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Endoscopic Pancreatic Necrosectomy) 신의료기술 등재
Endoscopic Pancreatic Necrosectomy Registered as a New Health Technology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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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췌장염은 전신 및 국소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급성 질환이다. 급성췌장염의 국소 합병증은 2012년에 개정된 아틀란타 분류(Atlanta classification)에 따라 급성췌장주위액체저류(acute peripancreatic fluid collection), 췌장가성낭종(pancreatic pseudocyst), 급성괴사저류(acute necrotic collection), 구역성 췌장괴사(walled-off necrosis)로 구분한다[1]. 특히 감염을 동반한 국소 합병증이 발생한 중증 급성췌장염은 사망률이 40% 이상까지도 보고되므로 적절한 시기에 중재적 시술이나 외과적 치료를 요한다[2].
개정된 대한췌장담도학회 급성췌장염 임상진료지침에서는 급성췌장주위액체저류에 대해서는 보존적 치료를 고려하되, 임상 증상이나 감염 등이 동반된 췌장가성낭종은 내시경적 배액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한다[3].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에 시행하는 췌장 가성낭종 경벽 배액술(endoscopic ultrasound-guided pancreatic pseudocyst transmural drainage)은 국내에서도 2013년 7월 신의료기술로 고시가 되었으며 이후 국내에서 활발히 시술되는 신의료기술 중에 하나가 되었다.
괴사성 췌장염의 경우에도 보존적 치료가 우선시되지만, 임상적 악화를 동반한 감염성 췌장괴사가 의심되면 적극적인 중재치료를 요한다. 이때 먼저 배액을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췌장괴사 제거술을 시행하는 단계적 접근(step-up approach)이 추천된다[3]. 환자의 상태에 따라 4주 이내에 조기 배액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최적의 중재 시기는 급성췌장염 발병 후 4주 이후, 즉, 괴사 영역이 격벽으로 둘러싸이는 시점에 배액 등의 중재시술을 시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배액 후에도 임상적인 호전이 없으면 췌장괴사 제거술을 고려한다. 특히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은 최소침습치료로 개복을 통한 수술적 췌장괴사 제거술과 비교하여 안전하면서도 대등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빈도나 시술 횟수 등을 고려하였을 때,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한 치료 재료의 허가사항 확대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대한췌장담도학회 EUS·신의료기술연구회에서는 신의료 기술을 임상 적용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본 연구회에서는 2022년부터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의 신의료기술 등재를 추진하였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국내에서도 비로소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이 신의료기술로써 보건복지부 고시로 공표되어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을 공식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보건복지부 고시 제2024-96호, 2024년 6월 27일 고시 및 시행). 최근까지 국내외의 문헌을 고찰하였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 평가사업본부의 평가에 따르면,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은 시술 성공률이 높고, 재발률이 낮으며, 사망 및 합병증 발생률이 전통적인 개복 수술에 비해 낮으면서도 기존의 최소 침습적 시술 또는 수술과 유사한 정도의 안전성을 확보한 술기로 평가받았다. 해당 기술의 사용 대상은 최근 개정된 급성췌장염 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중증 급성췌장염으로 위경벽 배액술(배액관 삽입)을 시행한 이후 호전이 없는 환자이다[1]. 다만, 시술 방법은 여러가지 내시경적 괴사 제거술 방법들 중 삽입되어 있는 배액관 내부로 내시경을 췌장괴사 부위로 진입하여, 겸자 등의 기구로 췌장과 주변의 괴사 조직을 제거하고, 필요시 추가 배액관을 삽입하는 것이다.
최근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이 신의료기술로 등재되어 임상에서 공식적으로 시행 가능해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미비 사항들이 있다. 특정 신의료기술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일부 신규 치료 재료들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새로이 등재되는 신의료기술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재료들은 다른 용도로 인체 사용 허가를 받았으나 해당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은 재료들이다. 특히 기존에 다른 내시경 술기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 내시경 부속기구들을 응용하여 시행하는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치료 재료들이 기존 허가사항을 초과하여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임상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내시경 부속기구 중 일부 치료 재료는 행정 절차상 허가 초과 사용 신청이 불가능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임상에서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은 환자의 상태나 사용된 기구, 상황에 맞추어 변형된 술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 감염성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플라스틱 스텐트를 이용한 경벽 배액술이 시행된 경우, 임상적 호전이 없으면 플라스틱 스텐트를 제거한 후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카테터 등의 기구를 사용하여 누공을 통해 유도철선을 삽입하고 누공을 풍선도관으로 확장한 뒤 내시경으로 진입하여 췌장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과정을 시행할 수도 있다[4,5]. 이 방법은 여러 연구를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번 신의료기술 등재에는 시술 방법으로써 기술될 수 없었다. 술기 과정 중 사용되는 ERCP 카테터 등의 재료는 허가 초과 사용 신청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전문평가위원회에서는 구경이 작은 플라스틱 스텐트 삽입 상태에서는 누공이 충분히 넓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누공에 유도철선을 삽입할 수 있는 카테터 등의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유도철선을 삽입할 수 있는 ERCP 카테터 또는 유두절개도 등의 기구는 모두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기준상 허가 범위 초과 사용 신청 불가 품목이므로 전체 시술 과정이 성립될 수 없다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현재 신의료기술로 등재 및 고시된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은 Lumen-apposing metal stents (LAMS)를 이용한 경벽 배액술이 완료된 환자에 한하여 배액관(LAMS) 내부로 내시경이 진입하여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한정되게 되었다(Fig. 1). 기타 괴사 조직 제거에 이용되는 내시경 올가미나 조직겸자 등의 내시경 부속 기구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허가 범위 초과 사용 신청이 가능한 치료 재료로 허가 범위 초과 심사를 통과하면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다. 치료 재료의 허가 범위 초과 사용과 관련한 절차는 “치료 재료의 허가 신고 또는 인정 범위 초과 사용에 관한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기준 일부개정고시안”(보건복지부 고시 제2021-173호, 2021년 6월 23일 고시 및 시행)에 따르게 된다.

Illustration of upper gastrointestinal endoscopy entry into the lumen-apposing metal stents (LAMS, white arrow) to perform endoscopic pancreatic necrosectomy using an endoscopic snare.
비록 비의학적인 사유로 인해 해당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시술 방법들 중 일부만이 신의료기술로 등재 및 허가를 받았으나, 내시경 췌장괴사 제거술의 신의료기술 등재 및 고시는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치료 방법이 하나 더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의학적으로는 입증되어 교과서적인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미비로 인하여 현실에 반영되지 못하였던 새로운 치료법들이 적극적으로 도입 및 확대되어 실제 임상에서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conflicts to dis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