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담낭암은 드물지만 치명적인 악성 종양이다[1]. 담낭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대부분의 담낭암이 늦게 진단되고, 급속하게 인접 장기로 전이되기 때문에 예후가 불량하다[1]. 반면에, 조기 담낭암은 담낭 담석이나 용종으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후 우연히 조직 표본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 담석은 담낭암 환자의 70-90%에서 존재한다[2]. 담낭 담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4.9배 정도 담낭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담낭 담석 환자에서 담낭암이 생길 확률은 1-2%로 보고되고 있다[2]. 아직 국내에서 급성 무결석 담낭염에 동반된 담낭관암은 보고되어 있지 않다. 저자들은 급성 무결석 담낭염에서 초음파 내시경 후 담낭관암으로 진단된 1예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3세 남자 환자가 2일 전부터 발생한 우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평소 자주 과음을 하였다고 하며 10년 전 뇌동맥류 파열로 경동맥 색전술을 받았었고, 고혈압으로 투약 중이었다. 특이 가족력은 없었다. 혈압은 130/77 mmHg, 맥박은 79회/분, 호흡은 20회/분, 체온은 38.2℃였다. 신체 검사에서 우상복부에 압통이 있었고, 머피 징후는 양성이었다. 검사실 소견은 백혈구 12,100/mm3, 혈색소 15.5 g/dL, 혈소판 188,000/mm3, 총빌리루빈 5.1 mg/d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T) 217 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T) 216 U/L,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γ-GTP) 2,512 U/L,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1,052 U/L, 아밀리아제 125 U/L, 리파제 83 U/L였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담낭의 팽창과 주변 조직의 염증소견이 관찰되었으나 담낭 담석이나 총담관담석은 보이지 않았고, 뚜렷한 폐쇄병변 없는 총담관의 미만성 확장이 관찰되었다(Fig. 1). 방사선 비투과성 담석에 의한 급성 담낭염 또는 급성 무결석 담낭염으로 진단하고, 응급실에서 피부간경유담낭배액술(percutaneous transhepatic gallbladder drainage)을 시행하였다. 시술 후 복통과 발열은 호전되었다. 시술 2일 후 총빌리루빈 2.0 mg/dL,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달효소 47 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91 U/L로 감소하였다. 담낭배액 검체에서 악성 세포는 관찰되지 않았다. 시술 4일 뒤 시행한 담낭배액관을 통한 담낭조영술에서 담낭관의 좁아진 부분이 관찰되었고(Fig. 2), 초음파 내시경 검사에서 담낭관에 약 1 cm 크기의 저에코성 관강 내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3). 조기 담낭관암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먼저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다(Fig. 4). 담낭관에 부분적으로 경화섬유증이 있어 냉동 조직병리 검사를 시행하였고 선암으로 진단되었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커진 림프절이 없었고, 수술 당시에는 영구 절편의 확인을 통해 정확한 암의 침윤 깊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외과의의 결정에 따라 바로 개복수술로 전환하지 않고 최종 조직 검사를 확인하고 나서 추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최종 수술 검체 조직병리 검사에서 담낭관에 2 cm × 1.5 cm 크기의 종양으로 근육주위결합조직 침범이 있었다(Fig. 5). 따라서 절제연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약 4주 후 확대 담낭절제술(extended cholecystectomy)을 시행하였고, 수술 후 절제 부위 조직 검사에서는 간과 림프절에 잔위암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담낭암의 최종 병기는 pT2N0M0였다. 환자는 수술 후 보조 방사선 치료 및 5-fluorouracil+leucovorin 보조 항암 치료를 받고 현재까지 재발의 증거 없이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담낭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비특이적 증상만 있어서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3]. 담낭절제 수술 후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1% 정도에서 있으며, 이 경우 늦게 발견되는 경우보다 예후는 비교적 좋다[3]. 진행된 증상으로는 체중감소를 동반한 우상복부 통증, 황달, 종괴 등이 관찰되고 담관염이 동반될 수 있다[1]. 약 80%의 환자가 진단 당시 절제가 불가능한 상태이다[4]. 담낭암의 치료는 절제수술만이 완치의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으로 절제를 고려해야 하나 종양의 60-90%에서 이미 간 등의 인접 장기에 침윤이 있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5년 생존율은 5% 이하이며, 중앙 생존 기간도 6개월 이하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2,4]. 담낭암이 수술로 완치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이 만성 혹은 급성 담낭염으로 담낭절제술을 할 때 우연히 담낭암이 발견되어 분화도가 좋고 암 침범이 적은 경우이다[1].
급성 무결석 담낭염은 담석으로 인한 담낭관 폐쇄가 없는 담낭의 염증으로, 담낭염 환자의 5-14%를 차지하며 무결석 담낭염이 결석성 담낭염보다 천공 및 괴사의 위험이 높고, 높은 사망률과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데, 사망률은 약 50%에 이른다[5]. 대부분의 무결석 담낭염은 중환자들에게서 발생하며, 심한 외상이나 화상, 수술 후, 세균성 패혈증, 쇼크, 장기간 비경구적 정맥 영양 공급 후, 장기간의 금식 등으로 유발된다[5]. 그러나 급성 무결석 담낭염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이 증례와 같은 담낭관의 악성종양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담낭관의 악성 종양은 극히 드물지만 급성 무결석 담낭염에서 담낭 경부와 담낭관 벽의 비후가 있으면 암이 있음을 시사할 수 있겠고, 초음파 내시경 또는 경비담낭배액술을 통한 세포진단이 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6,7]. 급성 담낭염의 급성기에는 조기 담낭 절제를 필요로 하지만 환자의 임상적 상태를 고려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며 피부경유배액술을 포함한 내과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5].
조기 담낭암에서 단순 담낭절제술을 시행할 때 복강경 수술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최근 영상 진단기술의 발달과 건강검진에 의해 무증상 담낭 질환들이 자주 발견되어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증가하고 있다[8].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국소 담낭벽 비후, 관강 내 종괴, 미만성 담낭 비후를 동반한 작은 담낭, 국소 림프절 비대가 관찰되는 경우 담낭암 가능성이 있다[9]. 이러한 과정에서 담낭암이 의심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수술 후 담낭의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질환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8]. 초음파 내시경은 담낭 용종을 감별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담낭암의 T병기를 판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10]. 담낭암은 초음파 내시경에서 주로 담낭 안으로 돌출된 저에코성 종괴나 담낭을 완전히 채우는 종괴로 관찰된다[10]. 이러한 병변은 보통 가장자리가 불규칙하고 담낭벽의 정상적이 3층 구조가 파괴된 경우가 많다[10]. 담낭암을 암시하는 초음파 내시경 소견으로 담낭벽의 비대나 석회화, 담낭과 간 사이의 정상적인 경계면의 소실이 있다[10]. 따라서 이러한 검사들에서 용종의 악성 여부와 T병기에 따라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할지 개복수술을 시행할지가 결정된다[10]. 담낭암이 확실하다면 원칙적으로는 개복수술이 일차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겠지만, 양성 질환으로 판명될 확률을 감안하면 처음에는 최소 침습적인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시도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8]. pT1a 병변의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는 2.5% 이하로 복강경 담낭절제술 이후 대부분 재수술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pT1b 이상의 병변의 경우 13-15%에서 림프절 전이가 보고되었기 때문에 복강경 담낭절제술 이후 재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11,12]. 또한 pT2 병변에서 초기에 개복이 아닌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이루어져도 담낭암이 복강 내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 자체가 담낭암의 예후를 악화시킨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담낭암이 낮은 가능성으로 의심되거나 조기암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서 복강경 수술이 시도되더라도 예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T2 이상이거나 림프절 전이 또는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 부분 간절제 및 간십이지장인 대림프절 곽청술을 포함한 확대 담낭절제술을 시행하고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고려한다[13]. 단순 담낭절제술 후 우연히 발견된 담낭암이 T2병기 이상인 경우 2차로 확대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면 확대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예후의 향상이 있으며, 처음부터 확대 담낭절제술을 시행한 환자들에 비해 예후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4]. 본 증례에서는 초음파 내시경 검사에서 담낭관에 저에코성 관강 내 병변이 관찰되었고, 담낭관의 구불구불한 특성으로 인해 정확한 깊이를 알기 어려웠다. 이에 조기 담낭관암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덜 침습적인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시행되었다. 수술 당시 담낭관에서 시행한 냉동 조직병리 검사에서 선암이 진단되었지만, 외과의의 결정에 따라 영구 절편을 확인하기로 하였다. 영구 절편에서 근육주위결합조직 침범이 있었고 장막에는 침범이 없는 것을 확인하여 pT2로 진단하고 확대 담낭절제술이 시행되었다.
대부분의 담낭암은 늦게 진단되어 예후가 불량하지만 본 증례에서는 담낭관암으로 인해 담낭관의 폐쇄가 초래되어 비교적 조기에 담낭염이 발생하였고, 따라서 보다 일찍 암을 진단할 수 있었다. 이후 외과의의 결정에 따라 처음에는 덜 침습적인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고, 이후 확인된 조직학적 침습 정도에 따라 이차적으로 확대 담낭절제술을 하였다. 담낭암은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지만, 본 증례와 같이 담낭관에 발생한 종양의 경우 무결석 담낭염을 일으켜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겠다. 이 환자에서와 같이 무결석 담낭염이 발생하고 그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담낭관암 또한 무결석 담낭염의 원인으로 의심해 볼 수 있겠으며, 이에 대한 검사로 초음파 내시경을 시행해 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