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고주파 소작술(radiofreqency ablation, RFA)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체조직에 열을 발생시켜 조직 괴사를 일으키는 치료법으로 심장 부정맥, 바렛 식도와 같은 양성 질환 및 다양한 악성 질환에서 활용된다. 일반적인 고형암에서는 외과적 절제술이 가장 효과적인 근치적 치료법이지만 RFA는 수술이 어려운 간암 및 신장암 등에서 최소 침습 치료법으로 이용된다[1]. 특히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바터팽대부암 등의 췌장담도 악성 종양은 진단 시에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수술이 가능한 경우에도 황달 및 간기능 저하로 치료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2], RFA를 이용한 최소 침습 치료 방법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악성 담도 폐쇄와 췌장 종양의 치료에 이용되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및 내시경 초음파(endoscopic ultrasound, EUS) 유도하 RFA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본 론
1. 고주파 소작술 원리
RFA는 간세포암, 신장암 등 여러 악성 종양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Computed tomography 또는 초음파 유도하에 병변 부위를 찾고 목표 위치에 RFA 전극을 삽입한 후, 고주파 교류 전류를 가하여 암세포 내의 이온 불안정(ionic agitation)을 유발한다. 이때 발생하는 조직 내 마찰열이 세포 내외의 수분을 기화(evaporation)하고 종양 부위 응고 괴사(coagulation necrosis)를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마찰열은 고주파 전류의 전압과 소작 시간에 비례하고 전극과 병소와의 거리에는 반비례하게 된다. 50℃ 이상의 마찰열은 세포벽 파괴와 단백질 변성을 유발하여 비가역적인 세포 손상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100℃ 이상의 고온은 RFA 카테터 팁 주변 조직에 응고체(coagulum)가 만들고, 이는 전류의 저항을 높여 오히려 RFA의 효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RFA 카테터에 온도 센서를 결합하여 RFA 도중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RFA 시 열배출현상(heat sink phenomenon)도 주의해야 하는데, 이는 병변 주위 혈관의 혈액 이동으로 조직 내 온도 하강 효과가 발생하여 RFA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RFA는 단극형(monopolar)과 양극형(bipolar) 두 가지 형태의 기기가 사용된다. 일반적인 고형암에 사용되는 RFA 기기는 접지 패드(grounding pad)를 신체 다른 부위에 부착하고 RFA 카테터를 병변 부위에 위치시켜 에너지를 전달하는 단극형 기기이고, RFA 카테터에 짝수의 전극을 부착시켜 두 전극 간에 발생하는 고주파를 이용하는 것은 양극형 기기이다. 일반적으로 담도 내 RFA의 경우는 양극형, EUS 세침을 이용한 췌장 종양 RFA는 주로 단극형 기기가 이용된다.
2. 담도 내 고주파 소작술
담도 내 RFA (intraductal RFA, ID-RFA)는 ERCP 또는 경피적담도배액술/담도경을 이용하여 유도선(guidewire)을 담도 내 위치시키고 RFA 카테터를 삽관하여 시행한다. 현재까지 상용화되어 있는 RFA 카테터는 Habib EndoHBP® (Boston Scientific, Marlborough, USA)와 ELRA RFA catheter® (Starmed, Goyang, Korea)가 있다. Habib 카테터는 180 cm 길이의 8 Fr 양극형 카테터로 2개의 8 mm 전극이 부착되어 있는 형태로 유도선을 따라서 십이지장경 내로 삽입될 수 있다. ELRA 카테터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으로 온도 조절(temperature controlled) RFA가 가능하다. 이는 내부에 온도 센서를 결합하여 RFA 부위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만약 설정되어 있는 목표 온도를 초과하면 RFA 발생기(generator)가 자동적으로 일시 중단되고 조직 부위의 과열을 방지할 수 있다. ELRA 카테터는 7 Fr 양극형 카테터로 11 mm, 18 mm, 22 mm, 33 mm의 4가지 형태가 있고, 목표 온도 80℃, 7-10 W, 60-120초의 설정값으로 RFA를 시행한다. 두 종류 카테터 모두 시술 방법은 대동소이한데, 먼저 ERCP로 유도선을 담도 내 삽입하고 투시방사선 하에서 병소를 확인하고 RFA 카테터를 병변 부위에 위치시킨다. ID-RFA는 정해진 설정값(ELRA RFA 80℃ 7-10 W, 60-120초, Habib ID-RFA 7-10 W 90초)에 맞추어 시행하고[2], 풍선 카테터를 이용하여 소작된 괴사 조직을 담석제거술과 같은 방법으로 제거하면서 천공 및 합병증 여부를 감별한다(Fig. 1). ID-RFA는 ERCP 전문가들에게는 큰 어려움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시술이지만, RFA 이후 부종 등으로 일시적으로 담도 협착의 악화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담도 재협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술 후에는 플라스틱 또는 자가 팽창형 금속 스텐트(self expandable metallic stent, SEMS)의 삽관을 추천한다.
ID-RFA는 가시적으로 치료 범위를 확인할 수 없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 담도 내 괴사 정도 및 치료 효과 범위를 예측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임상 연구가 진행되었다. Habib RFA의 경우는 in vitro 돼지 담도에서 괴사 깊이가 2.6-4.1 mm로 보고되었고, 저자들의 ELRA 카테터를 이용한 in vivo 전임상 동물 실험에서는 minipig 정상 원위부 담도에서 안전한 ID-RFA 설정값은 80℃ 7-10 W, 120초로 이때 괴사 깊이는 1.7-4.3 mm로 측정되었다. ID-RFA 1개월 후 시술 부위에서 RFA 전극 길이의 약 40% 길이로 담도 협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협착 예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스텐트 삽관이 필요하다[3,4]. 또한, 전임상 동물 실험의 설정값을 기반으로 지연수술이 필요한 원위부 담도암 환자 8명에서 수술 전 ID-RFA를 진행한 연구에서는 모든 환자가 큰 문제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병리조직 검사에서 확인된 RFA 최대 괴사 깊이는 4 mm (median, 1-6 mm), 괴사 길이는 실제 투시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RFA 전극 길이의 72%로 측정되었다[5].
ID-RFA의 임상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 연구 결과들이지만, 여러 보고에서 ID-RFA의 기술적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었다(Table 1). 대부분의 연구는 Habib RFA catheter® (Starmed)를 이용하였고, RFA 시술 후 다양한 스텐트를 이용하여 담즙 배액을 시행하였다. 스텐트 개통기간 및 생존기간에 대한 연구가 적어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 보고에서는 혈액담즙증(hemobilia), 간경색(liver infarction) 등의 위중한 합병증의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이다[6-17]. 그러나 RFA는 기본적으로 cardiac pacemaker, 임산부, 응고장애 환자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ID-RFA 직후 일시적인 통증과 발열 증상, 심한 경우에는 급성 췌장염, 천공, 혈액담즙증,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중한 합병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RFA 시술에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진행된 ELRA 카테터를 이용한 ID-RFA 연구에서는 수술이 어려운 원위부 악성 담도 협착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ID-RFA (80℃ 7-10 W, 120초)를 시행하였고, 시술 연관 합병증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 췌장염 2예와 담관염 1예로 확인되었다[16]. ID-RFA가 과연 췌장담도암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 이견이 아직 있지만, Sofi 등[14]이 발표한 메타분석에서는 악성 담도 협착에서 ID-RFA와 SEMS를 시행한 군이 SEMS 단독군에 비해 생존기간이 연장되었고(285일 vs. 248일, p<0.001), Yang 등[17]의 65명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전향적 연구에서도 생존기간의 연장이 확인되었다(6.8개월 vs. 3.4개월, p=0.02). 그러나 메타분석에서는 아직 논문화 되지 않은 초록 데이터가 포함되면서 담도 협착의 부위 및 원인 종양 등의 변수가 효과적으로 분석되지 않았고, Yang 등[17]의 발표는 연구 설계 및 결과 해석에 의문점이 있어 과연 실제 ID-RFA가 악성 담도 협착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ID-RFA는 수술이 불가능한 악성 담도 협착에서 종양의 성장을 줄이고 담즙 정체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간문부 담도 협착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 담도의 해부학적 구조상 특히 간문부 담도는 간동맥/문맥과 매우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ID-RFA 시 혈관 손상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담도 협착의 위치에 따라 ID-RFA는 개별적인 설정과 접근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6마리의 minipig 간문부 정상 담도에서 ID-RFA를 시행하였고, 이 중 4예에서 담도 천공, 2예는 간동맥 손상이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정상 minipig 간문부 담도에서 천공이 발생하지 않은 2예는 공통적으로 가장 짧은 11 mm ELRA 카테터를 80℃ 7-10 W, 60초 설정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제 간문부 담도에서 RFA를 시행할 때는 원위부 담도와 다르게 RFA 에너지 설정값을 7 W로 줄이면서 가급적 짧은 길이의 RFA 카테터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된다[18]. 이 외에도 최근 ID-RFA는 치료적 응용이 확대되면서 기유치된 SEMS의 재협착에 추가적인 ID-RFA를 시행하거나[19,20], 바터팽대부선종의 재발 또는 담도 내 침법을 ID-RFA로 치료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이 발표되었다[21,22].
3.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고주파 소작술
EUS 유도하 RFA (EUS guided RFA, EUS-RFA)는 전술한 ID-RFA와 달리 위 및 십이지장의 경벽을 통해 직접적으로 췌장담도 종양에 접근하여 RFA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RFA 방법이 이용되는데, Habib EUS-RFA® (Boston scientific)는 EUS에 이용되는 19G/22G 미세세침 안으로 1 fr 단전극 RFA 기기(10 W, 120초)를 삽입하여 사용하고, EUSRA® (Starmed)는 cooling 장치와 일체형으로 제작된 18G EUS용 미세세침 RFA 장비를 이용한다(20-50 W, 10-15초). Habib EUS-RFA의 경우는 미세세침을 이용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췌장 두부 등에서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1 fr 크기의 가느다란 구조이기 때문에 여러번 EUS-RFA를 반복하면 파손되어 추가적인 시술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23]. 그에 반해 EUSRA는 일체형으로 췌장 종괴 등에 반복적으로 EUS-RFA 시술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EUS 로 접근이 어려운 부위의 시술에는 제한점이 있다.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Scopelliti 등[24]의 연구와 Song 등[25]의 국내 연구에서는 췌장암 환자에서 EUS-RFA가 안전하게 시술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적은 증례이지만 췌장낭성종양 및 췌장신경내분비종양에서도 EUS-RFA의 치료 성적이 발표되었다[26-28]. 그 외에도 EUS 유도하 RFA 신경차단술 등의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29]. 하지만 아직 충분한 연구 결과가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연구를 통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 론
고령암의 증가, 비침습적인 치료 방법 선호 그리고 삶의 질이 중시되는 최근 의료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RFA, photodynamic therapy 등의 다양한 국소 치료는 새로이 각광받고 있고, 특히 췌장담도암에서도 개인별 맞춤 치료의 일환으로 RFA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ID-RFA는 악성 담도 폐쇄에서 담즙 배액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근치적 목적보다는 주로 진행성 췌장담도암의 완화 치료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지만, 최근 항암제 병용 치료 등을 통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EUS-RFA는 아직 실험적이지만 다양한 췌장 질환의 국소 치료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사실 ID-RFA, EUS-RFA 장비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었고 시판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임상 연구가 외국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2019년 신 의료기술로 ID-RFA가 등재되면서 현재 악성 담도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다기관 3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는 이러한 노력과 결과를 바탕으로 췌장담도암에서 RFA의 올바른 임상 적응증 정립과 효과적인 활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