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재발급성췌장염(recurrent acute pancreatitis)의 전통적인 정의는 2회 이상의 분명히 증명된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고 2회의 급성 췌장염 발병 사이 증상이 완전히 소실되고 3개월 이상의 간격이 있는 경우이다[1-3]. 2018년 국제모임에서 발표한 재발급성 췌장염의 새로운 기계론적 정의(mechanistic definition)는 급성 췌장염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서 2회 이상의 분명히 증명된 급성 췌장염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급성 염증반응 증후군이다[4]. 특발급성췌장염(idiopathic acute pancreatitis)은 재발급성췌장염의 10-15%를 차지하며 일선 검사(first-line testing)를 시행한 후에도 원인이 불분명한 급성 췌장염으로 정의한다[5,6]. 일선 검사는 병력 청취, 혈액 검사 및 일반적인 영상 검사(conventional imaging)를 포함한다[5,6]. 급성 췌장염에서 시행하는 일반적인 영상 검사는 복부 X선 검사, 복부 초음파 그리고 복부 컴퓨터단층 촬영을 포함한다[5,6]. 본 종설에서는 재발급성췌장염과 특발급성췌장염에서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평가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에서 원인 평가의 중요성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에서 원인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원인을 밝혀서 급성 췌장염의 재발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것이다. 첫 췌장염 발생 이후 재발급성췌장염이 발생할 위험은 약 20%로 알려져 있다[4]. 그리고 재발급성췌장염은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기도 하다[4]. 뿐만 아니라 급성 췌장염을 한번 앓을 때마다 상당한 이환율과 비용이 발생한다. 2016년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급성 췌장염은 우리나라에서 다빈도 상병 중 468위를 차지하고 있다[7]. 2016년 한 해 동안 진료실 인원이 35,332명이었고 내원일수는 296,682일로 급성 췌장염 환자 한 명당 평균 8.3일 병원을 방문하였다[7]. 진료비는 524여억 원, 급여비는 384여억 원이 발생하였다[7]. 이는 2015년 통계에 비하여 진료 수 인원, 내원일수, 진료비, 급여비가 모두 증가한 것이다.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의 가능한 원인들
현재까지 알려진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의 원인들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담석, 오디 괄약근 기능 장애, 주유두부의 양성 혹은 악성 협착, 주유두부 주위 게실 등의 췌관 기계적 폐쇄, 분리췌장, 고리췌장, 긴 췌담관 공통관 등의 해부학적 변이, 유전변이, 음주, 고중성지방혈증, 고칼슘혈증, 흡연 등의 대사이상이 있다[8]. 연구들마다 재발급성 췌장염 원인의 빈도가 달라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영국의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Service) 자료에 의하면 음주가 45.4%로 제일 흔하였고 담석 30.8%, 원인불명 12.3%, 기타 9.2%, 약제 2.3% 순이었다[9]. Toxic-metabolic, idiopathic, genetic, autoimmune, recurrent and severe acute pancreatitis, obstructive (TIGAR-O) 분류는 만성 췌장염의 원인 및 위험인자를 정리한 것으로 재발급성췌장염의 원인 및 위험인자를 정리하는 데에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10,11].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의 원인 평가 방법
1. 병력 청취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에서 자세한 병력 청취는 중요하다. 상복부의 급성 통증과 압통 등 임상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외에도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 환자에서 병력 청취를 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내용은 음주, 흡연, 약제 그리고 가족력이다[4,12-14]. 재발급성췌장염 환자 중 하루 5잔 이상 음 주를 하는 이들의 비율은 췌장질환이 없는 대조군보다 높다(10.7 vs. 5.9%) [14]. 그리고 흡연은 재발급성 췌장염의 독립적이며 용량 의존적인 위험인자이다[4,14]. 약제로 인한 급성 췌장염은 흔하지 않으나 복용하는 약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12]. 적어도 1예 이상의 재투여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증례 보고가 있고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모두 배제한 약제로는 메살라민(mesalamine), 대마초제제(cannabi s), 코데인(codeine), 메트로니다 졸(metronidazole), 심바스타틴(simvastatin),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발프로산(valproic acid) 등이 있다[12]. 혈연 관계 중 췌장질환 존재 여부를 확인하여 유전 췌장염의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13]. 급성 췌장염의 가족력이 있다면 가계도를 작성하고 췌장암 발생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13].
2. 혈액 검사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에서 원인을 찾기 위하여 우선 시행하는 혈액 검사는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partate transaminase),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anine transaminase), 감마글루타밀전달효소(gamma-glutamyl transpeptidase), 총 빌리루빈(total bilirubin), 직접 빌리루빈(총 빌리루빈이 상승되어 있는 경우), 금식 후 혈중 지질 검사 그리고 총 혈청 칼 슘 이다[15].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감마글루타밀전달효소, 총 빌리루빈 및 직접 빌리루빈은 담석, 주유두부 종양과 같이 폐쇄성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15]. 혈중 중성지방이 1,000 mg/dL인 경우 재발성 췌장염의 잘 알려진 위험인자이다[15]. 원발성부갑상선항진증이 있는 환자에서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재발성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15]. 면역글로불린G4 (immunoglobulin G4)는 앞서 언급한 혈액 검사와는 달리 통상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자가면역 췌장염과 합당한 영상 검사 소견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시행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4].
3. 영상 검사
조영증강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ontrast-enhanced computed tomography of the abdomen)은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에서 일선으로 시행하는 영상 검사이다[4]. 자기공명영상/자기공명담췌관촬영(magnetic resonance imaging/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은 재발급성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 또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췌관 이상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영상 검사이다[4]. 세크레틴(secretin) 사용이 가능한 미국 및 유럽에서는 이를 정맥 투여한 후 자기공명담췌관좔영을 시행하여 췌관 이상 진단율을 높이고 있다[4,16]. 현재 우리나라에서 세크레틴 사용이 불가능하다.
4. 유전 검사
유전 검사는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를 검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유전자로는 cationic trypsinogen gene (PRSS1),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gene (CFTR), serine protease inhibitor Kazal type 1 gene (SPINK1), chymotrypsin C gene (CTRC) 등이 있다[4,17]. 2018년 발표한 국제모임 보고서에서는 35세 미만의 젊은 환자에서 담낭절제술 또는 주유두부괄약근 절개술을 시행하여 담석으로 인한 췌장염을 배제하였을 때 그리고 하루 5잔 미만 음주력이 있거나 폭음자가 아닌 경우 시행하도록 권고하였다[4]. 유전 검사를 통하여 발견될 수 있는 유전증후군으로는 유전췌장염과 CFTR 관련 질환이 있다[4]. 유전자 변이가 증명될 경우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 합병증 발생에 대한 감시 및 치료제 투여가 필요하다[4].
5. 담즙결정분석
담즙결정분석은 담낭내 담즙을 채취한 후 바로 현미경으로 보거나 원심 분리하여 냉동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이다[4,18]. 담즙결정을 진단하는 데 있어 65-95%의 민감도를 보이나 특발급성췌장염의 원인인 미세담석(microlithiasis)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는 간접적인 검사에 불과하다[4]. 미세담석이란 직경 3 mm 미만의 작은 담석으로 특발급성췌장염의 원인 중 하나이며 6-16%를 차지한다[4]. 미세담석과 담즙오니(biliary sludge)는 많은 연구에서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4]. 담즙을 채취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되며 담즙결정분석을 하기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
6. 내시경초음파
내시경초음파는 복부 초음파에서 발견하지 못한 담석 및 미세담석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예민한 검사로 민감도는 96%에 달한다[4]. 그리고 담낭 및 담도계 외에도 췌장을 관찰할 수 있어 재발급성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작은 종양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예민한 검사이기도 하다[4].
따라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및 복부 초음파에서도 재발급성췌장염의 원인을 발견하기 어려울 경우 내시경초음파를 우선 시행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4].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후 내시경초음파를 시행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19]. 첫 췌장염 발생 후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재발이 있은 후 시행할 것인지 연구마다 다르게 접근하였다[19]. 특발급성췌장염 환자 201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전향적으로 추적관찰한 연구에서 내시경초음파 결과에서 특이 소견이 없었던 이는 60명이었다[20]. 해당 연구에서는 모든 환자들에서 내시경초음파를 시행하였다. 이 들 60명 중 43명은 첫 췌장염 발생 후 내시경 초음파를 시행하였고 이 중 9명(35%)에서 추적기간 중 재발급 성췌장염이 발생하였다[20]. 나머지 17명은 여러 차례 재발이 있은 후 내시경초음파를 시행하였고 이 중 8명(52%)에서 추적기간 중 재발급성췌장염이 발생하였다[20].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성향만 있었으나(p =0.0643) 첫 췌장염 발생 후 시행한 내시경초음파 결과에서 특이 소견이 없었던 경우 재발이 적었다[20].
7.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은 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재발급성췌장염 및 주유두부 종양, 3형 담관낭종, 선천성 췌담관 연결 이상(anomalous pancreatobiliary junction)과 같이 재발급성췌장염의 드문 원인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4,8]. 그리고 오디괄약근기능장애가 의심될 경우 오디괄약근 계측 검사(sphincter of Oddi manometry), 내시경 조임근절개술(endoscopic sphincterotomy) 등을 시행하여 적극적인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다[4,8]. 하지만 앞서 설명한 다른 검사들과 달리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과 관련한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20-30%에 달하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4,8].
결 론
재발급성췌장염의 전통적인 정의를 정비한 새로운 기계론적 정의가 2018년 발표되었다[4]. 반면에 특발급성췌장염의 정의는 크게 바뀐 내용이 없었다. 재발급성췌장염 및 특발급성췌장염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는 20%에 달하는 췌장염의 재발을 줄이거나 없애고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원인을 찾기 위한 철저한 검사는 일선 검사와 추가 검사로 구성된다. 일선 검사로는 병력청취, 혈액 검사, 복부 X선 검사, 초음파 및 조영증강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이 있다. 추가 검사는 일선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각 기관에서 시행 가능 여부에 따라 선별적으로 시행하도록 한다. 이들 검사로는 면역글로불린G4, 자기공명영상/자기공명담췌관촬영, 유전 검사, 담즙결정검사, 내시경초음파 및 내시경 역행 담췌관조영술이 있다. 내시경초음파의 경우 췌장염의 재발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첫 췌장염 발생 후 검사를 하는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