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만성 췌장염은 췌장 염증 및 섬유화가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췌장의 비가역적인 염증 질환이며, 질환이 진행될수록 췌관내 췌장결석이 생기고, 췌관의 왜곡이나 협착이 나타날 수 있다[1]. 이러한 췌장결석 및 췌관의 변화는 췌관 및 췌장 실질의 압력을 증가시켜 복통을 유발하게 된다[2]. 내분비 및 외분비 기능 저하와 더불어 복통은 만성 췌장염 환자의 삶의 질을 매우 저하시키고[3], 마약성 진통제 의존 등과 같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4,5]. 따라서 만성 췌장염 환자의 복통을 호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췌장결석의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만성 췌장염에서 발생하는 췌장결석의 치료 알고리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하며, 수술적 치료보다는 내과 또는 내시경 치료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1. 췌장결석의 생성기전 및 종류
1) 췌장결석의 생성기전
췌장결석(pancreatic calculi, pancreatolithiasis)은 만성 췌장염의 진행과정에서 주로 주췌관이나 분지에 발생하는 결석을 일컫는다[6]. 만성 췌장염 환자의 22-60%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췌장결석의 생성기전은 아직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췌관의 협착에 의하여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췌장 분비액의 저류는 초기 결석 생성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되었다[7].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단백질 플러그(plug)는 반복적인 췌관의 폐쇄 및 이로 인한 염증을 유발하는데, 락토페린(lactoferrin)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8]. 한편 췌장결석 단백질(pancreatic stone protein)이 췌장분비액에서 줄어들면 췌장액의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의 과포화가 발생하며 이는 결석의 원기(nidus)에 침착될 수 있다[9]. 전자현미경 등으로 밝힌 췌장결석의 중심에는 무정형의 원기가 존재하며 이곳에는 니켈, 철, 크롬 등의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 최초 내부 단백질 원기(protein nidus)가 거미줄처럼 형성된 이후 바깥쪽으로 탄산칼슘이 여러 층을 이루어 침착되면서 췌장결석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10]. 한 연구에서는 췌관 내의 염소이온 통로(chloride channel)의 이상으로 췌장액의 중탄산이온의 분비가 감소하고 췌장액의 pH가 저하되어 단백질 플러그가 생성되는 것이 주된 기전이라고 제시하기도 하였다[11]. 췌장결석의 성분은 원인에 관계없이 비슷한 과정을 통하여 생성되므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췌장결석의 종류
췌장결석의 성분은 거의 비슷하므로 췌장결석은 주로 방사선 투과성 여부, 개수(single, multiple), 크기(large, small)나 위치(diffuse, localized; head, body, tail) 등에 따라 주로 분류한다. 작은 결석은 주로 알코올성 췌장염에 흔하고, 큰 결석은 특발성 췌장염에서 좀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2. 췌장결석의 영상 진단
단순 복부촬영에서도 크기가 큰, 석회화된 췌장결석은 잘 보인다. 대부분의 췌장결석은 T12-L2 사이에 위치하며 다수의 결석 또는 석회는 비스듬한 모양으로 뭉쳐서 보일 수 있다[13]. 복부 초음파는 비침습적이고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이지만, 복강내 가스 등에 의하여 가려져서 췌장 전체를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췌장결석의 발견 확률이 약 45% 정도로 낮다[14]. 따라서 췌장결석의 진단에 있어 복부 초음파는 적절한 검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의 경우 이전에는 민감도가 74-80%밖에 되지 않았으나, 다중 전산화단층촬영(multi-detector CT)이 발전하면서 multi-detector CT의 민감도는 83-100%, 특이도는 100%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15]. 그러나 방사선 투과성(radiolucent) 결석을 CT로 진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은 결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췌관의 이상 소견 및 주행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리하므로, CT에서 발견된 췌장결석과 주췌관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16-18]. 따라서 가장 최근 발표된 유럽내시경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췌장염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췌장암을 배제하기 위해서 CT 및 magnetic resonance imaging/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19]. 초음파 내시경(endoscopic ultrasound, EUS)은 췌장결석이나 만성 췌장염을 진단하는 데 비교적 정확하지만, 시술자 의존적인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EUS를 이용한 중재술의 발달로 EUS는 췌장결석의 진단보다는 만성 췌장염에 동반된 췌장의 불확실한 병변에 대한 조직 검사나 각종 췌관배액술, 탄성도 측정(elastography) 등에 주로 이용하는 추세이다[20].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은 과거 X선 촬영에서 보이지 않는 췌장결석을 진단하는 데 이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진단적인 목적보다는 주로 췌장결석의 치료에 이용하며 이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3. 췌장결석의 내과 치료
1) 췌장결석 치료의 적응증
췌장결석이 있는 모든 만성 췌장염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췌장결석으로 인한 통증이 있는 환자 중에서 내과 또는 내시경 치료가 도움이 될만한 환자를 잘 선별하여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췌장결석으로 인하여 주췌관이 막힌 환자가 대표적인 치료 대상이 된다. 한편 내시경 치료의 특성상 췌장의 꼬리에 있는 결석은 치료 대상이 되기 어려우므로 주로 췌장의 머리, 몸통에 결석이 있는 환자가 치료의 대상이 된다[19]. 그리고 내시경 치료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주췌관의 협착이 없고, 질병의 경과가 짧으며, 통증이 아주 심하지 않고, 흡연 및 음주를 중단한 환자들이다[19].
2) 췌장결석의 내과 치료
췌장결석에 대한 내과 치료의 근간은 내시경 제거 및 체외충격파쇄석술(extracorporeal shockwave lithotripsy, ESWL)이다.
(1) 췌장결석의 내시경 제거
췌장결석의 내시경 제거는 주유두 또는 부유두를 통하여 췌관을 조영하고 췌장괄약근절개술(pancreatic sphincterotomy)을 시행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인 담도괄약근절개술과 마찬가지로 당김형(pull-type) 또는 침형(needle knife) 절개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췌장괄약근절개술의 합병증 위험도는 담도괄약근절개술과 비슷한 정도로 알려져 있다[21]. 이후에는 바스켓이나 풍선을 이용하여 췌장결석을 제거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담관 담석 제거용 작은 바스켓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췌관의 직경이 5 mm 이하인 경우에는 바스켓이 펴지지 않아서 제거가 어렵거나, 감돈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풍선이 좀 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22]. 일부에서 쥐이빨겸자(rat tooth forcep)를 이용할 수 있으나 췌관에 삽입이 어렵고 췌관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한편 주췌관의 협착이 있어 결석의 제거가 어려운 경우에는 풍선확장이나 스텐트 삽입을 통하여 협착을 해소한 후 결석 제거를 시도하는 것이 좋은데, 만성 췌장염에서 관찰되는 협착은 섬유화가 매우 심하므로 풍선확장보다는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스텐트를 단계적으로 늘려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23].
(2) ESWL
ESWL은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다가 1980년대에 신결석의 치료를 위하여 처음 도입된 이후 담석 및 췌장결석 등으로 이용 범위가 확대된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에 대한소화기학회지를 통하여 첫 치료 증례가 발표된 바 있다[24]. ESWL은 충격파(shock wave) 발생장치를 통하여 발생된 고에너지 충격파가 반사장치를 통하여 한 곳에 집중되도록 하여 쇄석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ESWL은 세션 당 15-16 kV의 강도로 90 shocks/min씩 총 5,000-6,000 shocks가 전달되도록 한다. 보통 적절한 분쇄(fragmentation)가 관찰될 때까지 매일 진행한다[25]. 아직 췌장결석 치료에 대한 ESWL의 표준 프로토콜은 없지만 먼저 결석의 위치를 X선에서 확인하고, 환자가 시술에 용이한 자세를 취하도록 한 후, 진통제를 정주한 후 시술을 진행하게 된다[26]. 해외의 경우에는 전신마취나 경막 외 마취 하 시술 진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의 머리 혹은 몸통에 위치한 5 mm 이상의 방사선불투과(radiopaque)결석은 ESWL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좋고, 5 mm보다 작거나, 방사선투과결석은 ESWL 없이 ERCP를 통한 결석 제거를 시도해볼 수 있다[19]. 보통 90% 이상 결석이 제거된 경우 완전 제거, 50-90%는 부분 제거, 50% 미만 제거된 경우는 실패로 분류한다[27]. ESWL 없이 췌장결석 제거를 시도하는 경우 성공률은 9-14%로 낮으며[28-30], 췌장결석에 대한 기계쇄석술을 시행하는 경우 담관 담석에 대한 쇄석술보다 합병증이 약 3배 더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1].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5 mm 이상의 췌장결석에 대해서 ESWL을 시행한 경우 완전/부분 제거의 비율은 70%/22%였고, 2년 후 통증의 관해율은 52.7%로 비교적 높았으며, 삶의 질도 88.2%의 환자에서 향상되었다고 한다[27].
ESWL을 시행한 이후에도 결석의 적절한 분쇄가 없는 경우에는 내시경 치료는 제한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좋다. 한 무작위 대조연구에서는 ESWL에 추가하여 내시경 치료를 하는 경우 비용 및 재원기간의 증가만 초래할 뿐 통증의 호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32]. 보통 ESWL을 시행하게 되면 90% 이상에서 분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29,33], ESWL 단독으로도 약 50%에서는 완전 제거를 보일 수 있으므로[29], ESWL을 먼저 시도하고, 치료 반응을 평가한 후 내시경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Fig. 1은 ESWL만으로 성공적으로 췌장결석이 제거된 증례이다. 그동안의 관련 연구를 종합하여 보면, 적절한 쇄석에 필요한 ESWL의 평균 세션 수는 보통 2회 이상이며, 어떤 연구에서는 10회가 넘는 경우도 있다[34]. 적절한 분쇄는 ESWL 이후 결석이 2-3 mm 미만으로 쪼개지거나, X선 촬영에서 결석음영이 줄어들거나, 결석의 표면이 늘어나거나, 주췌관을 채우는 결석의 불균질(heterogeneity)을 의미한다[35]. 결석의 크기가 크고, 개수가 많고, 주췌관의 협착이 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ESWL 세션이 필요하며, ESWL 전에 췌관배액술을 시행하면 ESWL 세션을 줄일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36]. 결국 췌장결석과 관련된 치료 경험, 장비 등이 중요하므로 관련 경험이 많은 센터에서 결석의 치료 성공률도 더 높아지게 된다. ESWL 이후에 내시경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조건은 단일 결석, 췌장 머리에 위치한 결석, CT에서 820.5 Hounsfield unit 미만인 결석, ESWL 전 췌관배액술을 시행한 경우 등이다[19].
3) 새로운 췌장결석의 치료 방법
최근 소형 내시경 기술이 발전하면서 담도경처럼 직접 췌관내를 내시경으로 보면서 레이저 또는 전기수압쇄석술(electrohydraulic lithotripsy)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들인데, 치료 성공률은 43-100%로 보고하였다[38]. 따라서 현재는 ESWL로 적절하게 분쇄가 되지 않는 경우나 ESWL을 이용할 수 없는 센터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규모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4. 췌장결석의 치료 알고리즘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Fig. 2와 같이 췌장결석의 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하고자 한다. 췌장결석으로 인하여 주췌관이 막히고 이로 인하여 복통이 있는 환자들을 잘 선별하여 결석의 크기가 5 mm 미만인 경우에는 바로 ERCP를 통한 결석 제거를 시도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주췌관의 협착, 결석의 개수, 췌장의 의심 종괴 여부에 따라 바로 수술을 고려하거나 내시경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내시경 치료에 있어서 완전한 결석 제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나, ESWL 전 결석 제거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가교요법으로 췌관스텐트 삽입을 고려할 수 있다. ESWL 및 내시경 제거가 실패한 경우에는 센터의 역량에 따라 바로 수술을 고려하거나 췌관경을 이용한 쇄석술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