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급성췌장염은 임상적으로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경증으로 3-5일 내에 호전되지만 중증의 경우에는 용이한 치료 접근성과 영상 검사 및 중재적 시술의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급성췌장염은 여전히 심각한 이환율 및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임상 양상과 합병증에 대하여 여러 가지 치료법이 시도되어 왔고, 최근에는 많은 임상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 치료 방침들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급성췌장염 치료의 많은 부분이 의사 개인의 경험과 판단에 근거하고 있고, 의사들 간에 치료 방법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편차를 줄이고, 근거 기반의 적절한 치료를 제시하기 위하여 2013년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는 국내의 충분한 진료 경험과 북미, 유럽 및 일본 등의 국외 임상진료 지침을 기초로 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급성췌장염 진료 권고안을 발간하였다[1-5]. 그 이후 많은 국내외 연구들이 새롭게 발표되고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근거에 기반한 다양한 진단 및 치료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어 최신 지견으로 업데이트된, 그리고 국내의 현 의료 실정에 더욱 적합한 임상진료지침 개정이 요구되어 왔다. 이에 2020년 9월에 대한췌장담도학회 및 췌장연구회 주도하에 급성췌장염 임상진료지침 개정판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본고에서는 개정된 임상진료지침의 소개에 앞서 개정 취지와 목적, 임상진료지침을 적용할 대상 집단 및 임상진료지침 이용자, 임상진료지침의 개정 과정 및 내용, 근거수준과권고등급의 분류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 론
1. 임상진료지침 개정 취지와 목적
2013년 대한췌장담도학회가 주축이 되어 급성췌장염의 중증도 평가, 초기 치료, 괴사성 췌장염 및 국소 합병증 치료에 대한 진료 권고안을 보급하였다[1]. 하지만 그 당시 급성췌장염의 치료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국내 문헌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문헌 검색을 통하여 외국에서 제안하는 임상진료지침과 근거 문헌들을 기반으로 하였다. 그러나 각국의 의료 환경이 인종, 지역, 제도, 경제 여건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국내의 의료 실정에 적합하며 국내 연구 결과를 반영한 임상진료지침의 개정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대한췌장담도학회 췌장연구회는 지난 2013년 급성췌장염의 임상진료지침 이후 발표된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새로운 권고안을 도출하고자 임상진료지침 개정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 개정된 급성췌장염 임상진료지침의 최종적인 목적은 우리나라 의료 실정에 적합하고, 임상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포괄적이고 실제적인 임상진료지침의 확립이다. 이 임상진료 지침은 임상의의 재량권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급성췌장염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일반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급성췌장염 환자에 대한 진료 행위는 담당의사가 각 환자의 여러 상황과 병원 시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자나 보호자와 충분하게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본 임상진료지침이 진료비 지급의 적절성 평가 기준이나 의료 분쟁에 있어서 법률적 판단이나 절대적 기준으로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향후 급성췌장염의 병태생리, 진단, 중등도 평가, 치료 대책에 대한 연구들이 더 많이 진행되어 임상적 근거가 변화되면 임상진료지침은 지속적으로 수정 및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한췌장담도학회는 본 임상진료지침의 일부 혹은 전체 재개정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본 임상진료지침 개정은 외부 재정 지원 없이 이루어졌으며, 이 임상진료지침의 개정 과정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없다.
2. 임상진료지침을 적용할 대상 집단 및 임상진료지침 이용자
급성췌장염으로 진단된 성인 남녀 환자가 본 임상진료지침의 주된 대상 집단이며, 경증의 급성췌장염에서부터 전신염증 반응을 보이는 중증의 급성췌장염까지의 환자뿐만 아니라 국소 합병증, 즉 췌장 주위 수액 고임(peripancreatic fluid collecton), 췌장괴사(pancreatic necrosis), 췌장거짓낭(pseudocyst), 췌장고름집(pancreatic abscess) 등의 합병증을 가진 환자들을 포함한다. 1차, 2차 및 3차 의료기관의 다양한 의료분야에서 진료하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권고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는 전공의 교육을 위한 교육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급성췌장염의 진단과 치료 수준 향상을 통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민 보건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3. 임상진료지침의 개정 과정 및 내용
대한췌장담도학회 회원들의 국내 급성췌장염 진료지침 개정 요구에 편승하여, 2020년 5월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 및 임원진을 중심으로 임상진료지침 개정 전략을 수립하였다. 대한췌장담도학회 췌장연구회의 위원장과 위원들은 임상진료지침 개정 사업을 2020년 6월에 착수하였다. 2013년 급성췌장염 진료 권고안 발표 후 최근까지 발표된 국내외의 급성췌장염 관련된 중요 문헌을 수집, 분석 및 고찰하여 췌장연구회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임상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급성췌장염의 진단, 중증도 평가, 초기 치료, 괴사성 췌장염 및 국소 합병증 치료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을 개정하기로 계획하였다. 췌장연구회는 핵심 질문을 선정하고 문헌 검색에 근거하여 임상진료지침 핵심 문구 작성 및 근거수준과 권고등급을 분류하여 1차 설문지를 완성하였다. 1차 설문은 델파이 방법에 근거하여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전자우편 투표로 실시되었다. 전문가 집단은 대한췌장담도학회의 전, 현직 임원과 위원들을 대상으로 지역적 안배를 고려하여 30명의 합의 도출 전문가군으로 구성하였다. 설문지의 각 권고안은 5단계 리커트 척도(완전히 동의, 대부분 동의, 부분적으로 동의, 대부분 동의하지 않음, 완전히 동의하지 않음)로 평가되었으며, 질문 중 완전히 동의함과 대부분 동의함을 찬성으로 판단하여 75% 이상의 찬성을 받은 경우 적절한 임상진료지침 문구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1차 설문 결과, 미응답 및 불완전한 회신을 한 2명을 제외한 총 28명의 의견을 임상진료지침 개정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2개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한 동의에 도달하지 못하여 췌장연구회에서 적절히 문구를 수정하여 2차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2차 설문에서는 1개의 권고사항이 합의를 이루었으나, 다른 1개의 권고사항은 3차 설문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정된 임상진료지침에서는 제외하기로 하였다(Fig. 1).
2021년 추계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 췌장연구회 위원은 4개의 분야(급성췌장염의 원인 및 진단, 급성췌장염의 중등도 평가, 급성췌장염의 급성기 및 회복기 치료, 급성췌장염의 국소 합병증 및 괴사성 췌장염의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과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하여 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학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국내의 췌장 질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임상진료지침을 최종 수정 보완하였다. 수술 치료 관련 분야는 대한외과학회 소속의 외부 자문위원으로부터 자문을 요청하였다. 또한, 합의 임상진료지침 개발 방법 및 전문가 합의 방법에 대한 자문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대한췌담도학회지에 게재된 개정된 급성췌장염 임상진료 지침은 4분야로 1) 급성췌장염의 진단, 2) 급성췌장염의 중증도 평가, 3) 급성췌장염의 초기 치료, 영양지원, 회복기 치료, 4) 급성췌장염의 국소 합병증 및 괴사성 췌장염의 치료로 분류되어, 총 24개의 권고사항과 그 근거를 제시하는 형태로 기술되었다. 즉, 임상진료지침 24개 항목은 급성췌장염의 진단에 대한 지침 4개 항목, 중증도 평가에 대한 지침 5개 항목, 췌장염 초기 치료, 영양지원 및 회복기 치료에 대한 지침 9개 항목, 국소 합병증 및 괴사성 췌장염의 치료에 대한 지침 6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급성췌장염 진단 부분에서는 진단 기준이 되는 1) 췌장염의 임상 증상과 징후, 2) 혈청 췌장 효소 수치 그리고 3) 복부 영상 검사에 대한 세세한 설명 및 권고사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원인 감별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 혈액 검사 및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이외에도 복부 초음파, 복부 자기공명영상, 내시경 초음파 등의 적극적인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재차 강조하고 있다. 중증도 평가에서는 2012년 변경된 Revised Atlanta criteria를 포함한 여러 중증도 평가 지표들을 소개하면서 중증도의 분류 방법, 중증도 평가의 필요성 및 중증도 평가를 위한 임상 증상, 징후, 임상 검사 및 영상 검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급성췌장염의 치료 부분에서는 초기 치료, 영양지원, 회복기 치료로 분류하였다. 초기 치료로 목표지향적 치료 방식의 수액 공급은 권고하나, 일률적인 예방적 항생제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영양지원에 있어서는 경구 식이의 가능한 조기 시작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로이 다루었다. 회복기 치료 부분에서 급성 담석성 췌장염 환자에서의 담낭 절제술 그리고 재발성 알코올성 급성췌장염 환자에서의 금주 치료가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사항으로 추가되었다. 마지막으로, 급성췌장염 국소 합병증 및 괴사성 췌장염 치료에서는 Revised Atlanta criteria에 따라 급성 췌장 주위 액체 저류, 췌장거짓낭, 급성 괴사저류, 구역성 췌장괴사로 분류하여 각각의 치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배액 및 괴사 조직 제거가 필요한 합병증에 관련하여 내시경을 이용한 단계적 접근 방식의 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였다.
4. 근거수준과 권고등급의 분류
근거수준과 권고등급은 GRADE 체계의 용어 정의를 수용하되, 본 임상진료지침의 합의 권고에 맞게 수정되었다[6]. 근거의 수준은 후속 연구를 통해 해당 근거 연구의 결과 또는 결론이 바뀔 가능성에 따라 A, B, C로 분류되었다. 즉, A는 추후 연구에 의해서 결과에 대한 예측이 바뀔 것 같지 않은 수준, B는 추후 연구가 결과에 대한 예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예측이 바뀔 수도 있는 수준 그리고 C는 추후 연구가 결과 예측에 대한 확신에 중요한 영향을 매우 미칠 것으로 생각이 되며, 결과가 바뀔 것 같은 수준으로 정의하였다. 권고등급은 연구의 근거수준 자체뿐 아니라 연구 결과의 질적인 측면, 임상적 파급효과 및 비용이나 편이성과 같은 사회경제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강한 권고등급 (1)과 약한 권고등급 (2)로 분류하였다(Tabl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