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한 기종성 췌장염의 1예
Acute Emphysematous Pancreatitis with Fulminant Multi-organ Fail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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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급성 기종성 췌장염은 그 발생 빈도는 매우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 췌장염의 심각한 형태이다. 기종성 췌장염은 장내 가스 형성 세균이 췌장에 침윤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실질 내혹은 후복막강내 기종이 형성되어 있는 특징적인 영상 소견을 보인다. 기본적인 치료는 적절한 수액 공급과 적절한 항생제의 투약으로 감염을 조절하며, 임상 상황에 따라 수술적 제거 또는 경피 배액술을 고려할 수 있다. 본 증례는 73세 남성 환자에서 발생한 급성 기종성 췌장염이 적극적인 수액 및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여 전격성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하여 사망한 1예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Trans Abstract
An emphysematous pancreatitis is a rare, but fatal subtype of acute pancreatitis. Gas-forming bacteria from the bowel may penetrate the pancreas to cause emphysematous pancreatitis. It is characterized by the presence of gas within pancreas bed or retroperitoneal cavity at computed tomographic image and carries a high mortality rate. It requires fluid resuscitation and anti-bacterial therapy to control infection, and needs to consider percutaneous drainage or surgical management depending on the clinical condition. We report a case of 73-year-old patient presented with an emphysematous pancreatitis which developed fulminant multi-organ failure in spite of intensive medical treatment along with a review of the related literatures.
서 론
급성 기종성 췌장염은 발생 빈도는 매우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 췌장염의 심각한 형태이다. 기종성 췌장염은 장내 가스 형성 세균이 췌장에 침윤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실질 내혹은 후복막강내 기종이 형성되어 있는 특징적인 영상 소견을 보인다[1]. 급성 기종성 췌장염의 진단에 있어, 전산화 단층촬영을 통한 췌장 실질의 가스 확인은 특이도와 민감도가 모두 높으며 병변의 해부학적 위치와 범위를 확인하는 데 적합하다[2]. 췌장 실질의 기종 확인은 감염의 진단에 특이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스 형성 세균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2]. 기본적인 치료는 적절한 수액 공급과 항생제의 투약으로 감염을 조절하며, 임상 상황에 따라 수술적 제거 또는 경피 배액술을 고려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급성 기종성 췌장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보고에 따라 36%에서 많게는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1,2].
본 증례는 73세 남성 환자에서 발생한 급성 기종성 췌장염이 적극적인 수액 및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여 전격성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하여 사망한 1예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73세 남자가 1일 전부터 발생한 구역, 구토를 동반한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외부 병원 방문 후 본원으로 내원하였다. 또한 환자는 4일 전부터 전신 위약감과 함께 식욕 부진이 동반되었고, 소변량이 하루 종이컵 1컵 정도로 감소하였다. 타원에서 시행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급성 췌장염 소견이 확인되어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환자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 고혈압으로 약제를 복용 중이었으며, 1주일에 3회 소주 1병씩의 음주력이 있었다. 그 외에 결핵, 간염 등의 만성 질환력은 없었고 수술력은 없었으며, 가족력에서도 특이 사항은 없었다.
내원 당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혈압은 125/82 mmHg, 맥박 86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2℃였다. 공막 황달이 관찰되었으며, 복부 진찰에서 장음은 감소되어 있고 복부 전반에 압통은 있었으나 반발통은 없었다. 복부에서 촉지되는 종괴는 없었고 간, 비장 비대는 관찰되지 않았다.
내원 당시에 시행한 전혈 검사 결과는 백혈구 23,000/mm3 (4,000-10,000/mm3), 혈색소 13.3 g/dL (13-16 g/dL), 혈소판 155,000/mm3 (130,000-400,000/mm3)였다. 간 기능 검사는 총 단백질 4.9 g/dL (6-8 g/dL), 알부민 3.2 g/dL (3.3-5.2 g/dL), 총 빌리루빈 2.9 mg/dL (0.2-1.2 mg/dL),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99 IU/L (30-115 IU/L), 아스파라진산 아미노전달효소 941 IU/L (0-40 IU/L), 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 206 IU/L (0-40 IU/L)였으며,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189 IU/L (8-35 IU/L)였다. 신장 기능 및 전해질 검사는 나트륨 133 mEq/L (135-145 mmol/L), 칼륨 5.7 mEq/L (3.5-5.5 mmol/L), 염소 93 mmol/L (98-110 mmol/L), 총 이산화탄소 11 mmol/L (24-31 mmol/L), 혈액요소질소 52 mg/dL (10-26 mg/dL), 크레아티닌 5.28 mg/dL (0.7-1.4 mg/dL)였고, 혈액응고 검사는 프로트롬빈 시간 1.94 INR (0.8-1.2 INR), 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시간 42.6 sec (29-45 sec), 피브리노겐 157 mg/dL (170-350 mg/dL)였다. 아밀라아제 516 IU/L (30-100 IU/L), 리파아제 14,253 IU/L (23-300 IU/L)였으며, C-반응성 단백은 2.74 mg/dL (0-0.5 mg/dL)였다.
외부 병원에서 시행한 복부 비조영 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서 비록 검사가 비조영 촬영이고 단층촬영 검사의 해상도가 낮아 판독에 제한이 있었으나 췌장 두부의 부종과 함께 주변부의 염증성 액체의 저류가 관찰되었고, 원위부 총담관의 충만결손과 이에 다른 총담관의 확장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1). 환자 병력 및 간기능 검사 수치를 바탕으로 알코올에 의한 급성 췌장염이 가능성이 높긴 하나 담석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초음파내시경이나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과 같은 다른 검사 없이 응급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을 통해 담석을 제거하려고 시도하였으나, 환자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패하였다. 다음 날 재시도하기로 계획하였으며, 초기 항생제 치료로 다제 항생제(moxifloxacin, metronidazole)를 정주하였다. 적절한 수액 치료에도 불구하여 대사성 산증과 소변량 감소가 동반된 급성 신부전이 진행하여 지속적 신대체 요법 고려하에 중환자실 입실하였다.
내원 2일째 혈액검사상 백혈구 3,300/mm3, 혈소판 48,000/mm3로 이혈구감소증(bicytopenia)이 발생하였고, C-반응단백질 17.70 mg/dL로 상승하였으며, 프로트롬빈 시간이 1.94 INR로 연장되어 전신 염증 반응으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 및 파종성 혈관내 응고병증(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opathy) 로 판단하여, 혈소판과 응고인자 수혈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내원 당일 시행한 혈액 세균배양검사에서 균은 동정되지 않았으나 광범위 항생제(carbapenem)로 변경하여 정주하였다.
내원 3일째 신체검진에서 전복부의 압통이 발생하며 혈압이 78/52 mmHg로 감소되어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검사를 재차 시행하였다(Fig. 2). 이전 외부 영상에서 보이지 않았던 췌장 주변과 좌측의 후복강을 따라 새롭게 기종이 발생하였고, 이러한 기종 사이에는 염증성 침윤과 소량의 액체 저류도 동반되었으며, 복수와 양측 흉수도 확인되었다. 이에 급성 기종성 췌장염을 의심하였고, 경피 배액술을 고려하였으나 영상 소견에서 시술의 적응증이 될 만한 괴사성 병변은 관찰되지 않아 중재적 영상의학팀에서 시술의 이득이 크지 않을 것으로 의견을 주었고, 환자가 기계 호흡 및 신대체요법으로 중환자실에서의 이동이 제한적이어서 경피 배액술은 시행하지 않았다. 지속적 신대체 요법과 수액 공급 및 광범위 항생제 투약에도 불구하고 대사성 산증은 교정되지 않았으며, 내원 4일째 호흡 부전이 동반되어 기관 삽관을 시행하였고, 승압제 증량에도 불구하여 혈압 유지되지 않아 5일병째 환자는 사망하였다.
고 찰
급성 췌장염은 췌장의 급성 염증 반응 및 그로 인한 주변 장기의 이상으로 중증도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보고에 따르면 경증 췌장염에서는 사망률이 1% 미만이나, 중증 췌장염에서는 10%, 감염 괴사 췌장염의 경우는 25-30%에 이른다[3]. 이러한 이유로 급성 췌장염 환자의 초기 중등도 평가 및 적절한 치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종성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의 한 형태로 드물게 발생하나 췌장의 실질과 주변에 가스를 동반하며, 사망률이 보고에 따라 약 40%에 이르는 질환이다[2]. 본 증례처럼 증상 발생 당시부터 장기 부전을 시사하는 소견이 동반되었으며, 수액 치료, 광범위 항생제 및 지속적 신대체요법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발병 초기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일 이내에 환자의 임상경과가 악화되었다는 점은 의료진에게 기종성 췌장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기종성 췌장염의 발생빈도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까지 진행된 바는 없다. 259명의 췌장의 염증이나 종양이 의심되는 환자의 영상 검사 결과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 약 2% 내외의 발생률을 보고한 바 있으나[4], 현재까지 기종성 췌장염은 국내에서 3예만이 보고되었다[5-7]. 이에 지금까지 보고 된 국내외 기종성 췌장염의 증례 22예를 환자의 성별, 나이, 복부 전산화단층 소견 및 재원기간, 생존여부 등을 도표로 정리하였다(Table 1) [2,6-10]. 발병한 환자 군의 성별은 남성이 19예, 여성이 3예였으며, 평균 연령은 50세였다. 모든 증례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실질의 기종이 확인되었으며, 5건의 증례에서 후복강 내의 기종이 확인되었다 비록 11예에서는 확인이 불가능 하였으나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괴사 조직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었던 11예 중 괴사 조직이 전체 췌장이 50%가 넘는 중증 췌장염이 8예로 전체 72.7% (8/11)의 비율을 차지하였다. 다발성 장기 부전도 총 54.5% (12/22)에서 발생하였다. 치료에 있어서는 총 68.1% (15/22)의 환자가 수술적 치료를 받았으며, 내원 후 수술적 치료를 받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최소 1일부터 최대 48일까지 분포가 다양하였다 또한 총 6명의 환자가 경피 배액술을 받았으며, 재원일수도 1일에서 최대 64일까지 다양한 분포를 나타냈다. 22명의 환자 중 16명이 생존하여 사망률은 27.2% (6/22)였다. Hong 등[6]이 보고한 1예와 Kvinlaug 등[9]이 보고한 4예를 제외하고는 원인 균이 확인되었으며 63.6% (14/22)에서 Escherichia coli 가 동정되었다. 비록 Wig 등[2]이 보고한 11예에서는 각 환자의 임상경과 기간 확인이 불가능했으나 본 증례는 Robert 등[8]이 보고한 증례와 마찬가지로 수일 내에 환자가 사망한 급격히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증례였다.
기종성 췌장염을 가진 환자를 분석한 이전 연구에서 조절되지 않은 당뇨나 만성 신부전과 같은 면역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소인이 많다는 보고가 있었으나[5], 기종성 췌장염과 비기종성 괴사성 췌장염을 비교한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의 유병률의 차이가 없어[2], 명확한 소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증례보고의 경우에서도 환자가 당뇨의 과거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원 당시 혈중 포도당 수치가 374 mg/dL로 상승되어 있었다.
현재까지도 기종성 췌장염의 병태생리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만 존재할 뿐 그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제한적이다. 문헌 보고에 따르면 췌장 실질에 가스 생성은 대장으로부터의 세균 전이로 인한 괴사의 진행, 인접한 위장과 췌장 사이에 형성된 누공 또는 바터 팽대부와 췌도를 통한 장내 공기의 역류 등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11]. 췌장 및 후복막강 내부의 가스를 생성시키는 대표적인 균주는 Clostridium perfringens 이나, 췌장 조직 감염과 괴사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주는 Escherichia coli 이며, Klebsiella pneumoniae, Enterococcus 등도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2,12]. 앞서 언급한 균주는 공통적으로 장내 서식하는 그람 음성균으로, 혈행성 또는 림프계를 통한 감염도 가능하나 대부분의 경우 장벽을 통한 전이로 췌장 조직에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이번 증례에서도 어떠한 경로로 peripancreatic air가 수일 만에 발생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환자가 과거 복부 수술력이 없고 전산화단층촬영에서 fistula가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지 않으므로 gas-forming organism의 전이 가능성을 기전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급성 췌장염의 10-30%는 괴사를 동반하는 심각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망률은 약 40%에 달한다. 췌장 괴사에 대한 이차적인 감염은 괴사성 췌장염의 절반 이상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감염된 괴사조직을 제거하지 않는 한 사망률은 거의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6]. 따라서 과거에는 감염된 괴사조직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수술적 치료할 것을 권고해왔으나 수술적 치료 후에도 사망률이 25%까지 보고되었으며 수술과 관련된 이환율이 10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서[13], 최근에는 중증 괴사성 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와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수술적 치료 전에 경피적 또는 내시경적 배액술을 통해 수술을 피하거나 연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14]. 기종성 췌장염에 대해서도 수술적 치료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 치유된 증례가 몇 차례 보고된 적이 있고, 보존적 치료로 괴사 절제술을 최대한 지연한 경우도 있다[10]. 그러나 아직까지 보고된 증례가 많지 않으며 대규모 연구 결과가 없어 치료 방침 설정에는 한계가 있다. 본 증례의 경우 내원 당시 부터 다발성 장기 부전의 증거가 확인되었던 예로 집중 치료실에 입실하여 적극적인 수액 치료, 항생제 치료 및 지속적 신대체요법 등을 시행하였으나 내원 3일째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기종성 췌장염이 확인되었으며, 5일째 사망하였다. 환자가 고령이었던 점, 당뇨와 고혈압의 과거력이 있었다는 점이 질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적극적인 내과적 치료만으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하는 환자의 예후를 바꿀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극히 예후가 불량했던 증례라고 여겨진다. 이에 추후 기종성 췌장염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The author has no conflicts to dis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