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급성췌장염은 가역적인 급성 염증성 질환으로 담석, 음주 및 고지혈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췌장의 선방세포(acinar cell)가 손상되어 췌장에 국소적 염증이 발생하고 췌장 주변 조직과 타 장기까지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질환이다[1]. 급성췌장염은 대부분 경증으로 별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되는 양호한 경과를 보이지만, 약 20% 정도에서 중증으로 진행된다[2]. 사망률은 치료 전략의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으로 약 2%이지만[3], 중증 췌장염에 이어 다른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망률이 증가한다[2]. 췌장염으로 인한 사망률과 이환율을 낮추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대해 많은 연구가 현재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급성췌장염 발생 초기에 진단과 원인에 대한 감별이 있어야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향후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췌장염에 대한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에 진단에 대한 기준도 포함되어 있다[4-15]. 본고에서는 최근 일본[6,7], 이탈리아[8,9], 미국[10-13], 캐나다[14] 및 영국[15]에서 발표한 급성췌장염의 임상진료지침과 2013년에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 제시한 급성췌장염의 진단에 관한 진료 권고안[16]을 참고하여 진단 방법과 기준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 등을 검토 및 비교해보고 우리나라에 맞는 급성췌장염의 진단에 대한 권고사항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본 론
1. 진단 기준
급성췌장염의 진단은 생화학 검사와 영상 검사의 발달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마다 각자의 실정에 맞게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4,6,9,13-15]. 2013년에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 급성췌장염의 진단에 대한 진료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16]. 최근에는 다양한 영상 검사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복부 초음파, 복부 computed tomography (CT), 복부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포함한 급성췌장염에 합당한 복부 영상 소견으로 보다 범위를 넓혔다. 이런 진단 기준은 중증의 급성췌장염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내원하거나 증상 발생과 내원 시기에 차이에 따른 췌장 효소 수치가 정상인 경우에도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진단 기준에 부합되더라도 다른 급성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위장관의 천공, 급성담낭염, 장마비, 장간막동맥 허혈 혹은 경색, 급성 대동맥 박리, 급성 심근경색 등에 대한 감별은 반드시 필요하다.
2. 임상 증상과 징후
급성췌장염을 의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증상은 명치 혹은 상복부에 심하고 지속적이면서 등쪽으로 방사되는 급성 복통이다. 약 90% 이상의 급성췌장염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며, 40-70%에서는 등으로 방사되는 전형적인 복통을 호소한다[17,18]. 복통은 특징적으로 시작과 동시에 30분 안에 빠르게 최고조로 이르게 되어 참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유발하며 호전 없이 24시간 이상 지속된다[11]. 통증이 대부분 상복부에서 나타나지만, 간혹 흉부나 하복부로 방사될 수 있다. 통증의 정도는 매우 심하게 나타나지만, 통증의 정도가 질병의 중증도를 반영하지는 않으며, 복통 이외에도 식욕부진, 오심, 구토 및 위장 운동 저하로 인한 복부 팽만감을 호소한다[17].
3. 생화학적 검사
1) 혈청 녹말분해효소
급성췌장염 환자에서 혈청 녹말분해효소는 증상 발현 후 3-6시간 이내로 급격히 상승하며 반감기는 10-12시간이다. 이후 3-5일 정도 상승되다가 신장으로 배출되어 정상화된다. 혈청 녹말분해효소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응급실에 내원한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 따르면,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급성췌장염 진단의 민감도는 85%, 특이도는 91%였다[21].
2) 혈청 지방분해효소
혈청 지방분해효소는 급성췌장염의 진단에서 혈청 녹말분해효소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는 혈청 지방분해효소는 췌장 이외의 장기에서 분비되지 않고 혈청 녹말분해효소에 비해 더 오랫동안 상승되기 때문이다[26]. 지방분해효소는 발병 후 3-6시간 이내에 상승하고 24시간 이내에 최고치에 이르며 1-2주까지 정상 상한치보다 높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급성췌장염의 진단에 대한 민감도는 85-100%, 특이도는 84.7-99.0% 정도로 알려져 있다[27]. 혈청 지방분해효소도 신부전이 있을 때 녹말분해효소와 마찬가지로 수치가 상승하지만,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13-39 mL/min에서 녹말분해효소는 1/2 이상에서, 지방분해효소는 1/4 정도에서 상승되어 있다[28]. 결국, 지방분해효소가 녹말분해효소에 비해 민감도는 비슷하지만 특이도는 좋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어서[27,29], 급성췌장염의 진단을 위해 혈청 녹말분해효소보다 지방분해효소가 더 추천된다[11].
3) 다른 췌장 효소 검사
다른 췌장 효소 검사들로는 혈액이나 소변으로 녹말분해효소 isoenzyme, phospholipase A2, elastase 1, anionic trypsinogen (trypsinogen-2) 등을 측정할 수 있다[30]. 비록 이러한 췌장 효소 검사가 몇몇 연구에서 좋은 임상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아직 임상에서 흔히 이용되지는 않고 있다.
4. 영상 검사
급성췌장염 평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검사는 CT로 미국방사선학회(American College of Radiology)가 제시한 상황에 따른 적절한 검사(appropriateness criteria) 기준에서도 췌장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복부 CT를 가장 적절한 검사로 추천하고 있다. 복부 CT는 급성췌장염 확진에 가장 좋은 검사로[7,11], 급성췌장염을 시사하는 복부 CT 소견에는 췌장의 비대, 췌장 실질의 불균질(heterogeneity), 췌장 주변 지방조직에 줄모양의 염증 소견(peripancreatic stranding)이나 췌장 주변의 액체 저류 등이 있다. 신기능 저하나 조영제 과민 반응 등의 특별히 조영제 사용에 제한이 없는 한, 조영증강 CT를 촬영하는 것이 췌장 실질의 괴사 유무를 진단하는 데 중요하다. 췌장 부종과 췌장 실질 괴사의 구분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증상 발현 48-72시간 이후에 조영증강 CT를 촬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췌장염이 의심되지만 임상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상 발현 48시간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질병의 감별을 위해 CT 촬영이 이용될 수 있다. 또한, 한 차례의 CT를 촬영하였더라도 환자의 임상 경과가 악화되는 경우에는 추적 CT를 시행하여 환자를 재평가해야 한다. 국소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법 결정을 위해 CT 재촬영이 필요할 수 있다. 40세 이상의 환자에서 급성췌장염의 원인이 불명확할 경우 동반된 췌장 종양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CT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31].
복부 MRI는 복부 CT만큼이나 진단에 있어 정확하고 합병증이나 췌장의 괴사, 증증도 평가에도 좋은 검사이다[7,8,11]. 특히 급성 신부전이나 조영제에 대한 과민 반응이 있거나 임산부의 경우 등에서는 조영증강 CT를 촬영하지 못하는 경우 MRI를 고려해야겠다. 분할췌나 담췌관 합류이상 같은 담췌관의 해부학 구조를 파악하는 데 MRI는 유용하고, 담석이 CT상에서 잘 관찰되지 않는 경우(iso-attenuating stone)에도 담관 담석을 확인할 수 있다[32,33]. 또한, 췌장 주위 액체 저류가 있을 경우 저류 내에 괴사조직이나 출혈이 동반되어 있는지, 액체 저류와 주췌관 사이에 연결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CT에 비하여 우수하다[34-36].
초음파는 환자가 비만이거나 음향창(sonic window)이 좋지 않은 경우 충분한 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고 검사자의 경험에 따라 진단 정확도가 달라져서 급성췌장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첫 검사로 권고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초음파는 급성췌장염의 진단보다는 담낭 담석이나 총담관 담석에 의한 총담관의 확장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담석성 급성췌장염 환자에서 복부 초음파가 담석을 확인하는 민감도는 70% 정도로 좀 낮지만, 회복 후 다시 실시하면 더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다[37].
5. 원인에 대한 평가
급성췌장염으로 진단을 한 후에, 가능한 빨리 원인에 대한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7,8,11]. 급성췌장염의 원인은 다양하며 밝혀진 원인에 따라 치료 방침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담석에 의한 췌장염인 경우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graphy, ERCP)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급성췌장염 원인에 대한 조사로 담석의 병력, 음주력, 고지혈증, 췌장염의 과거력, 췌담도계 수술이나 ERCP 시술 여부, 약물 복용력, 감염병력, 외상 등에 대해 병력을 청취하고, 대사성 질환(고중성지방혈증, 고칼슘혈증 등)이나 자가면역성 질환의 병력이나 가족력에 대해서도 확인하여야 한다[7]. 혈액 검사로 빌리루빈, ALT, AST, 알칼리인산분해요소(ALP) 등을 측정하여 담석성 췌장염을 감별해야 한다[7,8]. ALT가 150 IU/L 이상인 경우나 빌리루빈, 알칼리인산분해요소, γ-GTP, ALT, ALT/AST 중에 3개 이상이 증가된 경우도 담석성 급성췌장염일 가능성이 높다[38,39]. 중성 지방이 1,000 mg/dL 이상 증가한 경우에는 고지혈증에 의한 췌장염 가능성이 높으며, 고칼슘혈증이 있으면 부갑성선기능항진증 등도 생각해보아야 한다[7,8].
급성췌장염에서 복부 초음파는 비록 단점이 있지만,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되는 검사로 추천된다[7]. 특히, 복부 초음파가 담석에 대한 민감도는 70% 정도로 좀 낮지만, 췌장염이 회복 후 다시 실시하면 더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다[37]. 한편, 복부 CT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급성췌장염의 진단에도 유용하고, 동시에 종양이나 외상 등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해 평가에 도움이 되지만, 담관 담석에 대한 민감도가 40-53% 정도로 낮아서 담석성 췌장염의 확인에는 적당하지 않다[39]. 복부 MRI는 담췌관의 해부학 구조를 파악하고, 작은 담관 담석의 확인에 유용하다[32]. 복부 초음파로 원인을 밝히지 못한 경우 중 59-78%에서 내시경 초음파로 총담관 담석을 진단할 수 있었다[40,41]. 총담관 담석 이외에도 내시경 초음파는 만성 췌장염, 췌장암, 췌관내 유두상점액종양, 담췌관 합류이상, 분할췌 등의 진단에도 도움을 주며, 따라서 원인을 평가하는 데도 유용하다[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