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담도내시경 의사의 다양성과 수를 증대하기 위한 방안
How to Enhance the Number and Diversity of Pancreatobiliary Endoscop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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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췌장담도학회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을 시행하는 의사들의 시술 경험 및 능력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췌장담도내시경 인증의 제도”를 도입하였다. 2021년 인증의 제도를 도입한 이후로 총 208명의 인증의가 인준되었으며, 이를 통해 국내 췌장담도내시경 의사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췌장담도내시경 의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전제 208명 중 여성 의사가 11명(5.3%)으로 극히 적고, 연령별로는 30대가 29명(13.9%)으로 젊은 층의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반면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대한소화시내시경학회에서 주관하는 세부내시경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내과전문의는 총 1,034명으로, 이 중 여성은 325명(31.4%)이었다. 즉, 소화기내과를 수련하는 전임의 수에 비해 췌장담도내시경 분야로 유입되는 의사는 매우 소수이며, 이 중 여성 의사의 지원이 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췌장담도내시경 시술은 소화기내과의 다른 시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수가가 높은 편이지만, 새로 유입되는 의사수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현재 국내의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구성은 다양성(diversity)이 부족하고, 새롭게 유입되는 구성원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췌장담도내시경을 전문과목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 조사 및 연구가 시행된 바는 없다. 외국에서 시행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생활 불균형(poor work-balance imbalance), 방사선 노출에 의한 임신 및 건강 문제, 시술의 난이도 및 강도에 대한 부담감, ERCP 멘토/롤 모델(mentor/role model) 부족으로 인한 정보 공유의 어려움 등을 주요 요소로 보고하였다[1-3]. 국내에서는 정식 연구가 이루어진 적은 없으나 2022년 3월 대한췌장담도학회 주관으로 여성 췌장담도내시경의사들과 패널 토의를 하여 현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다[4]. 따라서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유들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지만, 이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췌장담도내시경은 위, 대장 내시경 시술을 습득 후 추가적인 수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임의 수련기간이 길다. 또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한, 두 명의 의사들이 응급 ERCP를 포함한 모든 췌장담도내시경 시술을 하고, 상당수의 환자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를 스스로 조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췌장담도내시경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담도분야를 전공하는 여성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앞에서 언급한 여성 멘토/롤 모델 증진이 중요하다는 보고들이 있다[1,2,4,5].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 멘토/롤 모델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췌장담도내시경 여성 의사들이 학회 활동 및 병원에서 주요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은 췌장담도내시경 분야로 진입하기를 망설이는 여성 소화기내과 전임의 또는 내과 전공의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여성의사 간의 만남이 증가함에 따라 멘토쉽(mentorship)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멘토쉽은 성별과 무관하게 췌장담도내시경을 전공하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궁금증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췌장담도학회에서는 “Young ERCP Camp”와 같은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한 형태의 멘토쉽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시술을 막 시작한 췌장담도내시경 의사에게는 핸즈온(Hands-on) 형태의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유용하고, 췌장담도내시경에 관심이 있는 전공의나 전임의에게는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젊은 췌장담도내시경 의사와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췌장담도학회는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수를 늘리고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2022년 3월부터 시작하였다. 학회 내에 다양성 위원회를 구성하여 의사들의 다양성을 향상시키고자 국내 현황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소화기내과 전임의 및 내과 전공의 215명(남: 139, 여: 76)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를 2022년 대한췌장담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였다. 췌장담도내시경 분야를 선호하지 않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시술의 난이도에 대한 부담감(80.0%), 응급시술에 대한 우려(83.7%) 등이 가장 높았고, 교육시설 부족(32.1%), 병원 내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부족(22.4%)은 상대적으로 높지않았다. 시술이 고난이도인만큼 췌장담도내시경을 전공할 경우 시술을 통한 성취감(97.7%) 및 환자 진료에 대한 사명감(94.9%)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즉, 췌장담도내시경이 고난이도의 시술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쉽지는 않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의사로서 가지는 가치와 성취도가 크다는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병원은 전임의와 전공의가 시술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체계적인 수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회에서는 시술 난이도별 핸즈온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영상 등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멘토쉽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현장의 문제를 반영하는 대화를 통해 일부 해소할 수 있으며, 시술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다.
방사선 노출에 의한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염려, 또는 암 발생에 대한 우려는 췌장담도내시경을 꺼리는 요소 중 하나이다. 여러가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지속적인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는 것은 췌장담도내시경 의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전 설문조사에서도 췌장담도내시경을 시행할 경우 방사선 피폭이 우려 된다고 응답한 경우가 76.4%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국내 상당수의 췌장담도내시경 의사는 방사선 피폭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방호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췌장담도내시경 중 방사선 피폭에 의한 환자 및 의료진에게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도 대규모 연구는 부족한 상태이다[6]. 따라서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방사선 방호가 이루어져야 하며, 방사선 선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7]. 이를 위해 췌장담도학회는 췌장담도내시경 인증의 제도와 더불어 ERCP 시술실에 대한 인증제도를 통해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이 적절한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각 병원과 의료진들의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수를 증가시키고 다양성을 확장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병원, 학회, 나아가 사회 모두의 공감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췌장담도내시경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 개인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학회 차원의 지원이 우선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시점이다. 췌장담도학회는 다양성 증진을 위해 2022년 3월 국내 여성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모임을 통해 국내 현황 파악 및 학회 역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후 2023년 3월부터 다양성 증진 위원회를 개설하여 이를 체계화하였으며, 심포지엄 개최 및 국내 현황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등을 시작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아가 병원 및 사회에서는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의료 정책의 수립 및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의사수만을 늘리는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의사 분포의 불균형에 따른 특정 필수 전문과목의 인력 부족 해결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췌장담도내시경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응급 처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로 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은 현재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췌장담도내시경 의사 수를 증가시키고 다양성을 확장하는 것은 잠깐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며,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시작 단계이지만 췌장담도학회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활동이 개인, 병원, 사회로 이어져 실효성 있는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The author has no conflicts to dis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