전 분할췌를 보였다(Fig. 2A). 풍선도관(retrieval balloon)을 이용하였으나 발견되는 담관결석은 없었고 담즙의 배액을 위해 주유두부 괄약근 절개술을 시행 후 내시경적 경비담도 배액관(endoscopic nasobiliary drainage, ENBD)을 유치하였다. 시술 종료시 촬영한 담췌관 조영사진에서 췌담관 합류 이상과 불완전 분할췌가 재확인되었다(Fig. 2B, C). 제4병일에 시행한 말초혈액 검사상 AST 98 IU/L, ALT 221 IU/L, total bilirubin 1.25 mg/dL, amylase 108 IU/L, lipase 39 IU/L로 감소 소견을 보여 다시 단계적 식이를 시작하였다. 제6병일에 시행한 말초혈액 검사상 AST 20 IU/L, ALT 120 IU/L, total bilirubin 1.34 mg/dL, amylase 45 IU/L, lipase 34 IU/L로 호전을 보였으며 식이를 지속 중에도 복통은 없었다(Fig. 3). 제8병일에 증상 없이 퇴원하였으며 이후 외과에서 복강경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고 병리조직 검사상 특이사항은 없었다. 환자는 현재까지 14개월째 증상 재발 없이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췌담관 합류 이상은 십이지장 벽 외부에서 췌관과 담관의 합류가 이루어지는 선천성 기형이다. Kimura 등은 췌관이 총담관에 합류하는 I형(P-C union)과 총담관이 췌관으로 합류하는 II형(C-P union)으로 분류하였고, 새로 제시된 Komi 분류에 따르면 I형은 총담관과 췌관이 거의 직각으로 만나는 경우, II형은 총담관과 췌관이 예각으로 만나는 경우, III형은 췌관과 총담관의 말단부위 및 부췌관의 복합 합류 이상을 보이는 경우로 분류하였다.5 본 증례의 경우는 Kimura 분류 I형, Komi 분류 III형에 해당되며 주췌관과 부췌관의 합류가 있으면서 확장 소견이 뚜렷이 관찰되지는 않아 Komi 분류 IIIc2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나 담관 확장이 동반되지 않아 Komi 분류에 절대적으로 부합하지는 않는다. 담관 낭종은 췌담관 합류 이상의 70% 정도에서 관찰되지만, 본 증례의 경우처럼 담관 확장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췌담관 합류 이상이 담관 낭종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6].
정상적인 경우에서는 췌관내 압력이 담도 내압보다 높아도 오디 괄약근에 의해 췌액의 담도내 역류가 방지되지만, 췌담관 합류 이상의 경우에서는 췌장액이 담도 내로 유입되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췌장액의 담도 내 유입으로 담관 내의 점막을 파괴하고 섬유화를 일으키며 이것이 결국 담도 내압의 상승을 초래하여 반복적인 담관염, 담관의 낭종성 확장, 담도암 또는 담낭암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담도 내압이 상승하여 담즙이 췌장으로 유입되어 반복적인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담낭암의 약 10%에서 췌담관 합류 이상이 발견되고 췌담관 합류 이상이 있는 환자의 15–40%에서 담관계 종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췌담관 합류 이상은 담관 낭종이나 낭성확장의 동반 유무와 관계없이 종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9]. 이러한 종양의 발생은 담낭이나 담관 낭종 등 담즙이 오래 저장되는 장소에서 잘 일어난다고 한다. 담관 낭종이 동반된 경우에는 담낭이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담즙의 담낭내 유입이 충분하지 않으며, 담관 내로 역류된 췌액이 주로 확장된 담관 내에 존재하여 담낭 내에는 비교적 미치는 영향이 적다. 반면에 담관 낭종이 동반되지 않은 췌담관 합류에서는 담관 내로 역류된 췌액이 쉽게 담낭 내로 역류되어 담낭 상피의 변화를 주로 일으킨다고 한다[9,10]. 따라서 담관 낭종이 동반된 췌담관 합류 이상 환자에서는 낭종 내에서, 담관 낭종이 동반되지 않은 췌담관 합류 이상 환자에서는 담낭 내에서 악성 종괴가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10]. 본 증례에서는 담관 낭종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담낭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분할췌(pancreas divisum)는 췌장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선천성 기형으로 태생기에 복측 췌관과 배측 췌관의 융합 실패로 췌액이 주유두와 부유두를 통해 각각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이때 상대적으로 직경이 작은 부유두 개구부를 통해 대부분의 췌액이 배출됨으로써 분할췌를 가진 사람의 일부에서 췌장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할췌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로 진단할 수 있으며 주유두부를 통해 조영제를 주입하였을 때 췌관이 보이지 않거나, 작은 복측 췌관만이 조영된다. 부유두부를 통해 조영하였을 때 배측 췌관과 복측 췌관 사이에 연결이 없을 때 확진할 수 있으며 불완전 분할췌의 경우 가느다란 연결이 있을 수 있다[4]. 본 증례에서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에서 긴 공통관을 보이는 췌담관 합류 이상과 작은 복측 췌관만 관찰되어 분할췌를 함께 진단할 수 있었다.
본 증례의 경우 내원 전 타 병원 방문 당시 및 본원 입원 2일째 복통이 발생하였으며 2번의 복통 모두 복통 발생 후 특별한 조치 없이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었고 복통 발생 당시 시행한 타 병원 및 본원의 혈액 검사에서 간기능 검사상 이상 및 혈청 amylase 및 lipase의 상승이 함께 발생하는 임상양상을 보였다. 비록 오디괄약근 압력 검사(sphincter of Oddi manometry) 등의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는 못하였지만, 췌담관 합류 이상으로 인하여 담즙과 췌액이 공통관을 통하여 배출되므로 공통관의 오디괄약근 기능 이상이 있을 경우 담도성 오디괄약근 기능 이상 및 췌장성 오디괄약근 기능 이상의 증상 및 검사 소견이 함께 나타날 수 있고, 따라서 간기능 검사상 이상 및 혈청 amylase 및 lipase의 상승이 모두 동반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내시경적 주유두부 괄약근 절개술을 실시하였고 이후 췌담관 합류 이상과 분할췌와 같은 구조적인 이상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나 기능적으로 담즙과 췌액의 정상적인 배출을 가능하게 하여 증상의 재발 없이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본 증례에서 비록 혈청 amylase 및 lipase의 상승과 함께 분할췌가 동반되어 있었으나, 혈액 검사에서 간기능 검사상 이상 소견이 함께 보였으며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였다가 호전되었고 부유두부가 아닌 주유두부 괄약근 절개술을 시행 후 재발 없이 호전된 점을 고려하였을 때 분할췌로 인한 급성 췌장염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된다.
췌담관 합류 이상은 드문 질환이며 진단이 간단하지 않아 간과될 수 있으므로 담관염이나 췌장염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이나 자기공명 담췌관 촬영술 등을 시행하여 췌담관 합류 이상과 분할췌의 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진단 되었을 경우 담낭암 또는 담도암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