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급성 췌장염은 갑작스럽게 시작하는 상복부의 급성 통증이 특징인 췌장의 염증성 질환이다. 상복부의 지속되는 급성 통증과 혈청 아밀라아제 혹은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 상한의 3배 이상의 상승 및 computed tomography (CT), magnetic resonance image (MRI) 또는 초음파에서 급성 췌장염의 소견이 보이는 3가지 중 2가지 이상을 만족할 때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1-3]. 급성 췌장염의 전체 사망률은 3-10%이나 중증 급성 췌장염이 지속되는 경우 사망률은 36-50%로 높아진다[1,4,5]. 2012년 개정된 애틀랜타 분류 체계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중증도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나눌 수 있으며, 경증 췌장염은 장기부전이 없고 국소적 또는 전신 합병증이 없는 경우, 중등도 췌장염은 48시간 미만으로 장기부전이 일시적으로 발생하거나 국소적 또는 전신 합병증이 있는 경우, 중증 급성 췌장염은 한 가지 이상의 장기 부전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뜻한다[1]. 중증 급성 췌장염의 사망은 시기에 따라 초기 1-2주 내 기관부전으로 인한 사망과 이후 몇 주에서 몇 달 후 기관부전과 국소 합병증의 문제로 사망하는 2개의 국면을 갖고 있으며, 이 중 초기 1-2주 내 사망률이 전체 급성 췌장염의 사망률의 절반에 해당될 정도로 높다[1]. 따라서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 및 평가 척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발열이나 장 마비 등 여러 가지 임상 증상 등을 통해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는 임상 평가, 전체 백혈구 수나 혈압 등 여러 가지 인자 등을 통해 예후를 예측하는 다원적 평가 척도, CT나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이용하는 예측 방법 및 대사 인자 및 유전적 소인, 분자 및 혈청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특히 다원적 평가 척도끼리 비교하고자 한다.
2. 다원적 평가 척도
1) Ranson score
Ranson 점수는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코올성 급성 췌장염의 경우 내원 당시 5가지, 48시간 후 6가지 인자를 만족하는지로 판단하며, 담석에 의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내원 당시 5가지, 48시간 후 5가지 총 10가지 척도를 이용하여 평가한다[7,8]. 평가 척도 중 3가지 미만을 만족할 경우 사망률이 0-3%, 3-4가지를 만족하는 경우 사망률이 11-15%, 5-6가지를 만족하는 경우 사망률이 40%에 이른다[9,10]. Ranson 점수의 급성 췌장염의 민감도, 기관부전, 괴사, 사망률의 수신자 운용 특성 아래의 영역 area under the receiver-operation curve (AUC)는 0.81, 0.84, 0.56, 0.80이며, 이는 48시간 후 평가 척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원 당시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8,11-13].
3) The acute physiology and chronic health examination II score (APACHE II score)
APACHE II 점수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위급한 환자를 구분하는 척도로, 체온, 맥압, 맥박수, 호흡수 등을 포함한 12가지 임상 척도 및 나이, 기저 질환, 내원 당시 의식수준 등을 고려하여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 평가에도 사용하고 있다[9]. APACH II 지표가 8 미만인 경우 사망률이 4%보다 낮으나, 8 이상인 경우 11-18%의 사망률을 보인다[9,19-22]. 이후 급성 췌장염의 합병증 위험인자인 비만을 포함한 APACH-O가 개발되어 APACHE II에 비해 정확도를 개선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APACHE-O가 APACHE II에 비해 정확도가 개선되지 않았다[23]. APACHE II는 중증 급성 췌장염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인 척도이나 복잡하고 번거로워 바로 사용하기 어려우며, 간질성 췌장염인지 괴사성 췌장염인지 혹은 감염성 괴사 췌장염인지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 24시간 때 예측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9,24,25].
5) 전신염증반응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
SIRS는 체온 36℃ 미만 또는 38℃ 초과, 맥박수 90회 초과, 호흡수 20회/분 이상 또는 동맥 이산화탄소 분압 32 mmHg 미만, 백혈구 수 4,000/μL 미만 또는 12,000/μL 초과 또는 band form 10% 이상의 조건 중 2가지 이상 해당하는 경우 이를 만족한다고 할 수 있다[29]. 염증 전구물질의 반응으로 인해 급성 췌장염 환자에서도 SIRS가 나타날 수 있으며 만족하지 않는 군에 비해 만족할 경우 그리고 지속될 경우 사망률은 0.7%에서 25.4%로 증가하였다[30]. SIRS는 다른 척도들과 비교할 경우 복잡하지 않고 비용적인 부담 없이 날마다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SIRS를 만족하는 경우 사망률은 높아진다[29,31].
7) Harmless acute pancreatitis score
Harmless acute pancreatitis 지표는 초기 내원 30분 내 반동압통이나 근성방어가 없는 경우, 정상 혈색소, 정상 혈청 크레아티닌 등 3가지 기준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를 만족하는 경우 경증의 급성 췌장염으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 연구에서는 Harmless acute pancreatitis 지표를 만족한 98%에 환자가 중환자실 치료 없이 호전되었다[34].
8) 일본 중증도 지표(Japanese Severity Score, JSS)
일본 중증도 지표는 실내공기에서 동맥혈산소분압이 60 mmHg 미만이거나 70세 이상의 고령 등의 예측 인자 9가지와 영상 검사를 통한 CT 척도 평가 항목 중 예측 인자 중 3가지 이상을 만족하거나 CT 척도가 2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 중증 급성 췌장염의 예후가 좋지 않음을 예측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35].
10) POP score
2007년 급성 췌장염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개발된 점수 체계로 동맥혈 pH, 나이, 혈청 요소, 평균 동맥압, PaO2/FIO2 ratio, 전체 칼슘 수치 등 6가지 인자를 가지고 0-40점 점수를 통해 중증도를 예측하는 것으로 AUC 0.84로 측정되었다. 여러 가지 인자를 계산해야 하여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38].
11) Organ failure-based score
48시간 기관부전이 지속되는 경우 급성 췌장염의 좋지 않은 예후를 의미한다[9]. 기관부전을 평가하는 척도에는 Goris multiple organ failure score, the Marshall (or multiple) organ dysfunction score, the Bernard score, the 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SOFA), and the logistic organ dysfunction system score 등이 있다[39-42]. 이 중 내원하여 시행한 SOFA score는 중증 급성 췌장염의 초기 사망률과 연관되어 있고, 7일째 시행한 SOFA score가 악화할 경우 전체의 52.2%의 사망률을 보였고, 34.8%의 후기 사망률을 보였다[43-45].
12) 척도별 비교 연구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는 것은 Ranson 점수가 가장 먼저 개발되었으며 이후 이를 변형한 Glasgow 점수가 등장하였다. 이후 APACHE-II나 BISAP, SIRS 등 다양한 척도들이 등장하였다. Ranson 점수가 3점 이상인 경우 중증 급성 췌장염을 예측한다고 볼 때 AUC는 0.81-0.88이었고, Glasgow 점수의 경우 2점을 넘는 경우 AUC는 0.73-0.78이었다[46]. Glasgow 점수가 APACHE II나 Ranson 점수에 비해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더 잘 예측한다는 의견도 있다[47]. APACHE II가 7점을 넘는 경우 AUC는 0.80-0.89, BISAP은 3점 이상인 경우 AUC 0.79-0.88이며, SIRS를 만족하는 경우 AUC 0.73, PASS 160 이상인 경우 AUC 0.71이었다[46]. BISAP 평가 척도는 APACHE II 지표처럼 입원 기간이나 중환자실 치료 필요성 또는 중재시술이 필요함을 예측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급성 췌장염의 사망률을 예측하는 정도는 APACH II 지표, Ranson 지표, CT severity index와 유사하거나 우월하다는 의견도 있다[26,27,48]. SIRS를 지속적으로 만족하는 경우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나 APACHE II나 BISAP 등의 다른 지표들과 중증 급성 췌장염의 예측이나 췌장 괴사, 감염성 췌장 괴사의 AUC는 매우 낮아 이를 예측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30,49]. JSS는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 평가에 BISAP, Ranson 점수나 APACH II 점수만큼 유용하다는 의견도 있다[35,50].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가지 다원적 평가 척도가 통계학적으로 중증 급성 췌장염을 예측하는 데 의미가 있으나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하는 가장 우월한 다원적 평가 척도는 아직 없다.
3. 영상 평가 척도
1) 조영증강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증강된 복부 CT는 진단에 사용되며 중증도 및 급성 췌장염의 영상학적 분류에 사용된다[51]. 급성 췌장염은 크게 괴사 여부에 따라 괴사성 췌장염과 간질성 부종 췌장염으로 나눌 수 있다[1-3]. CT severity score는 괴사의 정도 및 염증, 수액 고임 정도를 통해 점수를 판단하는 것으로 췌장 괴사가 동반되는 경우 사망률은 23%까지 올라가나 괴사가 없다면 사망률은 낮다[52]. CT severity score가 5점이 넘을 경우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할 확률 및 입원 기간의 연장, 괴사 절제술 시행 확률이 5점 미만보다 더 높아진다[52]. Modified CT severity index의 경우 췌장염의 중증도가 CT severity index에 비해 입원 기간의 정도 및 수술적 및 경피적 시술의 필요성, 감염 및 장기부전과 연관성이 더 높게 나왔다[53].
2) 타 영상 검사
복부 초음파는 췌장 괴사 등 관류를 평가하는 데 제한이 있어 급성 췌장염을 진단하는 데 국한된 역할만 할 수 있다[54]. 그러나 조영증강을 통해 췌장의 혈류 및 염증 정도와 괴사 정도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55,56]. 내시경 초음파 역시 전 췌장의 구조 및 췌장의 실질 변화 및 구조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췌장염의 진단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57-59]. 자기공명영상(MRI)은 급성 췌장염의 진단뿐 아니라 췌장의 실질 평가 및 괴사 정도 및 출혈, 수액 고임, 가성 낭종, 농양, 가성동맥류 등 국소 합병증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60].
5. 분자 및 혈청 검사
백혈구 수치의 상승은 사망률의 상승과 연관이 높으며, 혈액이 농축되어 정상보다 높은 혈색소수치나 48시간 후 150 mg/L 이상의 C-반응성단백질(C-reactive protein) 수치 역시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사망과 연관이 높다[19,74-76]. 혈청 혈액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는 급성 췌장염의 사망률과 연관이 높으며, 초기 24시간 이내 5 mg 이상 상승하거나 내원 당시 20 mg/dL 이상일 경우 사망률이 높아진다[77,78]. 괴사성 췌장염이 동반된 환자에서 초기 48시간 내 1.8 mg/dL 이상의 혈청 크레아티닌이 측정될 경우 예후가 불량하다[79]. 저알부민혈증이 병원 내원 24시간 이내 보이는 경우 급성 췌장염의 지속되는 기관부전 및 사망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80]. 혈청 이온화된 칼슘이 낮은 경우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이다[81]. 적혈구 크기 분포(red blood distribution width)는 일반혈액 검사 시 기본적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중증 급성 췌장염과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로 사용할 수 있다[82]. 혈액농축은 췌장의 미세순환부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췌장 괴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원 당시 혈액농축 소견이 보일 경우 괴사와 급성 췌장염의 위험도가 높아진다[83,84]. 입원 당시 헤마토크릿 44%를 넘는 경우 췌장 괴사, 기관부전으로 인해 중환자실 치료의 필요성과 입원 기간이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85,86]. 이 외에 요로트립시노겐활성화펩타이드(urinary trypsinogen activation peptide),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 tumor necrosis factor-alpha, interleukin-1, 6, 8 등 여러 가지 인자 역시 중증 급성 췌장염과 연관되어 있으나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87-90].
6. 시기별 예후 예측
급성 췌장염의 사망은 초기 1-2주 내 기관부전으로 인한 사망과 이후 몇 주에서 몇 달 후 기관부전과 국소 합병증의 문제로 사망하는 2개의 국면을 보이며, 초기 1-2주 내 사망이 전체 사망 중 약 50% 이상을 차지한다[1]. 다원적 평가 척도들은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사망을 예측하나 그 시기를 예측하지 않았다. 후기 사망에 예측에 있어서는 급성 췌장염의 괴사나 국소 합병증과 연관된 다원적 평가 척도로 내원 7일째 시행하는 SOFA 점수가 유용할 수 있다[44]. 또한 후기 사망이 국소 합병증과 연관되어 조영증강된 복부 CT로 괴사나 주변 액체 고임 등의 국소 합병증을 평가하는 modified CT severity index도 후기 사망 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다[53].
결 론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는 다원적 평가 척도와 인자는 다양하며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으나, 아직 가장 우수한 척도와 인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특히 Ranson 점수는 48시간 후 인자가 반영되어야 하기에 병원 내원 당시 적용하기 어려우며, APACHE II나 JSS 등의 여러 인자를 반영해야 하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내원 당시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는 SOFA나 BISAP, CT severity index score 등은 상대적으로 사용이 편리하며 중증도 예측에도 유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다원적 평가 척도들은 급성 췌장염의 초기 사망이나 후기 사망을 분류하지 않고 사용되어 온 경향이 있다. 다만 대부분의 다원적 평가 척도들이 기관부전 여부를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대부분이 2주 내 사망하는 조기 사망과의 연관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 후기 사망이 국소 합병증에 의해 발생하는 원인을 고려하면, 이러한 후기 사망을 예측하는 것은 조영증강된 복부 CT 같은 영상학적 검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향후에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초기 후기 사망 및 예후는 구분하여 예측할 수 있는 척도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