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만성 췌장염은 지속적인 염증반응에 의한 비가역적 췌장의 형태학적, 기능학적 변화로 정의된다[1]. 췌장 실질 및 췌관의 점진적 손상과 섬유화는 내분비/외분비 췌장 기능의 저하로 이어지고, 특히 췌관의 섬유화는 췌관 및 담관 협착 등의 국소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성 췌장염은 통증, 췌장염의 빈번한 재발과 국소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치료의 대상이 된다[1]. 내시경 치료는 췌관 협착, 췌관결석, 가성낭종 및 담관 또는 십이지장 협착 등이 동반된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증상 조절에 효과적이지만 재시술의 빈도가 높다[2,3]. 또한 서구의 일부 연구에서는 수술이 장기 재발률을 감소시키고 통증 조절에 보다 효과적임이 보고되었기 때문에[4-6], 아직까지도 만성 췌장염의 일차 치료 방법으로 내시경적 치료를 포함한 내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선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내시경 치료는 수술에 비하여 덜 침습적이고, 성공률이 높고, 합병증이 적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술에 앞서 효과적인 일차 치료 방법으로 여겨지며, 수술적 치료는 내과적 치료가 실패한 경우 또는 내시경적 치료가 불가능한 담췌관 이상 또는 췌장암이 배제되지 않는 경우 고려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만성 췌장염에 의한 췌담관 협착 등의 합병증에서 내시경 치료의 장단점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본 론
1. 췌관 협착(pancreatic duct strictures)
췌관 협착은 주췌관에 존재하는 췌석 또는 췌장 괴사에 의한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대부분은 양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단일 췌관 협착의 12%에서 악성으로 진단되고, 협착 자체가 추후 악성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7]. 주췌관의 주된 협착(dominant stricture)은 협착 부위 상방의 주췌관이 6 mm 이상으로 확장되거나, 6 Fr 췌관 스텐트를 삽입하였을 때 스텐트 주위로 조영제가 흘러나오지 않는 경우 또는 경비 췌관 배액관을 통하여 협착 상부에서 12-24시간에 걸쳐 1 L의 식염수를 주입할 때 복통을 느낄 때로 정의된다[8]. 췌관 협착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췌장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또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이용하고, 만약 만성 췌장염의 위험인자가 없는 고령 환자에서 체중 감소, 당뇨병의 발병 또는 악화가 있다면 추가적인 검사로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또는 내시경 초음파(endoscopic ultrasound, EUS) 조직 검사 등을 고려한다[9].
ERCP는 췌관 협착 부위의 조직 검사와 췌관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진단과 치료적 목적으로 모두 사용된다. 췌관 협착에서 ERCP의 통증 치료 효과는 31-100% (추적 기간 8-72개월)로 다양하게 보고되고[10,11], 효과는 협착의 위치, 길이, 다발성 여부, 상류부의 확장 유무 등에 따라 다르다. 췌장 체부 또는 미부의 다발성 주췌관 협착은 내시경적 치료가 어려우며, 췌장 두부의 단일 주췌관 협착과 확장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는 가장 치료 성적이 좋다[10,12]. 췌관 스텐트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ERCP 이후 조기 통증 경감이 65-95%, 지속적 통증 경감은 52-90%에서 관찰되었다. 또한 1,018명의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내시경 치료를 시행한 유럽 연구는 평균 4.9년의 추적관찰 기간동안 약 66.6% 환자에서 내시경적 감압술 후 통증이 호전되었지만, 결국 25% 환자에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였다[2].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내시경적 치료 후 14-69개월 추적 기간 동안 4-26%에서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하였다[13]. 주췌관 협착의 치료를 위해서는 ERCP시 췌관의 선택적 삽관이 필수적이고 췌괄약근 절개술(endoscopic pancreatic sphincterotomy) 또는 풍선확장술을 시행한다. 이후에 협착 부위를 확장카테터/풍선카테터/Soehendra stent retriever (Wilson Cook Medical, Winston-Salem, NC, USA) 등의 기구를 이용하여 점진적으로 추가 확장하면서 췌관 스텐트를 삽입한다.
스텐트의 크기는 협착 하류의 직경에 의하여 결정되며 직경이 작은 경우 3-7 Fr, 직경이 큰 경우 8.5-10 Fr의 스텐트를 이용한다. 돼지꼬리(pigtail)형 또는 플랜지(flange) 직선형 스텐트 등의 다양한 형태가 이용되는데, 2018 유럽 소화기학회의 진료지침에서는 직선형 스텐트의 사용을 추천하였다[14]. 다양한 진료 지침에서 췌관 협착의 일차적인 스텐트 치료는 단일 8.5-10 Fr의 플라스틱 췌관 스텐트가 추천되고, 1년 이상 스텐트 유치를 권고한다[8,14-16]. 이 경우 췌관도관의 폐쇄로 인한 췌장염의 재발이 문제가 되는데, 임상 증상과 혈액 검사만으로 스텐트의 폐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3개월 안에 주기적으로 스텐트를 교체하거나[17], 증상과 영상 검사를 기반으로 필요시 스텐트를 교체한다[18]. 일본의 진료 지침은 4주에서 3개월 간격의 정기적인 스텐트 교체가 추천되고,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의 2019년 진료 지침은 최소 6개월의 췌장 영상 검사에서 스텐트의 폐쇄가 의심되거나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 교체하도록 권고한다(Table 1).
췌관 스텐트의 재질은 플라스틱과 금속관 두 가지 형태가 사용된다. 플라스틱 스텐트는 단일 또는 다수를 삽입하게 된다. 단일 플라스틱 췌관 스텐트 시술 이후 환자의 60%에서 췌관 협착이 호전되었고, 장기 추적관찰시 22-30%에서 추가 시술이, 4-26%에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였다[8]. 다수(2-4개)의 플라스틱 스텐트(8.5-10 Fr, 4-7 cm)를 6-12개월 유치한 연구에서는 협착의 호전이 95%였고, 38개월 동안 추적관찰기간 동안 84%에서 통증 재발이 없었고 10.5%에서 췌관 협착이 재발하였다[19]. 아직 단일 또는 다수의 췌관 스텐트 삽관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전향적 연구는 없지만 다수의 스텐트는 췌관 협착 재발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30% vs. 10.5%) [3]. 최근에는 내시경 시술 횟수를 줄이고 치료 효과의 향상을 목적으로 자가팽창형 금속배액관(self-expandable metal stents, SEMS)이 도입되었다. 부분피막형 SEMS는 점막 과증식으로 인한 췌관 폐쇄가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피막형 금속배액관(fully covered self-expandable metal stents, FCSEMS)이 주로 사용된다. FCSEMS의 피막은 부췌관을 막아서 췌장염과 통증이 악화될 위험성이 있지만, 기존의 보고에서 FCSEMS는 조기 부작용의 우려없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오히려 다른 문제점으로 스텐트 폐쇄/이탈 및 스텐트 원위부에 새로운 췌관 협착(de novo stricture)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FCSEMS의 조기 이탈을 예방하기 위하여 bumpy type [20,21] 또는 flap이 있는 스텐트 등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고[22], 스텐트의 원위부에 점막증식으로 인한 협착을 막기 위하여 FCSEMS 내부에 플라스틱 췌관 스텐트를 추가로 삽입하기도 한다. 주의할 사항은 췌관 확장의 정도에 맞추어 FCSEMS의 크기를 선정하여야 스텐트와 연관된 새로운 췌관 협착을 예방할 수 있고, 대략 3-6개월 정도 FCSEMS를 유치하여야 협착 부위의 충분한 확장 효과를 기대하면서 스텐트 제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20,21,23].
최근 선별적인 환자를 대상으로 EUS 중재시술이 도입되었다. EUS 유도하 췌관 배액술은 고식적인 ERCP 경유두부 삽관이 실패하거나, 수술 후 해부학적 변이가 있는 경우 특히 유용하고, 경벽적인 방법과 경유두적 방법을 통하여 주체관을 배액한다. 시술 후 60-70%에서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술기가 어렵고 20-55%에서 스텐트의 이동이나 폐쇄가 발생하고, 약 5-43%에서 출혈, 췌장염, 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술 전 다학제 진료를 통하여 신중히 대상 환자를 선택하여야 한다. 또한 보다 보편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술기의 표준화, 부속 기구의 개발과 추후 장기적인 치료 성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24,25].
2. 췌관누출/췌관루(pancreatic duct leaks/fistulae)
만성 췌장염에서 췌관누출과 췌관루는 췌관의 협착이나 췌석이 있는 상류부위의 파열로 발생한다. 주췌관 또는 가지췌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주췌관에서 발생한 경우는 상류와 하류가 단절되어 있는 완전손상과 일부 연결되어 있는 부분손상으로 분류된다[26,27]. 췌관누출과 췌관루는 췌관조영술상 조영제가 췌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이 보이거나 조영제가 췌장두부로 흘러나오지 않았음에도 췌관에서 조영제가 없어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췌장액의 누출은 복수나 가성낭종, 흉수, 피부누공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ERCP 등을 이용한 내시경적 치료는 췌관 손상 부위로 췌장액이 흐르지 않도록 췌관 스텐트를 유치한다. 특히 췌관 손상 부위에서 스텐트가 가교 역할을 하도록 손상 부위를 넘겨서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28-30]. 만약 췌관이 끊어져서 보이면 췌관단절증후군(disconnected pancreatic duct syndrome)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끊어진 췌관의 상류 분절이 여전히 췌장액을 분비하기 때문에 내시경 치료가 어렵다. ERCP를 이용한 경유두적 접근으로는 59% (13/22)에서 초기 치료에 실패하였기 때문에[31], 최근에는 처음부터 췌장액이 누출된 부위에 경벽적(transmural) 이중 돼지꼬리형 스텐트(double pigtail stent)를 장기간 유치하는 치료법이 도움이 된다[32].
3. 췌장 가성낭종(pancreatic pseudocyst)
췌장 가성낭종은 췌관 협착, 췌석, 또는 단백질전(protein plug) 등으로 췌관이 막히면서 췌관 압력이 올라가거나, 염증의 급성 악화로 인하여 췌관이 손상되면서 췌장액이 유출되어 발생한다. 약 20-40%의 만성 췌장염에서 동반되는데, 대부분은 크기가 3 cm 미만으로 작지만 10% 미만에서만 자연적인 소실을 기대할 수 있다. 복부 통증, 위 배출 장애, 조기 포만, 체중 감소, 황달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감염 혹은 크기가 증가하는 가성낭종은 치료가 필요하다[33]. 수술, 내시경 치료, 경피적 외적 배액술의 여러 치료법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내시경으로 접근이 가능한 가성낭종은 경유두 혹은 경벽을 통한 내시경 배액술을 일차적으로 고려한다. 수술적 치료는 이환율, 합병증의 우려와 10-20% 정도 재발의 위험성이 있고[34], 경피적 외적 배액술은 배액관의 장기간 유치와 연관된 누공,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만성 췌장염으로 인한 가성낭종에서는 췌관 협착 및 누공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추가적으로 췌관 협착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급성 췌장염이 병발되어 가성낭종이 새로 발병한 경우는 괴사의 액화와 외벽 형성을 위하여 최소 4-6주를 기다리고 내시경적 배액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35].
가성낭종의 내시경적 배액은 경유두(transpapillay), 경벽(transmural), 또는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어떤 경로를 이용할 것인지는 가성낭종의 크기, 위 또는 십이지장과의 접근 정도, 그리고 췌관으로 삽입 및 췌관누출 부위로의 접근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경유두적 배액술은 가성낭종이 주췌관과 연결되어 있고, 5-6 cm 이하이면서 경벽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 효과적이다[36]. 스텐트는 췌관을 통하여 가성낭종으로 직접 삽입하는 방법과 췌관누출 부위를 가로질러 삽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가 췌관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 보다 더 바람직하다[28,29]. 경유두적 방법은 경벽적 배액술에 비하여 출혈이나 천공을 피할 수 있지만 주췌관에 손상 및 추가적인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경벽적 배액술은 위나 십이지장에서 낭종을 직접 천자하는 방법으로 EUS 유도하 가성낭종 배액술(EUS-guided pseudocyst drainage) 또는 ERCP를 이용한 고식적 경벽 배액술(conventional transmural pseudocyst drainage)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EUS 유도하 가성낭종 배액술이 안전하고 성공률이 높아 주로 이용되는데[37-41], 가성낭의 크기가 큰 경우는 경유두적인 방법과 경벽적 방법을 동시에 이용할 수도 있다. 가성낭종에서 내시경 치료의 기술적 성공률은 85-100%이며 임상적 호전은 약 75-90%, 합병증은 5-10%, 가성낭종 재발률은 5-20%로 보고된다[42-44]. 흥미롭게도 Baron 등[45]은 급성 췌장염보다 만성 췌장염(74% vs. 92%) 연관 가성낭종에서 내시경 치료의 성적이 좋았고 합병증 발생률은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17% vs. 19%)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4. 원위부 총담관 협착(distal common bile duct strictures)
만성 췌장염에서 담관 협착은 약 3-46%로 보고된다[4]. 협착에 의한 증상이 있거나, 담관 폐쇄로 간경변, 담관결석, 황달 등이 발생한 경우는 협착 부위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무증상의 경우도 혈청 빌리루빈 수치가 1개월 이상 상승하거나 alkaline phosphatase 수치가 정상의 2-3배 이상으로 높을 경우에는 스텐트 삽관을 통한 담즙 배액 치료의 적응증이 된다[8]. 만성 췌장염과 연관된 총담관의 협착은 장기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지만, 알코올성 만성 췌장염은 알코올성 간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인 음주 위험과 연관한 재발 가능성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내시경 치료가 선호된다[46-49]. 내시경 치료는 다수의 플라스틱 담관 스텐트를 12개월 이상 유치하는 것이 추천되는데, 협착 해소율은 60-80%로 우수하지만 20-60%에서 스텐트 기능장애가 발생하고 환자의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경우 치명적인 담관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최근 60명의 만성 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다수의 플라스틱 스텐트와 피막형 SEMS를 6개월간 유치한 연구에서는 두 군에서 유사한 2년 치료 성공률(90% vs. 92%)을 보고하였다[50]. 유럽소화기학회의 2019년 진료치침에서는 총담관 협착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피막형 SEMS 또는 다수의 플라스틱 스텐트 삽관을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Table 2).
결 론
만성 췌장염으로 인한 췌담관 협착에서 내시경 치료는 수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비침습적인 치료법으로 환자의 증상 경감에 효과적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췌담관 합병증에서 내시경 치료를 시행하기 전에 유념해야 하는 점은 만성 췌장염은 췌관의 선택적 삽관 및 스텐트 삽입이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일차 스텐트 시술 후에도 반복적인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진료지침에서 권유하는 단일 10 Fr 플라스틱 췌관 스텐트는 국내에서 상용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10 Fr 췌관 스텐트와 유사한 스텐트 단면적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2개 이상의 7 Fr 췌관 플라스틱 스텐트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성 췌장염은 다양한 임상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항상 악성화의 위험성을 주지하고 내시경 치료의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여 적절한 내시경 치료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만성 췌장염 환자가 알코올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는 금주, 금연에 대한 철저한 교육 및 관리가 필요하고, 다학제 진료를 통하여 효과적인 환자별 맞춤 치료를 시행하여야 한다.