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2018년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췌장암은 전체 암종 중 발생등록 분율 2.9%로 9위를 차지하였고, 최근 10년간 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1]. 진단 및 치료법들의 발달로 위암(33.2%), 대장암(21.1%), 간암(23.9%) 등의 다른 소화기계 암들의 5년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1.4%로 극히 불량한 예후를 보였다. 수술적 절제만이 완치 및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나[2], 초기부터 진행된 시기까지 특징적인 증상이 없고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르며, 주위 조직과 림프절로 침윤 및 전이가 쉽게 일어나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 췌장암 환자 중 10-20%에 불과하다[3,4].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은 이미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가 동반된 경우와 국소진행성 췌장암으로 나눌 수 있다. 원격전이가 동반된 췌장암은 전체 췌장암의 40-60% 정도를 차지하며, 항암화학 치료 및 방사선 치료가 표준 치료이다[5,6]. 국소진행성 췌장암은 30-40%에서 관찰되며, 원격전이는 없으나 주위 주요 혈관(특히, 복강 동맥[celiac artery]과 상장간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을 180° 이상 침범하여 수술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병기에 해당한다[7].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 대한 표준 치료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항암화학 치료 및 방사선 치료가 주로 시행되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서 항암제에 대한 치료 반응이 제한적이었다[8-10]. 최근 들어 내시경 장비 및 술기가 발달함에 따라 내시경적 국소 치료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국소진행성 췌장암에 대한 내시경적 국소 치료가 종양의 크기 감소 및 통증 등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11,12]. 이에 본고에서는 국소진행성 췌장암에 대한 내시경적 국소 치료, 특히 내시경 초음파(endoscopic ultrasound, EUS) 유도하 항암제 주입술 및 바이러스 벡터 주입술(virotherapy), 고주파 열 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RFA), 비가역적 전기천공술(irreversible electroporation, IRE), 정위적 방사선 치료를 위한 표식자 삽입술(fiducial marker insertion) 및 약물 방출 스텐트 삽입술 등의 내시경적 국소 치료의 종류, 효과 및 합병증 등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Table 1).
본 론
1. EUS 유도하 세침 주입술
현재 EUS 유도하 세침 주입술(EUS-guided fine-needle injection, EUS-FNI)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질환은 췌장낭종이며, 고형 종양, 특히 췌장암에 대한 EUS-FNI는 임상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췌장암은 혈관이 적고, 결합조직 증식반응(desmoplasia)이 심한 종양미세환경적 특징 때문에 종양으로의 약물 전달률이 낮아 항암화학 치료에 대한 효과가 다른 암종에 비해 떨어진다[13]. EUS-FNI를 통한 종양에 대한 항암물질의 국소 주입은 항암화학 치료의 전신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종양으로의 약물 전달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되었으며, 몇 가지 주입 가능한 제형의 약제들에 대한 실험 결과들이 보고되었지만 현재까지 생존 기간 연장 등의 명확한 효과를 보인 연구 결과는 없는 실정이다.
1) Chemotherapeutic agents
(1) Gemcitabine
Levy 등[14]은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36명에서 EUS를 이용하여 gemcitabine을 췌장암에 주입하였다. 4-14일에 걸쳐 38 mg/mL의 gemcitabine을 EUS-FNI를 통해 투여한 결과, 환자군의 6개월과 1년 생존율은 각각 76%와 46%였으며, 세 명의 환자에서 절제 가능한 병변으로 downstage 되었고, 세 명 모두 R0 절제를 받았다.
(2) OncoGel
2007년 Matthes 등[15]은 종양 내 주입이 가능한 Paclitaxel 제형(OncoGel; MacroMed Inc., Salt Lake City, UT, USA)을 EUS 유도하에 돼지 췌장에 주입한 실험 결과를 보고하였다. 8마리 돼지의 췌장에 EUS유도하에 1-4 mL의 OncoGel을 주입하였으며, 모든 경우에서 췌장염이나 복강 내 감염 등의 합병증 없이 실험을 완료하였다. 약물 주입 14일 후에도 췌장 조직 내에 치료 범위의 paclitaxel 농도가 유지됨이 확인되었으나, 주입 부위로부터 30-50 mm 이상의 거리에서는 적절한 약물 농도가 유지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또한 EUS-FNI를 이용한 항암제의 주입은 고밀도 섬유화를 동반한 췌장암의 특성 상 정확한 바늘 천자와 종양 내 적절한 양의 주사액 주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하면 EUS-FNI를 통한 종양 내 항암물질 주입술은 종양 세포 사멸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등의 효과는 입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향후 치료적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2) Viral and biologic vectors
특정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의 종양에 대한 선택성 및 종양 세포에서 세포 용해 유발 능력에 초점을 두고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에서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 요법이 연구되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악성 세포의 유전자만을 표적으로 하며, 정상 세포 내에서는 파괴하지 않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다[16].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에서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항암 요법은 정맥 내 주입법, 수술을 통한 주입법, computed tomography (CT)를 이용한 주입법 등의 방법이 고안되었으나 EUS를 이용한 주입법 외에는 대부분 상당한 부작용 및 이환율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고 몇몇 동물모델 및 임상시험 결과가 보고되었다[17].
(1) Adenovirus
ONYX-015는 정상 세포에서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에 결합하여 세포주기의 진행 및 바이러스 복제를 유발하는 E1B 유전자가 결여되도록 설계된 adenovirus이다. E1B가 결여된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정상 세포에서는 복제되지 않는다. 췌장암의 경우 종양 세포의 50-75%에서 p53이 결여되어 있어 E1B가 결여된 바이러스가 복제될 수 있으며, 복제된 바이러스는 근처의 종양 세포로 퍼지게 된다. Hecht 등[17]은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21명에게 EUS 유도하에 ONYX-015를 주입하는 임상시험 I/II를 시행하였다. EUS-FNI 프로토콜은 주사당 1 mL의 바이러스로 구성되었으며, 종양 크기에 따라 세션당 최대 10회의 주사로 8주 동안 총 8회의 세션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4번의 세션에서는 정맥 내 gemcitabine (1,000 mg/m2)이 함께 투여되었다. 치료 시작 8주 후 반응을 평가한 결과, 단지 2명의 환자에서만 부분 치료 반응을 보였으며, 11명의 환자에서 진행성 병변을 보이거나 치료 독성으로 인하여 연구를 중단해야 했다.
(2) Herpes virus
Herpes virus는 강력한 T세포 매개 종양 반응성을 가지며,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간접적으로 유발하여 신체의 방어 세포에 의한 종양의 국소적 사멸 및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여러 종류의 herpes virus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시행되었다[18,19]. 또한 EUS를 통해 주입 가능한 herpes virus는 OncoVex GM-CSF가 대표적이다. OncoVex GM-CSF를 이용한 연구는 이 바이러스가 인간 GM-CSF를 발현하여 종양 근처로 수지상 T세포의 동원 및 활성화를 강화하고, 종양 파괴를 촉진할 것이라는 가설로부터 시작되었다[20,21]. 췌장암 환자에서 OncoVex GM-CSF 바이러스를 이용한 EUS-FNI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21].
(4) Immunotherapy
바이러스 요법 이외에도 췌장암 환자에서 국소 면역 반응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EUS를 이용한 면역 치료제들의 종양 내 투여법에 대한 연구들이 시행되었다. 첫 번째는 세포 이식술(cytoimplant)이다. Chang 등[25]은 8명의 진행성 췌장암 환자에게 EUS 유도하에 동종이형 혼합 림프구를 주입한 1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하였다. 세포 이식물은 건강한 공여자 및 환자의 말초 혈액 내 단핵 세포를 공동 배양하여 생성하였다. 세포 이식으로 사이토카인의 방출 및 면역 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단지 2명의 환자에서만이 부분 치료 반응을 보였으며, 중앙 생존기간은 13.2개월이었다.
두 번째로 EUS 유도하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s) 주입술이 있다. 수지상 세포 주입술은 2007년 Nonogaki 등[26]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이후 몇 차례의 소규모 연구가 시행되었으나, 모두 생존기간 연장 등의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세 번째는 EUS 유도하 TNFerade 주입술이다. TNFerade는 방사선 유도성 프로모터(Egr-1)에 의해 조절되는 인간 종양괴사인자-알파(TNF-alpha) 유전자를 보유하는 복제-결핍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이다. Hecht 등[27]은 50명의 췌장암 환자에서 TNFerade 주입법과 항암화학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 I/II기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TNFerade는 EUS-FNI 또는 경피적으로 국소 진행성 췌장 암종에 주입되었으며, 환자들은 5.5주 동안 매일 50.4 Gy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정맥을 통해 5-FU (200 mg/m2)를 투여 받았다. 각각 1명의 완전 치료 반응, 3명의 부분 치료 반응, 12명의 안정된 질병 상태를 보였다. 그리고 7명의 환자가 수술적 절제를 받을 수 있었고, 이 중 6명의 환자에서 R0 절제가 가능하였다. 이 중 3명은 24개월 이상 생존하는 결과를 보였다.
2. 국소 종양 제거술
열이나 레이저 등을 이용한 종양의 국소 절제는 여러 고형암 치료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내시경 술기, 장비 및 영상 기법 등의 발달로 수술 불가능한 췌장암에 대한 국소 치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췌장암의 국소 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 감소 및 병기의 하향 조정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적용 가능한 국소 치료의 방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여러 국소 치료법들 중 RFA와 IRE는 각각 열 절제 기법(thermal ablative techniques)과 비열 절제 기법(non-thermal ablative techniques)의 대표적인 방법들로, 여러 연구들을 통해 효용성과 안전성이 제시된 바 있다.
1) EUS 유도하 RFA
EUS 유도하 RFA (EUS-guided radiofrequency ablation, EUS-RFA)는 500 kHz 내외의 고주파 교류가 조직에 가해지면 세포 내 이온의 동요(agitation)가 일어나게 되고, 이때 발생하는 열에 의해 세포 사멸 및 조직의 응고 괴사가 일어나는 원리를 이용한 국소 치료법이다[28]. 또한 RFA는 열 파괴 효과와는 별도로 종양 특이 T 림프구의 활성화와 열 충격 단백질 70 (heat shock protein 70) 의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2차 항암 면역 반응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29,30]. RFA는 간, 폐 및 신장 등의 고형암의 치료에는 널리 이용되어 왔지만 열 손상으로 인한 췌장염과 췌관 및 췌장 주위 구조물의 손상에 대한 위험성,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췌장 종양의 치료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았다[31]. 그러나 최근에는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에서 복강경을 이용하거나 경피적 방법으로 췌장 종양에 대하여 RFA를 시행하였고[32], 또한 여러 동물실험을 통해 췌장에 대한 EUS-RFA 역시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11,33]. 동물모델을 이용한 췌장에 대한 EUS-RFA는 1999년 Goldberg 등[34]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EUS 유도하에 19G 바늘 전극을 돼지 췌장 미부로 진입시킨 후 전극의 온도를 90 ± 2℃로 6분간 유지한 결과 직경 10 mm 내외의 응고 괴사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초기의 동물실험 모델들은 췌장이 후복막에 위치하고 담관이 인접해 있으며 주위에 주요 혈관이 분포하고 있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최적의 열 절제와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온도의 설정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Kim 등[35]은 성인 미니 돼지 10마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췌장 몸통과 꼬리 부위에 대한 EUS-RFA의 안전성, 타당성 및 효능 등을 입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전극 내부에 저온 식염수를 이용한 냉각 시스템을 갖춘 18G 바늘 전극을 이용하여 50 W의 전력으로 5분간 돼지의 정상 췌장에 대하여 EUS-RFA를 시행하였다. RFA 시행 후 평균 직경 23 mm 정도의 응고 괴사가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부검 결과, RFA 시행 부위 이외의 췌장 조직 괴사나 췌관 및 혈관 손상 등의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췌장에 대한 EUS-RFA가 안전하게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에 대한 EUS-RFA의 기술적 적용 가능성과 안전성 그리고 치료 성적 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Table 2). 2012년 Arcidiacono 등[33]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22명에 대하여 전극 내부가 이산화탄소로 냉각되는 양극성(bipolar) RFA 전극(cryotherm probe, CTP, ERBE, Germany)을 이용하여 cryothermal ablation을 시행하였다. 가열 시에는 18 W의 전력을 사용하였으며, 냉각 시에는 650 psi의 고정 압력을 사용하였고, 에너지 전달 평균 시간은 107초(10-360초)였다. 16명의 환자에서 의미 있는 종양 용적의 감소를 보였으며, 조기 합병증으로 일시적인 복통(3명)과 경미한 십이지장 출혈(1명) 그리고 후기 합병증으로 황달(2명), 십이지장 협착(1명) 및 췌장 주위 체액 저류(1명)가 있었다. 2016년 Song 등[11]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18G 바늘 전극을 이용한 EUS-RFA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췌장 두부암이 4명, 체부암이 2명이었으며, 종양 크기의 중간값은 3.8 cm (3-9 cm)였다. 종양의 크기에 따라 20-50 W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한 부위에서 10초간 RFA를 시행하고 이후 위치를 변경하여 전체 종양을 소작할 때까지 반복하였다. 평균 RFA 세션은 1.3회였다. 시술 후 조영증강 EUS를 시행하였을 때 RFA를 시행한 부위는 조영증강이 되지 않으나 주위 조직에는 혈류가 증가된 소견이 관찰되었다. 합병증으로는 2명의 환자에서 경미한 복통만이 있었다. 또한 2018년 Scopelliti 등[36]은 전신 항암화학치료 중인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10명에 대하여 18G, 10 mm 바늘 전극을 이용해 EUS-RFA를 시행하였다. 20-30 W의 에너지를 사용하였으며, 에너지 전달 시간은 285초(100-560초)였다. 치료 반응 평가를 위해 시술 30일 후 시행한 복부 CT에서 10명의 환자 모두에서 종양 내부에 저음영의 괴사 영역이 관찰되었다. 시술 후 합병증은 무증상의 소량의 복수(2명)와 췌장 주위 체액 저류(2명) 등이 있었으며, 시술과 관련된 심각한 합병증은 없었다. 위의 동물실험 및 인체에 대한 치료 결과들을 종합하였을 때 EUS-RFA는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기술적으로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며, 기존의 전신 항암화학치료에 보조적으로 적용하거나 항암치료의 전신 부작용의 위험이 큰 환자에서 대안적인 치료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2) IRE
IRE는 종양 내부 및 주변에 삽입된 바늘 전극 사이에 발생하는 고전압 전기 펄스를 이용하여 국소적으로 종양을 절제하는 비열성 절제 기술이다. 전기 펄스는 종양 세포막에 나노 포어(nanopores)를 생성함으로써 비가역적 손상을 주어 세포 자멸(apoptosis)을 유도한다[37]. Martin 등[38]은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표준 요법(항암화학 요법±방사선 요법)과 IRE를 병행한 군(54명)과 표준 요법만을 시행 받은 군(85명)의 예후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IRE를 병행한 환자군에서 local progression-free survival (12 vs. 6 months, p=0.01)과 distant progression-free survival (15 vs. 9 months, p=0.02), overall survival (20 vs. 13 months, p=0.03)의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이 외에도 최근 소개되었던 다른 연구 결과들에서도 IRE가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의 국소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임을 제시하고 있지만 연구에 등록된 환자의 수가 적어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39,40].
췌장 주위의 주요 혈관이나 담관 및 신경 등에 열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RFA와는 달리 비열성 절제술인 IRE는 이러한 열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41-43]. 그러나 고강도 전류를 사용한 일부 조건에서 비가역적 전기 천공술 역시 열 치료에 의해 생성된 것과 유사한 응고 괴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세포 손상은 고강도 전류에 의한 부분적 열 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보고도 있어[44], 비가역적 전기전공술의 안전성에 대한 추가 연구 및 이 기법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도구들의 개발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기존의 IRE는 주로 CT-유도하 경피적 방법, 개복 또는 복강경 수술 중 종양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었다[45]. 그러나 EUS 기술 및 장비의 발달로 IRE도 EUS 유도하에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으며, 최근 Lee 등[46]은 EUS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새로운 전극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EUS 유도하 IRE의 효용성과 재현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추후 EUS에 사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바늘 전극의 개발과 안전하고 효과적인 적절한 전압의 설정 및 임상 적용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3. 방사선 치료
1) EUS 유도하 방사선 표식자 삽입술
정위체부방사선치료(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 SBRT)는 사이버 나이프 등을 이용해 종양 부위에 집중적으로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통상적인 방사선 치료와 비교하여 치료 기간이 짧고, 여러 연구들을 통해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에서도 효과적임이 입증되었다[47-49]. Jung 등[50]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단일 기관에서 치료받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95명의 치료 성적에 대하여 후향적 분석을 시행하였으며, 전신 항암화학 치료와 SBRT를 동시에 시행 받은 환자군에서 freedom from local disease progression과 overall survival이 더 좋았으며, 치료 독성도 적게 나타났던 것으로 보고하였다. 췌장암에 SBRT를 적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호흡에 따른 움직임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개 내 종양과는 달리 췌장은 두개골과 같은 고정된 공간 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 주기 동안 2-3 cm 정도 움직일 것으로 추정된다[51]. 췌장암의 경계 부위에 삽입된 fiducial marker는 종양 내에서 고정된 기준점으로 작용하여 정위적 방사선 치료 시 표적의 움직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52]. 전통적으로 fiducial marker는 CT 또는 초음파 유도하에 경피적으로 삽입되었다[53]. 그러나 후복막에 위치한 췌장의 특성상 경피적 fiducial marker 삽입술은 혈관 손상의 위험이 높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54]. 이에 Park 등[55]은 EUS를 이용한 fiducial marker의 삽입술은 실시간 도플러 영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출혈의 위험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57명의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들에게 EUS 유도하 fiducial marker 삽입술을 시행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한 명의 환자에서만 경미한 출혈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경피적 접근 방법의 다른 위험성으로 드물지만 종양의 복막 파종이 있을 수 있다. CT 또는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입술(fine needle aspiration) 시 종양의 복막 파종이 0.005-0.009%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53]. 그러나 EUS를 통한 접근 방법은 천공 경로가 경피적 방법에 비해 매우 짧기 때문에 종양의 복막 파종 위험성이 적을 것이고 생각되고 있다[53,55,56].
이처럼 EUS 유도하 fiducial marker 삽입술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의 SBRT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다른 방법들과 비교하여 기술적으로 안전하고 정확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겠다.
2) EUS 유도하 근접 치료
근접 치료는 방사성 선원(radioactive source)을 종양 조직 또는 종양 주변에 삽입하여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근접 치료에 사용되는 방사성 선원은 iodine-125, iridium-192, palladium-103 등이 있으며, iodine-125의 반감기가 가장 길기 때문에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른 췌장암에 유용할 것으로 사료된다[57]. Sun 등[58]은 동물실험을 통해 EUS를 이용하여 방사성 선원을 췌장에 안전하게 삽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한 EUS 유도하 brachytherapy의 pilot study에서 12명의 환자가 안정 병변 상태를 유지하거나 부분 치료 반응을 보였고, 30%의 환자에서 통증 감소와 같은 임상 증상의 호전을 보였다. 중앙 생존기간은 10.6개월이었다[59]. 또한, 최근 Bhutani 등[60]은 국소 진행 췌장암 환자에서 표준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새로운 방사성 선원인 phosphorus-32 microparticles (P-32, OncoSil)를 이용한 근접 치료를 병용하여 종양 용적이 58% 감소하였다고 보고하였다. 향후 새로운 방사성 선원의 개발과 함께, 치료 성적에 대한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4. 약물방출 스텐트
췌장암에 의한 악성 담도 폐쇄에 대해서는 역행성 내시경적 담도 배액술이 필수적인 치료이다[61,62]. 자가 팽창형 금속 스텐트(self-expandable metal stents, SEMS)가 플라스틱 스텐트보다 수명이 길고 개통성이 우수하다고 보고되고 있으나[63,64], 금속 스텐트는 스텐트의 그물망을 통해 자라오는 내성장(ingrowth) 및 스텐트의 위, 아래를 통해 스텐트 내로 침범하는 과증식(overgrowth) 등에 의해 스텐트 폐쇄가 일어나기 쉬운 단점이 있다[65]. 이에 Song 등[66]은 수술 불가능한 악성 담도 폐쇄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paclitaxel-eluting covered metal stent (PECMS)와 control covered metal stent (CCMS)를 각각 26명에게 삽입한 후 관찰하는 전향적 연구를 시행하였으나, 두 군에서 스텐트 수명과 생존율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Jang 등[67]이 1세대 paclitaxel-eluting stent를 개량한 2세대 drug-eluting metal stent (MSCPM-II)를 이용하여 절제 불가능한 악성 담도 폐쇄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시행하였으나, 역시 스텐트 수명과 생존율에서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추후 스텐트 내에서 약물의 지속적인 방출을 장기간 유지하여 스텐트 수명을 늘리고 나아가 환자의 수명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물-방출 스텐트의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결 론
최근 EUS 장비와 이를 시행하는 임상의들의 숙련도가 급격히 향상되면서 기존에 시행되던 췌장암의 치료와 병행하여 내시경적 국소 치료의 종류 및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소진행성 췌장암에 대한 내시경적 국소 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가 감소하여 수술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진행성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통증 및 담도 폐쇄 등의 합병증을 조절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내시경 장비 및 다양한 부속 기구들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과 다학제적인 임상 연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