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일반적으로 모호한 담관병변(indeterminate biliary lesion)은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ret 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을 포함한 하나 이상의 영상 검사에서 관찰되지만, 조직병리학적으로 악성의 근거가 없는 경우로 정의되며, 주로 담관 협착(biliary stricture) 또는 담관 내 충만결손(filling defect)의 형태로 확인된다[1-3]. 이들 병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양성 담관질환에 대한 불필요한 수술을 피하고, 악성 담관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하여 필수적이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감별 진단에 종종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담도 병변에 대한 조직병리학적 확진을 위하여 ERCP를 통한 경유두적 겸자생검 또는 솔세포진 검사가 일차적으로 시행되지만, 이들 검사의 민감도는 각각 29-81%와 33-78%로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이다[4].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최근 다양한 내시경적 담관 영상 검사가 사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경구 담도 내시경 검사(peroral cholangioscopy, POC), 내시경 초음파(endoscopic ultrasonography, EUS), 관강 내 초음파 검사(intraductal ultrasonography), probe-based confocal laser endomicroscopy 등이 있다[5,6]. 이 중 POC와 EUS는 내시경 기기의 기술적 발전과 검사 중 조직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최근 모호한 담관병변의 진단에서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본 론
1. 초음파 내시경
EUS는 비교적 비침습적인 내시경 영상진단 방법으로, 담관 및 췌장질환에 대한 고해상도의 영상을 제공하며, 실시간으로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인 검사(EUS-guided fine needle aspiration, EUS-FNA)를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췌장암 진단에 있어 EUS-FNA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하여 85-93%와 96-100%의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준 바 있다[7-9]. 특히, EUS-FNA는 3 cm 미만의 췌장암 진단에 있어 역동적 조영증강 전산화단층촬영(dynamic contrast enhanced-CT)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12 또한, 전체 췌장 선암의 5.4%를 차지하는 isoattenuating pancreatic adenocarcinoma는 CT에서 종괴가 정상 췌장과 동일한 조영증강 정도를 보여 진단이 어려운데[13], 이때 EUS-FNA는 종괴의 관찰뿐 아니라 동시에 조직생검을 시행할 수 있으며, 88.8-92.1%의 진단 정확도가 보고된 바 있다[14,15]. 위치에 따라 isoattenuating pancreatic adenocarcinoma는 CT에서 원인 미상의 담관 협착으로 진단될 수 있으며, 이러한 환자에서 EUS-FNA는 췌장암 확진에 매우 중요한 검사라고 할 수 있겠다.
담관암 진단에 있어 EUS 검사는 병변의 국소적 침범 정도와 주변 임파선 전이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EUS는 담관암의 간문맥(portal vein) 침범을 예측하는 데 있어 복부 초음파(transabdominal ultrasonography), CT 및 혈관조영술(angiography)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고, 정확도는 88-100%로 확인되었다[16,17]. Sugiyama 등[17]의 연구에서는 EUS가 담관암의 절제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CT보다 더 높은 민감도를 보여주었으며(53% vs. 33%), 두 검사를 모두 시행할 경우 73%까지 절제 가능성에 대한 예측도가 상승하였다[18]. 담관암 및 모호한 담관 협착의 조직학적 진단에 있어 EUS-FNA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제한적인 상태이다. 95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20개의 연구를 분석한 meta-analysis의 보고에 의하면 악성 담관 협착의 진단에 있어 EUS-FNA의 민감도는 80.0%였고, 이 중 췌장암에 의한 악성 담관 협착을 제외하고 담관암만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민감도 또한 7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19]. 기존의 한 전향적 연구에서는 악성 담관 협착이 의심되는 5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ERCP 유도하 조직생검과 EUS-FNA를 동시에 시행하여, 두 검사의 진단 정확도를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에서 EUS-FNA와 ERCP 유도하 조직생검의 민감도는 94%와 50%로 유의하게 EUS-FNA에서 높았고(p<0.0001), 음성예측도는 각각 50%와 11%였다(p<0.0001). 하지만 이 연구에서 췌장암을 제외한 담관암의 진단에 있어 EUS-FNA와 ERCP 유도하 조직생검의 악성에 대한 진단 민감도는 각각 79%로 차이를 보이지않았다[20].
일반적으로 근위부 담관 협착(proximal biliary stricture)에 대한 EUS-FNA는 원위부에 비하여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근위부 담관은 보통 유문부 근처에서 내시경을 “long position” 으로 위치시킨 상태로 관찰하기 때문에 EUS-FNA 도중 내시경의 위치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원위부 담관에 비하여 위장관으로부터 거리가 멀어 EUS를 이용한 병변의 관찰 및 needle targeting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21]. 기존에 시행된 연구에서는 59명의 근위부 담관 협착 환자와 81명의 원위부 담관 협착 환자에서 EUS-FNA의 악성 진단에 대한 민감도를 비교하였고, 근위부 담관 협착이 유의하게 낮은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59% vs. 81%, p=0.04). 하지만 현재까지 근위부와 원위부 담관 협착에서 EUS-FNA의 진단율을 비교한 대규모의 전향적 비교 연구는 없는 상태이다.
2. 경구 담도 내시경
담도 내시경 검사(cholangioscopy)는 담관 내부의 직접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상 검사나 ERCP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모호한 담관병변의 진단에 매우 유용한 검사 방법이다. 특히, POC는 경피경간적 담도 내시경 검사 (percutaneous transhepatic cholangioscopy)에 비하여 검사를 위한 준비과정이 복잡하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검사이지만, 기존의 모자내시경 방식(mother-baby endoscopic system)의 POC는 여러 제한점 때문에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지 못하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제한점들을 극복한 형태의 새로운 POC system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 왔으며, 임상에서의 유용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극세경 상부위장관 내시경(ultra-slim upper endoscope)을 이용한 직접 경구적 담도 내시경 검사법(direct POC)과 SpyGlass 시스템(SpyGlass Direct Visualization System, Boston Scientific Corp., Marlborough, MA, USA)이다[22,23].
모호한 담관병변의 진단에 있어 POC는 병변의 직접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시경 소견을 통한 악·양성 감별 진단을 시행할 수 있다. 악성 담관 협착을 시사하는 POC 소견으로는 tumor vessels (i.e., irregularly dilated and tortuous vessels), intraductal nodules 또는 polypoid mass, infiltrative stricture 그리고 papillary 또는 villous mucosal projections 등이 알려져 있다[24-27]. 특히, 모자내시경 방식의 peroral video-cholangioscopy(CHF-B260; Olympus Medical Systems, Co., Ltd., Tokyo, Japan)와 direct POC는 육안적 진단에 있어 상대적으로 화질이 우수하고 영상 증강 내시경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narrow band image 및 I-SCAN과 같은 영상 증강 내시경을 이용할 경우, 담관 내 종괴 및 협착 부위의 혈관 구조와 표면 구조를 좀 더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악·양성 감별 진단에 유용하다[25,27,28]. 악성 담관 협착에 대한 POC의 육안적 진단(visual diagnosis)은 기존 연구에서 85-100%의 민감도와 84-91.7%의 특이도가 보고된 바 있다[3,24,25]. 이러한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 육안적 진단만으로 모호한 담관병변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는 제한점이 있다. 우선, 기존 연구에서 육안적 진단이 비록 높은 진단율을 보여주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과정에 영상 검사 소견과 같은 환자의 임상적 상태가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아직까지 악·양성 담관 협착의 정확한 내시경적 육안적 진단 기준이 정립된 것은 아니므로 조직생검 없이 육안적 진단만으로 담관 협착을 확진하기는 어렵다.
모호한 담관병변에서 POC는 육안적 진단뿐 아니라 겸자를 이용한 조직생검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SpyGlass 시스템과 같은 POC의 경우 겸자구의 크기가 1.2 mm이기 때문에 조직검사를 위한 겸자의 크기가 작으며, direct POC의경우 2.0-2.2 mm 크기의 겸자구 사용이 가능하지만, 겸자생검을 위하여 내시경의 위치를 지지하는 보조기구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내시경의 위치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OC 유도하 겸자생검은 육안적으로 병변을 직접 관찰하면서 원하는 부위에서 조직 채취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모호한 담관병변의 진단에 최근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모호한 담관 협착에 대한 SpyGlass 시스템 유도하 겸자생검의 진단 민감도와 정확도는 76.5-88.0%와 77.0-90.0%로 보고되고 있다[1,2,29,30]. 모호한 담관 협착에서 SpyGlass 시스템을 이용한 겸자생검과 ERCP 하에 시행된 조직 검사의 진단 정확도를 비교한 전향적 연구에서 SpyGlass 시스템 유도하 겸자생검은 84.6%의 진단 정확도를 보여주었고, 이는 ERCP 하에 시행된 솔질세포 검사(brush cytology) 및 겸자생검의 38.5%와 53.9%에 비하여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2].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전향적 비교 연구는 매우 적은 상태이다. Direct POC의 경우 ERCP 유도하 겸자생검으로 악성이 진단되지 않은 3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직 검사에서 92.3%의 민감도와 93.6%의 진단 정확도를 보고한 바 있다[31].
POC의 경우 원위부 담관 관찰 시 내시경의 위치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근위부 담관보다 관찰이 어려우며, 담관 협착의 원인이 췌장암이나 담낭암처럼 담관 외부로부터 기원하였을 경우, 조직 검사의 정확도가 유의하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제한점이 있다[32].
결 론
EUS와 POC는 기존의 일반적인 영상 검사와 ERCP를 통하여 진단이 어려운 모호한 담관병변의 감별 진단에 유용한 검사법으로, 검사 중 조직 채취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호한 담관병변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각 검사법의 장단점을 숙지하여, 병변의 특징에 따라 적절한 검사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모호한 담관병변의 위치에 따라 EUS와 POC는 원위부 담관과 근위부 담관병변 확인에 각각 유용할 것으로 생각되며, 병변의 기원에 따라 담관 외부로부터 기원한 경우에는 EUS-FNA를, 담관 내부에서 기원한 병변에서는 POC 유도하 겸자생검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